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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Dec 21. 2023

전두광, 당신이 틀렸어!

'자유'를 얻을 자격

" 자유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을 동반한다 "



'서울의 봄'이 연일 화제입니다.

저도 한국 출장이 생겨 영화를 감상하고 돌아왔습니다.

여러 명대사들이 있지만, 많은 분들이 전두광이 한 이 대사를 떠올리실 겁니다.


인간이란 동물은 안 있나,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 주길 바란다니까.”



전 중국에 살면서 우리와 다른 체제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의 인식에 놀라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안타깝기도 합니다. 최근 중국 현대사를 들여다볼 시간이 있었는데 이 대사가 제 머릿속을 계속 맴돌고 있어 한번 정리를 해보려 합니다. 


다양한 사회의 역사와 전개과정을 보다 보면 우리 사회의 모습이 보다 명확하게 보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분명 많은 선배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그냥 얻어낸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독재에 항거하고 불의에 거리를 뛰쳐나왔던 수많은 우리 국민들의 열망의 결과이죠.


우리가 주인이 되고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의 결과입니다. 


"자유가 아님 죽음을......"

이런 구호가 있을 정도로 '자유'는 절대선으로 숭상하며 아무도 이 생각에 의심을 품지 않습니다. 




최근 전두광의 대사가 화제가 되면서,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끄집어내었습니다. 

철학에 대한 내용들을 정리한 책인데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언급한 내용이 있습니다. 

에리히 프롬은 자유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이야기합니다. 


요지는,

중세 이후 봉건제도의 예속에서 해방된 유럽은 16세기부터 18세기를 거치면서 소위 '자유'를 얻기 위해 값비싼 대가를 지불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금 파시즘의 전제주의에 빠지면서 스스로 '의존과 종속'을 선택하게 됩니다. 

왜 비싼 대가를 치르고 획득한 '자유의 과실'을 맛본 근대인이 그것을 내던져 버리고 파시즘의 전체주의에 그토록 열광했을까요? 


에리히 프롬은 이에 대한 답변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책에 담아냅니다.

- 자유에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이 따른다.

- 나치를 지지한 세력의 중심에 소상인, 장인, 사무직 근로자들로 이루어진 하층 및 중산 계급이 있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함.

- 권위에 맹종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권위주의적 성격'

- 권위주의적 성격은 권위에 따르기 좋아하는 한편, 스스로 권위를 갖고 싶어 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을 복종시키고 싶어 한다. 즉 '자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아첨하고 아랫사람에게는 거만하게 구는 인간들'이다.


그렇다면 '자유'를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간이 이상으로 여기는 개인의 성장과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분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매사를 생각하고 느끼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이 무엇보다도 꼭 필요한 것은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데 용기와 강인함을 지니고 자아를 철저하게 긍정하는 일이다."


자신다운 삶을 살기 위해 정신력과 지식을 갈고닦아 교양의 강도를 높이고, 결국 조직이나 커뮤니티에 속박되지 않고 더없이 자유롭게 사는 것이 바로 진정한 자유를 향유하는 모습.


* 우리는 자유가 들이미는 책임에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고 살고 있는가?


전두광의 대사는 에리히 프롬의 날카로운 고찰을 그대로 반영해 주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 얻는 자유는 고독과 책임을 감당하고 견디지 못하게 되고 다시금 누군가로부터의 통제를 받기를 바라고 자유를 내던지게 된다는 이야기죠. 

전두광은 시민들을 그러한 존재로 보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알고 있듯이 우리 국민은 다시금 5.18이라는 항쟁을 통해 전두환을 부정했고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서 지금의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 스스로의 성찰과 공부가 필요하다는 말이 참 많이 와닿습니다. 

유난히 학연과 지연을 따지는 우리 사회의 모습 속에서, 혹은 안정적으로 살겠다고 너도나도 의대만 가려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과연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하겠네요.



누군가가 나를 리드해 주길 바라지 말고, 
내가 세상을 리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자가 비로소 진정한 자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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