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쏟기 Jan 07. 2024

하류사회의 분노

한 배달인의 죽음으로 보는 중국사회의 병폐현상

최근 2023년 12월 초 중국의 사회면을 달군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12월 5일 22시경, 중국 청도에서 배달을 하는 32세 청년이 54세의 아파트 경비원에게 살해된 사건이죠. 넓은 땅덩어리에서 참 다양하고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유난히 이 사건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기에 한번 생각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최근 중국은 경제성장이 주춤해지면서 청년실업의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직장에 들어가도 기대치보다 낮은 임금으로 인해 배달일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죠.

한국이 '배달의 민족'라고 하지만, 중국도 그 어느 나라에 못지않은 배달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만에 새롭게 생긴 소비현상입니다. 그래서인지 배달을 하는 인구가 약 8400만 명이라는 조사도 있습니다. 


배달을 열심히 한다면 한 달에 약 7~8000위안 (한화 약 14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어, 일반 회사의 초봉(3~6천 위안, 한화 약 1000만 원 안쪽) 보다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시간조절이 가능하고 조금은(?) 자유로운 조건이다 보니 임시직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면이 있습니다.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청도의 이 젊은이도 이런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이 청년의 부모님은 자식 공부를 위해 어렵게 모은 100만 위안(약 1억 8천)이 넘는 비용을 보태 자식을 해외유학을 보내 대학원까지 나오게 했습니다. 

배달일을 선택하는 청년들의 면면을 보면 고학력자, 해외유학파등의 많은 고급인력들이 유입된다는 기사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그만큼이나 취업환경이 좋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죠. 




여러 사건들을 보게 되면 한 사회의 병폐현상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유학까지 다녀온 이 젊은 청년은 왜 배달일을 선택하였는가? 

왜 보안(중국 경비원을 부르는 표현)은 이 젊은 청년을 죽음에 이르게 하였는가? 


여러 매체에서도 접할 수 있지만, 중국의 경제 침체현상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은 표현으로는,

거대한 엔진이 처음 천천히 돌아가다가(경제 성장 초기), 가속이 붙어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 냈고( 성장 최고치), 기계가 부식되고 찌꺼기가 끼기 시작(코로나와 정치적 영향으로 침체를 겪는 최근의 모습)한다는 이미지를 그려 봅니다. 

이렇게 한번 속도가 멈춘 거대 엔진을 이전과 같이 다시 돌리기 위해서는 다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겠죠. 물 내리는 흐름이 끊기면 핸드드립 커피 맛이 달라지듯이, 엔진의 성능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전부터 많이들 나온 이야기지만, 중국의 경제성장은 서방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사회주의 시스템을 옹호하는 하나의 무기였습니다. 이런 중국이 공무원들 월급이 밀리고, 공공교통 운영이 어려워지고, 정부주도의 사업들이 줄줄이 멈추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3 선급(중국 도시 등급을 표현하는 방법) 도시들은 도심 한가운데의 빌딩들이 오후 5시가 되어도 조명이 꺼져있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과거 사람들로 북적이던 상업공간들도 몇몇 도시들을 제외하면 이전과는 완전 다른 모습들이죠. 


호황의 시대가 가고 불황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호황이든 불황이든 사업의 기회는 있지만, 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거죠. 또 그만큼 고민이 깊어집니다. 


이런 시기의 중국청년들은 참 많은 고민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 어느 시대보다도 유학생이 많은 지금, 이 시대의 중국청년들은 삶이 첫 시작에서부터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한국청년들도 고민이겠지만, 이 글이 중국사회를 진단하는 글임을 인식해 주시기 바랍니다.)


중국 경비원들(보안)은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전 조금 일찍 회사를 출근하거나 돌아다니다 보면 아파트나 오피스 보안들이 군대식 제식훈련을 받는 모습을 보곤 했습니다. 사회 나와서도 제식훈련을 하는 걸 보니 참 재밌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중국 군대에 들어가려면 빽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도 공공연히 들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사병으로의 복무는 대학이라도 나온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아니죠. 보안의 월급은 경력에 따라서 3천~6천 위안 정도가 된다고 하니 그리 선망하는 직업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보안이나 배달일이나 어찌 보면 중국사회의 저층생활인들의 모습입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중국 언론들은 여러 의견들을 피력하면서 이 사건을 주목했습니다. 

왜 사회 저층인들은 서로 간에 경멸과 분노를 가지고 있는가? 

왜 유학까지 다녀온 젊은 청년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는가....


이 사건이 있기 몇 달 전 다른 도시에서는 늦은 밤 근무 중 쉬고 있던 보안은 자신의 단잠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배달하러 온 한 청년의 머리를 몽둥이로 가격해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보안들과 배달인들 간에는 곳곳에서 싸움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단지 업무의 성격상의 문제로 받아들이기에는 더 깊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죠. 



코로나를 겪으면서 중국정부는 그 어느 사회보다도 강력한 규제를 행했습니다. 바로 도시를 봉쇄하는 정책을 선택한 거죠. 그 시기를 상하이에서 겪었던 저로서는 그 시기동안에 벌어졌던 많은 사건들을 직간접적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大白따바이‘라고 불리는 흰옷을 입은 방역요원들이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모든 주민들은 집안에 갇혀있었고, 이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은 각 구역의 경비원들이나 공무원들의 역할이었죠. 모두 흰 방역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했습니다. 


"권력이 아래로 향할수록 사회의 폭력성이 더해진다."


중국의 공산당 역사를 보면 무지한 농민의 해방을 기치로 지주들을 탄압했고, 문화혁명이라는 야만적 사회운동도 학생이 선생의 머리채를 끌고 나오는 상황을 만들어냈죠. 권력이 누구에게 주어지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역사 속에서 어떤 불행이 생기는지 목도했습니다.


중국은 현대사회에도 이러한 문제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자기 성찰과 사고력을 가지지 못하는 사회는 언제 어디서나 나타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과거 '완장'이라는 소설이 있었고, 같은 제목의 영화도 있었죠. 완장을 차면서 바뀌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 작품으로 기억되는데요, 딱 이 영화의 이야기가 비슷한 듯 싶습니다. 


중국의 한 배달청년의 죽음은 이렇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는 중국의 현실 속에서 중국 젊은 청년들의 고민과 함께 이 사회의 내면까지 가지고 있는 저층사회의 서로 간의 경멸과 불신의 문제입니다. 


시대의 생각들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1633년 1월 22일 지구가 둥글다고 주장한 갈릴레오의 재판은, 그 뒤 3백46년 뒤인 1979년에서야 교황의 과오의 인정하는 발언을 통해서 면죄를 받게 되었습니다. 

'패러다임'이란 단어를 우리는 흔하게 쓰는데 원래 이러한 과학의 커다란 인식변화를 표현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패러다임이 바뀌려면 한 시대가 넘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죠.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과거의 망령들이 인식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의 오판과, 경제성장의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 정부는 과연 무엇을 배우고 바꾸어 나갈 수 있을까요? 


잠시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두광, 당신이 틀렸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