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시대, 해봐야 알 수 있는 우리 삶의 모습
'이봐 해봤어?'
현대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직원들에게 자주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직접 몸으로 부딪혀보지 않은 것들은 그 일의 속성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이기에 이 질문은 단순한 질문을 넘어섭니다.
몸으로 무엇을 익힌다는 것은 '실행'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행위 등을 통해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해본다는 것은 '구상'이 아닌 '실현'입니다.
직접 해본다는 것은 관찰자적, 평면적 관점을 넘어서는 입체적이고 전방위적인 체험이며 여기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에 대한 실제적 대응을 배우는 것입니다.
우린 모든 것을 다 예측할 수 없기에 실제 세상이 작동되는 방식에 들어가서 경험을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말할 것도 없고, 디자인이나 글이나 계산도 종이나 화면에 풀어놔봐야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러하기에 생각은 평면적이고, 실행은 입체적입니다.
초등학생들이 수학선생님께 물어봅니다.
"선생님 함수가 도대체 뭐여요? "
선생님은 고민을 하다,
"뭘 하면(뭐가 바뀌면) 뭐가 바뀌는 거야. 그거야."
세상이 이렇게 수학함수처럼 운영이 된다면 참 쉽겠죠. 배우면 되니깐요.
이걸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되고, 저렇게 하면 저렇게 되니깐요.
근데 안 그렇잖아요?
세상은 이렇게 공식화되지 않습니다. 변수가 너무 많고 예측이 불가능하죠.
그래서 그것이 무엇이든 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하는 거보단 해보면서 얻는 데이터가 더욱 많아지기에, 더욱이 해보면서 훈련되는 내 몸의 근육들과 생각들이 상황에 적응을 하기에 정주영 회장은 그렇게나 강조했었나 봅니다.
하지만, 점점 복잡해지는 이 세상 속에서 모든 것을 다 해볼 수는 없는 지금.
무조건 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는 주장 또한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해본 경험으로만 세상을 판단하는 오류도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죠.
인공지능이 특이점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지금, 개인적인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하고 판단하게 된다면 그것처럼 어리석은 생각도 없을 것입니다.
우스갯소리로 부모말을 안 듣는 아이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말을 잘 듣길 바라고 있죠.
부모세대의 관점, 경험, 지식들이 쓸모를 못하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지 매우 혼란한 시대에 접해있지 않나 생각하곤 합니다.
부모인 우리들도 점점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어려워지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가고 있고, 우리 아이들은 하루하루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물쭈물하다 결국 아무것도 못했다는 미국 버나드쇼의 묘비명의 의미처럼,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사이에 우리 아이들은 금세 커버리죠.
인공지능시대,
생성형 AI는 우리에게 빠른 결과를 만들어줍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이 시대에 원하는 결과를 바로 얻을 수 있는 것은 큰 가치를 만들어준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생각을 해본다면 과정 없이 결과값을 생산해 내는 인공지능이 결코 달갑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한 명의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많은 과정이 필요하고 그 시간과 투자한 에너지 속에서 조금씩 이치를 이해하고 가치관을 형성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팀장이 되고 회사의 오너가 되고, 무언가 결정과 판단을 해야 하는 리더의 역할을 위해서 이 '과정'적 수련기간이 있어야 더욱 단단해지는 거죠.
세상은 시험문제처럼 정확한 답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조차도 규정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시대에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판단과 결정을 위한 '숙고'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 시간은 '과정'속에서 이뤄지는 거죠. 우리 인간은 이렇게 훈련되고 성장하는 겁니다.
빠른 답만을 찾는 이 시대의 모습 속에서 자칫 느린 성장의 농도 깊은 의미를 잊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하기에 그 무엇보다도 몸으로 직접 해보는 배움의 의미가 더욱 의미 있어지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홀로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