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쏟기 Jul 06. 2024

무심한 창밖구경

짧은 중국 고속열차를 이용하면서


무심(無心)하려고 했는데, 무심하진 못했네요 이렇게 글을 쓸 내용이 생겼으니...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출장 갈 이유가 적어졌습니다. 

그래선지 오래간만에 상하이 근처인 우시(无锡무석) 도시에 다녀왔습니다. 

진행 중인 일이 있어 한 중국회사를 방문하고 회의를 마친 후 철도를 이용해서 복귀를 했습니다. 


우시는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한 도시죠. 대표적인 기업으로 SK 하이닉스 기업이 있습니다. 여러 글로벌기업들이 있지만, 하이닉스가 규모나 중국지방정부 세수수익면에서 타기업들과 비교가 불가하기에 대표적인 도시로 여겨집니다. 상해에서는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면 목적지에 도착하는 바로 인접한 도시죠.


도로 교통도 편리하긴 한데, 여러 이유로 열차를 이용했습니다.

최근 많이 타는 열차로는 중국사람들이 똥쳐(动车동 차)라고 불리는 고속열차입니다. 제가 초기 중국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정말 많은 발전이 이뤄진 열차발전입니다. 속도로만 본다면 과거엔 상하이에서 베이징까지 하룻밤을 꼬박 달리는 침대칸 기차를 타곤 했었는데, 똥쳐가 나오고 난 후론 베이징까지는 아침에 가서 일 보고 저녁에 복귀할 수 있는 일일생활권이 되어버렸습니다. (북경까지는 약 4시간 30분 정도에서 6시간 조금 더 걸리는 정도입니다. 가격은 일반칸인 2등 칸은 600위안 정도, 1등 칸은 1000위안 정도 합니다. 두 등급의 차이는 1등급의 경우 자리가 넓고 간단한 음료와 과자등이 지급됩니다. 더 고급인 우등칸도 있는데 약 2000위안 정도하고 더 넓고 편한 의자와 식사제공 각종 다양한 서비스 등이 있습니다. 가격차이가 많이 나서 대부분 2등 칸을 이용하지만, 요새 시설이 많이 좋아져서 2등 칸도 편안합니다. 단지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칸이라서인지 중국인 특유의 고성과 비매너등에 노출되기에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1등 칸이나 우등칸을 이용하죠.)


앞서 우시까지의 자동차시간을 말씀드렸는데 이 똥쳐를 탔더니 상해까지 겨우 35분 걸립니다. 좀 더 느린 열차도 있지만, 거리가 짧다 보니 많이 벗어나진 않습니다. 비용은 2등 칸이 약 50위안 정도 합니다. 

회의를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상해를 향해 가던 중 바깥풍경을 보고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이 열차의 발전처럼 시간이 참 빨리도 흘러가고 저 또한 많이 변해있더군요.


지금의 모습이 과연 내가 그토록 원하는 모습이었는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쟁취하는 분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개인의 노력의 문제라고 일갈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인생이 그렇게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죠. 그래서 예측이 불가능하고 점쟁이들을 찾아가면서 인생상담을 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예측 불가능이 있기에 우리 인생이 살아갈만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개인적으로는 동의합니다.


전 지금도 그렇지만 한동안 '공간기획'이라는 업무에 집중해 왔습니다.

기획이란 것이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지금의 환경이 이러하니 공간이 만들어지는 미래의 환경을 대비해서 이런저런 것들을 미리 준비해야 수익을 올리거나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큰 흐름이란 것은 존재하기에 기술의 발전, 환경의 변화, 소비심리의 변화등을 통해 가까운 미래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연구와 분석을 통해서 고객에게 제안을 하고 받아들여지면 더 깊은 내용으로 전개를 합니다. 

그래서 세상의 변화에 항상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종의 종류도 많고 세상의 수많은 변화를 모두 이해하고 있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고, 결론적으로 불가능한 거겠죠. 자기 분야에 몇십 년을 헌신한 분들이 고객들이기에 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생각의 방향이 비슷했을 땐 고개를 끄덕이면서 경청을 하지만, 본인의 생각과 다르거나 생각지 않았던 제안이 나오면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무시하곤 하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설득 심리학'이란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많이 가졌었죠. 


'대화'라는 것은 정보의 전달의 유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마음'이 통해야 한다는 진리를 깨치는 데는 참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은 먼저 '태도'를 보기에 적당히 연출을 하는 것도 필요하고, 전문성을 '가늠'하는 의심이 있기에 공부도 부단히 해야 하는 거죠. 결국은 의사전달이기에 전달하려고 하는 내용을 '잘' 전달하는 기술도 필요합니다. 앞서 마음을 이야기했지만, 전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소통에서는 이러한 내용들을 주고받으면서 마음이 통하게 되고 계약에 점점 가까워집니다. 


꽃은 자신의 향기로 벌을 유인합니다.

상대방을 연구하라기에 상대방만을 쳐다보고 있으면 지쳐버리고 맙니다. 

내가 상대방이 아니기에 완정 빙의하는 것은 신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자기 색이 있어야 하고, 철저한 자기주장과 매력이 필요합니다. 자기 단련이 먼저이고 자신의 향기를 내뿜어야겠죠. 이렇게 몰려온 고객들은 이야기를 들으려 합니다. 제가 하는 업종은 그러해야 그나마 눈물 덜 흘리고 일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땅이 크고 많은 인구를 갖고 있는 중국.

비슷하지만 다른, 사상적으로도 차이가 있고 여러 정서적 차이가 느껴지는 이 낯선 땅에 참 오랫동안 살고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차 창밖의 풍경은 이렇게 바뀌어가고 있고 창에 비친 제 모습도 바뀌어가고 있더군요. 무언가 단정 지을 수 없는 생각의 조각들이 날아다닌 한동안을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기차는 참 빨리도 상하이에 도착했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던데, 생각만 하는 삶을 살 수는 없는 거죠.

얼마 전에 갔다 온 여행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중인데 얼른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열차를 기다리면서 찍었던 앞의 한 장의 사진을 시작으로 연달아 밖의 풍경을 '수평선'을 기준으로 찍어봤습니다. 이어서 붙여보니 재미있기도 해서 잠깐이나마 떠올렸던 생각을 덧붙여서 적어봤습니다. 


뜻대로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 아니기에, 

앞으로 어떤 남은 인생이 내게 다가올지 묵묵히 받아들여야겠죠. 

모든 분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과 작가의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