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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Jul 11. 2024

앵그리버드, 니가 거기서 왜?

중국 사천성 삼성퇴 박물관 방문기 (2)

'三星堆 싼씽뚜이(Sanxingdui), 삼성퇴' 박물관은 약3~4쳔년 전의 새로운 문명을 보여주는 유물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중국 황화문명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기에 학자들이 그 비밀을 캐고자 연구하고 있는 중이죠. 

박물관에 전시된 수많은 유물 중에서도 대중의 관심을 갖는 몇 가지 유물들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앵그리버드에 등장하는 돼지의 등장

이런 많은 유적들 중에서도 몇 가지 대중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유물들이 몇 개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3200년 된 도자기로 만든 돼지입니다.

이 유물은 현대인들이 딱 봐도 돼지를 형상화한 걸로 알 수 있는데, 그 형상이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중입니다. 바로 유명한 게임 중의 하나인  '앵그리버드'에 등장하는 돼지의 모습이죠. 어떤 용도였는지는 불분명하나 유머러스한 고대인들의 모습이 보여집니다.

3,200년 전 도자기로 만든 돼지 형상물 (삼성퇴 출토)
앵그리버드 게임에 등장하는 돼지

 

앵그리버드의 돼지 이미지를 찾아봤는데요, 어때요 좀 비슷한가요?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시간을 거슬러 고대인들과 현대인들이 대상을 형상화하는 방법에 다르지 않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합니다. 삼성퇴 유물들에는 이외에도 우리의 관심을 유도하는 유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설명했던 가면과 아바타의 이미지도 유사한 모습을 보입니다. 


아래의 이미지는 삼성퇴의 고대유물과 비슷한 이미지들을 찾아서 비교하는 사진인데 중간의 안경원숭이 비교는 제가 찾아냈습니다. 비슷해 보이는가요? 


삼성퇴 유물과 유사한 형태의 비교사진
삼성퇴 박물관에 전시된 다양한 유물들

이렇듯 삼성퇴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다른 시대의 유물들과는 다른 독특한 형태와 문양을 가진 유물들이다 보니 대중의 관심을 더욱 모으고 있습니다.


매우 단순하면서도 명확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하고 있어 그 어떤 시대의 유물들보다도 강한 이미지를 느끼게 됩니다. 특히나 발견된 가면 형상들은 보고만 있어도 강인한 전사의 모습이 전달되죠. 개인적 생각이지만 이러한 디자인들은 과거 1910-30년대 한동안 유행했던 아르데코양식(Art Deco Style)이 떠오르기도 하고, 또는 과거 나치, 혹은 소련이나 중공의 프로파간다 판화이미지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강한 선과 형태의 단순화로 메시지가 명확하고 힘과 역동성이 시각적으로 전달된다는 거죠.


순서대로 아르데코, 러시아 선전포스터, 중국 기념비


고대문명은 무엇을 작품들에 무엇을 담으려 했을까요?

기본적으로 고대문명은 신을 숭상하는 통치 시스템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고, 왕은 신을 대신하거나 신의 대리자 역할을 하는 모습으로 여겨집니다. 그러하기에 제사를 지내는 제사장의 지위는 상당히 높았을 것입니다. 여기 삼성퇴 고대문명에서는 신은 신발을 신거나 인간은 무릎을 꿇고 있는 듯한 표현으로 차별화를 했습니다. 발굴된 최대크기의 청동유물이 제사장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당시 제사장의 중요성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메시지를 담고 전달하기 위한 표현으로 형태를 단순화하고 선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고대인이나 현대인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청동제조 기술의 고도화 

중국말에는 '一摸一样일모일양, yimoyiyang 이모이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 똑같다는 표현으로 쓰이는데, 쉽게 외울 수 있는 표현이고 발음이 쉬워서 중국어를 배우던 초기에도 잘 기억됐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이 말이 청동을 만드는 기술에서 왔다고 하네요. '본뜰모'와 '모양양'의 한자가 청동을 만들 때 쓰이는 기본형태와 외부틀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두 개가 같아야 청동제품을 만들 수 있기에 서로 똑같다는 말의 유래가 여기서 왔다고 하는데 재미있는 설명이었죠.


삼성퇴 청동유물은 다양한 성분이 섞여있는데, 그 성분비율이 매우 일정하다고 합니다. 고대에 이미 양질의 청동을 제조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죠. 어떻게 이렇게 정교한 청동제품을 만들 수 있었을까? 박물관에 전시된 제조 방법은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삼성퇴 청동 가면을 제작하는 과정을 설명한 전시내용

대략적으로 설명을 하면, 흙으로 형을 떠서 만든 후 외부에 흙을 덮어 형태를 뜨는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 다음 원 형을 만들고자 하는 두께만큼 전체를 깎아내죠. 깎아낸 형태를 내부 공간에 잘 배치를 한 후 청동을 붓습니다. 그런 후 굳어진 청동을 마무리합니다.


청동제품뿐만이 아니라 황금가면도 발굴 되었습니다. 

현재는 황금가면이 삼성퇴유물의 대표 유물이 되었는데요, 역시나 다들 황금을 특히나 좋아하나 봅니다. 

황금 두께가 평균 약 0.2mm라고 하는데, 이렇게 얇은 황금을 당시 기술로 가공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삼성퇴에서 출토된 황금가면


옥을 신봉하는 문화

중국사람들은 유난히 옥을 좋아합니다. 

지금도 여러 관광지에 가면 값비싼 옥 가공품들이 많이 보입니다.

건강과 운을 가져온다는 믿음이 있는 거 같은데요, 고대 삼성퇴문화에서도 옥이 발견되곤 합니다. 하지만 현재와는 달리 고대인들이 바라보는 옥은 개인의 건강과 운의 개념보다는 신과 소통하는 '매개'였다고 해석합니다. 옥을 통해서 신과의 영접 접촉이 일어난다고 여겼고, 다양한 제사 관련 유물로 추정되는 것들이 옥으로 제작되어 있죠.

 


하나하나 생각나는 내용들을 적어보려니 숨이 찹니다.

글에도 호흡이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유물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다 적을 수는 없고, 박물관의 유물을 보면서 상상을 해보는 즐거운 시간을 조금이나마 여러분들과 같이 나누려고 시도를 해봤습니다. 박물관은 정말 알고봐야 그 가치를 합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다는 말이 적용되는 곳이 전시를 관람하는거죠. 


저와 아내는 참 재미있게 3시간 넘게 수많은 인파(하루평균 1.5만 명이 방문)를 헤치며 걸어 다니며 주워들으려고 노력했는데....

딸아이는 아니었나 봅니다. 

하긴 잠깐 쉬긴 했지만 총 4시간 정도의 (가이드 설명 3시간 + 나머지) 강행군을 견디기 쉽지 않겠죠. 그렇게 우리 가족은 여행 첫 미션을 진행했고, 가볍게 점심을 때운 후 이동을 했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시작한 박물관 관람은 오후까지 그렇게 마무리하고 다음 코스로 옮겼습니다.

아침에 왔을 땐 텅텅 비어있던 주차장이 차로 가득 차 있더군요. 

다시 한번 느끼지만 중국은 사람이 많습니다.


상념(?)에 잠겨있는 딸님 : 내가 여기에 왜 왔을까? 



참고내용)

중국은 2024년 기준으로 6833개의 박물관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박물관도 등급이 나눠지는데요, 수장품 관리, 과학연구, 전시방법 및 서비스 등의 여러 방면의 종합점수를 따져서 1,2,3급의 세 가지 등급으로 나눠집니다. 그중 최근 123개의 1급 박물관이 추가되어 현재는 총 327개이며, 2023년 작년에만 12.9억 명이 각종 박물관을 방문했다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근래에 새롭게 지어지는 박물관이 중국 전역에서 매해 약 300개가 새로 지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로서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박물관을 가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조금 더 관련 기록을 적어보면, 2023년 중국 박물관 전시는 4만 회가 전시되었으며, 교육활동도 38만 회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연구프로젝트는 3500개, 출판물은 3000여 종, 1.3만 개의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출처 : 인민일보 기사참조)


이런 기사내용들만 보더라도 중국은 참으로 박물관이 많이 있죠? 그중에는 입장료를 받는 곳과 무료인 곳이 있습니다. 중요한 특별전시 같은 경우는 대부분 입장료를 받죠. 입장료가 싸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일 사람들이 몰려 있는걸 보면 참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죠. 조용하게 감상을 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한 나라입니다. 


저희가 방문한 삼성퇴 박물관은 삼성퇴유적이 발견된 곳 바로 옆에 박물관이 있습니다. 현재 삼성퇴 유적지는 1929년 처음 발견된 후, 1980년대에 와서야 체계적인 발굴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유적지는 12㎢ 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면적이며 현재까지 발굴된 내용은 전체 면적에서 0.2%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이 박물관은 1997년에 완공되어 운영되다 2022년 7월 신관이 완성되면서 구전시관은 운영을 안 하고 있습니다. 




앞의 내용을 보시려면 여기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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