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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Jul 10. 2024

중국역사를 다시 쓰는 '삼성퇴'

중국 사천성 삼성퇴 박물관 방문기 (1)

최근 AI의 발달로 인해 여러 방면에서의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중 고고학도 예외가 아니죠. 

고고학이란 것이 학자들의 정보와 데이터를 통해서 가설을 세우고, 이를 증명하는 영역이라고 짧은 생각을 해보는데요, '아마도 그럴 것이다'라는 가설을 가지고서 이를 증명하는 근거자료를 발견하고, 여러 사료들을 찾아 조각 맞추기를 하면서 역사의 스토리가 맞춰지는 것이겠죠. 하지만, 우리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상상하는 것은 가진 데이터와 경험 여부에 의해 한계 지어집니다. 그러하기에 학계로부터 내려오는 관성적 모습을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AI가 나오면서 인공지능이 가진 방대한 데이터의 상호연결을 통해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가설들이 설정되고 우리가 배웠던 역사를 '의심'하면서 역사 이야기들이 새롭게 쓰여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린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습니다. 



여행의 첫 목적지로 삼성퇴박물관을 선택했습니다.


삼성퇴유물, 역사에 질문을 던지다.

삼성퇴(중국어: 三星堆, 병음: Sānxīngduī 싼싱두이[*])는 장강 문명의 유적지의 하나로 중화인민공화국 쓰촨성 청두시에서 40 km 떨어진 고고학적 유적지이다. 삼성퇴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같은 시대의 알려진 중국 예술과 완전히 다른 독자적인 예술 양식을 나타내 고고학자들을 놀라게 하였다. 
(출처 : 인터넷 위키백과)


중국 청두시의 도심에서 북쪽방향으로 약 1시간 반정도 차를 타고 가면 삼성퇴박물관이 있습니다. 

삼성퇴박물관은 1929년 처음 발견 이후 이 지역에서 발견된 유물을 전시한 곳인데요, 고대의 고촉문화古蜀文化 유적으로 4500년 전의 유물이 나왔으며, 전시된 유물은 대략 3200년에서 3000년 전의 유물들이라고 합니다. 이곳의 문물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반향을 일으켰죠. 지금 현재도 계속 발굴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발굴된 내용이 전체 추정 발굴내용의 약 0.2%밖에 발굴하지 못했다고 하니 앞으로 어떤 보물들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일지 기대되는 부분이죠. 혹자들은 발굴되는 내용들이 너무 충격적이라 일부러 발굴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음모론도 이야기합니다. 


이 지역의 유물이 드러나면서 중국은 새로운 고대역사의 개념을 잡아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내용을 몇 가지로 정리를 해보자면, 


  1. 중국 고대역사를 다시 해석해야 하는 문제

  2. 중국 한족 황화문명에 대한 재해석

  3. 문자를 남기지 않은 고대 발달문명

  4. 고대 청동기술의 높은 수준

  5. 후대로 이어지지 못한 고도문명

  

얼마 전인 5월 상해 푸동지역에 새로 지은 박물관에서  '三星堆·金沙古蜀文明展 삼성퇴,금사고촉문명전'이 열렸었습니다. 아내는 정말 좋은 전시이고 빨리 가서 봐야 한다고 어찌나 설레발을 치던지 저희 가족도 평일 아이 학교 마치는 날 픽업을 해서 보러 갔었습니다. 무슨 전시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따라갔었는데, 이 전시더군요. 정확히는 삼성퇴와 삼성퇴 문화를 이어받았다고 여겨지는 금사고촉문화를 같이 전시하는 전시였습니다. 


대도시에 그것도 새로 단장한 박물관이 '삼성퇴 유물'을 전시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몇 년 전 중국의 CCTV에서 집중보도를 했고, 시진핑 주석이 이에 대해 발언을 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삼성퇴 띄우기를 정부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중국정부가 자국에서 하는 일에 미주알고주알 할 수는 없으나, '동북공정'의 전과가 있는 중국의 역사공정은 또 어떻게 결과를 만들어 놓고 전개를 할지 의심의 눈초리를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삼성퇴가 가짜유물은 아니기에 저도 이 지역을 방문하면서 도대체 무엇인지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삼성퇴박물관에 전시된 삼성퇴 가면들


위의 사진과 같은 조금은 괴상한 가면을 어디선가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런 모습의 가면이 수없이 발굴되는 곳이 바로 이곳 삼성퇴입니다. 

찢어진 커다란 눈, 꽉 다문 입술, 단순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동양사람, 중국인의 얼굴로 볼 수 없는 이런 모습의 문물들이 중국에서 발굴되다 보니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이들은 과연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 무엇 때문에 이런 문물들을 만들어서 남겼는가? 왜 이 문명은 후기 문명으로 지속되지 않고 단절되었는가? 어떠한 문자 없이 너무나 이국적인 문양과 형태를 가진 유물들. 어떤 이들은 고대 외계인의 문명이 아닐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합니다. 


삼성퇴 가면과 나미족 이미지 대조


영화 '아바타' 나비족 이미지의 모티브가 삼성퇴 가면이다?

삼성퇴유적이 언론에 발표되면서 대중들은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하고 이런저런 소문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중의 하나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 얼굴이 삼성퇴를 접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영감을 얻어서 디자인되었다는 주장이죠. 

과연 그럴까요? 요건 좀 아닌 거 같아서 여기저기 찾아보고 챗GPT한테도 물어봤는데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나오더군요. 당사자인 카메론 감독이 알 테지만, 아마도 중국 호사가들이 자국의 핫한 문물을 어떻게든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이야기들을 덧붙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애교로 우리가 중국인들을 이해해 줘야 할 듯싶습니다. 


삼성퇴 발견으로 고대 전설 속 이야기의 뿌리를 알게 되었다?

중국의 고대(하나라때 지은 책이란 설이 있음)부터 내려오는 책중에 '산해경山海经'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신화 및 지리를 기록한 책인데 후대 지식인들이 여러 판권을 발행하고 언급을 했던 책이라 많은 중국인들은 책의 존재를 알고 있죠. 이 책에는 신화적 동물을 형상화한 다양한 그림들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시대를 겪으면서 내용이 추가됐는지는 모르지만 판타지영화에서나 볼법한 동물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일종의 하이브리드 동물들이죠. 우리에게 많이 익숙한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九尾狐'도 이 책에서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중국의 문화와는 상호작용이 많아서 어디가 먼저라고 이야기하기 민감한 부분이지만, 이런 오랜 고서에 등장했다고 하니 왠지 중국에서 건너온 이야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그게 무엇이든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상상 속의 기원을 알 수 없는 신화적 이야기라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삼성퇴 유물들이 발견되면서 이러한 오랜 이야기들의 기원을 뒷받침 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발견된 고대 유물들에서 산해경에서 보여주는 동물들과 유사한 형태의 동물형태나 문양들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중국 고서 산해경 山海经


산해경의 내용 중에는,

'신神나무가 있는데 여기에는 10개의 태양과 10마리의 새가 있다. 매일 새가 한 개의 태양을 물고 하늘로 올라간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발굴된 삼성퇴유물 중에서 이 이야기를 보여주는 유물이 발견됩니다. 

중국의 고문헌 중에는 后羿射日라는 말이 고사가 나옵니다, 초등학생들도 아는 이야기인데요. 이 고사와도 연관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이렇게 한 마리씩 하늘로 올라가던 새가 무슨 이유인지 한꺼번에 하늘로 올라가는 바람에 온 세상이 가뭄이 들고 말라비틀어지게 됩니다. 이에 后羿라 불리는 이가 9개의 새를 활로 쏴서 떨어뜨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하늘에는 지금처럼 하나의 태양이 남게 되었다는 거죠. 


산해경의 전설을 보여주는 삼성퇴 대표적 유물


이런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이야기가 발굴된 수천 년 전의 고대유물에서 유사한 표현이 되어 있으니 중국인들이 흥분할 만도 할 것입니다. 



촉나라 글자의 유래

촉나라의 한자표현은 '蜀'이라고 적습니다. 중국은 각 성을 대표하는 글자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쓰촨성 즉 사천성은 이 글자를 사용합니다. 이 글자를 자세히 보면 아래에 '虫‘이 들어가 있는데요. 벌레 충자입니다. 그런데 이 벌레 충자가 지칭하는 건 바로 '누에'라고 합니다. 


삼성퇴유적들 중에는 뱀과 누에를 표현하는 문양들이 유난히 많이 보입니다. 현대 학자들의 해석에 의하면, 뱀이나 누에는 새롭게 탈피를 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 생명, 새로운 부활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숭상했다는 해석을 합니다. 중국역사에서 비단 하면 주로 남방의 쑤저우(苏州소주)가 유명한데요, 고대 중국에서는 사천지역이 시작점이었나 봅니다. 

‘蜀촉’ 글자를 설명하는 박물관 개인 안내원

이렇듯 중국 한자를 보면 과거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사천성이 '촉'자를 쓰듯이 하남성은 '豫yu'라는 글자를 씁니다. 여기엔 '코끼리 상象'의 글자가 들어가 있는데요. 과거 코끼리 서직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참고내용)

저희는 내용을 좀 더 깊이 알고자 방문 전에 앱을 통해서 설명가이드를 섭외했습니다. 이런 분들이 꽤 계시는데요, 3시간 넘게 저희를 포함 약 15명 정도 되는 인원을 데리고 박물관 유물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비용은 개인당 270위안이었는데 여기엔 박물관 입장료 70위안이 포함된 가격이었죠. 나름 많은 연구를 해서 알려주시기에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아마도 박물관에 등록을 해서 이런 일을 하는 듯싶었습니다. 박물관 소속이 아니라 등록을 해 놓고 개인적으로 고객을 모집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그 많은 상아는 어디서 왔는가?

유물 발굴할 때마다 상아가 무더기로 발견되곤 합니다. 신기한 건 상아를 위에 잔뜩 깔아놓고 그 밑에 유물들이 보이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그 많은 상아는 다 어디서 왔을까요?

알다시피 중국 서북쪽은 코끼리의 서식지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코끼리는 열대 및 일부 온열대에서 서식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죠. 그런데 4-5천 년 전의 고대유적에서 코끼리 상아가 무더기로 발견되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여러 추정이 있을 수 있지만, 최근 학자들의 주장으로는 당시의 이 지역 생태가 코끼리 서식이 가능한 기후였었다는 주장입니다. 발견된 상아 중에는 그 크기가 1.8미터가 넘는 것도 발견되는데 이 정도 상아의 크기라면 최대 5~6미터의 코끼리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는데요, 이 정도의 코끼리가 성장할 정도로 적합한 생태기후였다는 거죠. 상아가 무역을 통해 혹은 조공관계를 통해서 건너왔는지, 아니면 당시 기후에서 자생하고 있었는지는 더 연구가 진행되면 명확해질 것입니다. 유물 중에서는 간혹 바다 조개껍데기도 보이는데 이것도 참 설명이 쉽지 않은 내용입니다.



출토될 당시의 모습, 상아가 여러 유물들과 함께 썪여있음을 볼 수 있다.


외계인과 조우한 문명은 아닐까?

발견되는 가면의 형태, 앞서 아바타 이야기도 했듯이 이 지역의 중국인의 얼굴과는 매우 다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어째서 이런 가면을 만들었을까요? 가면들도 그렇고 유물들 중에서는 특히나 눈에 대한 표현이 많이 보입니다. 커다란 눈과 함께 눈 자체가 튀어나온 형태의 가면도 볼 수 있고, 눈의 형태를 따로 표현한 유물들도 종종 보입니다.

아마도 고대 사람들도 세상을 제대로 보는 것에 많은 의미를 두었던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여겨집니다. 기후의 변화가 중요하기에 그리고 적의 침입이 언제 있는지 알고 싶기에 '제대로 볼 수 있음'에 의미를 둔 것이 아닐까요? 현재를 사는 우리들도 눈이 있다고 해서 세상을 제대로 보는 것은 아니니깐요. 아니 어쩌면 넘쳐나는 정보와 가짜뉴스들로 고대인들보다 대상을 더 못 볼 수도 있죠.

이렇듯 기존 문명과는 너무나 다른 삼성퇴 문명으로 인해서 많은 대중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합니다.

미스터리에 갇힌 삼성퇴문명의 비밀은 언제쯤 완전 해석이 될 수 있을까요? 

글의 서두에도 이야기했듯이 어쩌면 인공지능이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당시 외계인과 조우를 하고 이들을 섬기는 가면을 만든 건 아닐까? 
이들의 종족이 외계인과 인간의 혼종으로 구성된 건? 
지금까지 더디게 발굴하는 이유가 중국당국이 발표 못할 뭔가의 획기적인 내용이 있기 때문 아닐까? 


저도 한번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중국 SNS에서 풍자되는 삼성퇴유물들 (AI생성으로 추정됨)




흥미로운 유물이 발견된 이 박물관을 직접 경험해 보니 적을 내용도 많이 생깁니다. 

하나의 지면에 옮기기엔 읽는 분들이나 저도 고충이 있기에 글을 나눠서 적어봅니다.


'중국 사천성 삼성퇴 박물관 방문기 (2)_앵그리버드, 니가 거기서 왜?' 를 기대해 주시죠. 



그리고 삼성퇴를 잘 설명해 주는 국내기사가 있어 링크를 옮겨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께 보시면 삼성퇴에 대한 이해가 더 잘 되실 듯싶습니다.

우리도 이런 고대 문명이 발견되면 좋을 듯싶은데... 어디서 우리의 고대 문명이 잠자고 있을까요? ^^


참고링크) 경향신문 2020.02.11_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원숭이도 포기한 '오랑캐' 오명 씻은 '삼성퇴’ 유적… 촉 문명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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