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작가 with 공동체공간
아무 생각 없이 켜둔 라디오를 듣는다. 평소 생각도 하지 않았던 주제와 견해가 우수수 쏟아져 나온다. ‘아, 이런 이슈가 있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는구나.’ 모든 이야기를 들으니 숨겨놓았던 고민거리와 이야기 거리가 있다. 소소한 이야기와 크게 말하지 못했던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 곳, ‘동작FM’을 알아보자.
*동작FM의 박열음 홍보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동작FM #설립_목적 #정체성 #운영방향
동작FM은 마을방송국으로서 지역에서 미디어 운동을 하고 있어요.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라디오라는 매체를 이용합니다. 또 지역의 공론장 역할도 하고 있어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특히 방송국이 자리한 노량진은 문화적으로 소외되거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층과 하숙집을 운영하면서 동네가 재개발되기만 기다리고 있는 노년층이 주로 살고 계세요. 기본적으로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데 ‘그것조차 사치이다.’라고 생각하시죠. 그분들이 문화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어요.
#공간 #운영 #공동체 #운영_그룹 #소개
개인 혹은 단체의 장으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서 노력 하시는 분들이 ‘우리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려면 방송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의기투합하셨어요. 일정 기간 미디어 교육을 받은 후, 개인 작업실이었던 이 공간에서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동작FM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초창기에 도움을 주신 분들이 현재까지도 저희 방송국의 운영위원회로 활동을 하고 계세요. 여성,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도 계시고 지역의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 역사를 연구하거나 어린이, 청소년 혁신 교육 등 지역사회에 필요한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계시죠. 방송국의 운영진이 대부분 지역 주민이고요. 정책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활동도 합니다.
지역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창구이죠.
지역사회의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과 변화를 촉구하는 활동을 합니다.
지역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창구이죠.
#프로그램 #구성 #방법 #비하인드 #에피소드 #문제야_문제_이_세상_속에
‘지역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뭘까?’에 대한 조사를 먼저 해요.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혹은 ‘이런 것들에 관한 것이면 좋겠다.’라는 목소리를 듣는거죠. ‘동작구에 살면서 필요한 것이 뭘까?’ ‘영화관, 공연장도 없고 그 흔한 쇼핑센터도 없는데 어디에서 주민들이 모여서 어떤 재미있는 일들을 해볼까?’ 동작구, 특히 노량진 지역은 문화 시설이 낙후되어 문화적으로 도태되어 있어요, 그런 것들에 대한 목마름을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고 ‘좋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참여하고 싶다.’라는 의견이 있기에, 다양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원룸마켓 같은, 청년 생활자들이 이곳에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서 ‘청년들의 니즈는 뭘까?’ 생각해요. 시험 준비를 끝내고 취업해서 나갈 때, 중고거래를 많이 하더라고요. 참고서, 플라스틱 서랍, 전신거울 이런 것들 멀리 가서 사오기는 굉장히 애매한 것 들이요. 그래서 중고 직거래 마켓을 기획했습니다. 그랬더니 청년 생활자들이 학원 쉬는 시간에 와서 구입을 한다던가, 실제로 서로 교류 하더라고요. 마켓 한 쪽에서 타로카드와 캐리커쳐 부스도 함께 운영했어요.
캐리커쳐 같은 경우는 청년층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도구에요. 사실 노량진에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은 누군가가 자기에게 관심을 기울이거나, 자신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일이 드물어요. 기존의 인간관계를 끊고 공부에만 몰입하다보니 혼자서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되는 거죠. 캐리커처를 그리는 동안 “어떤 시험을 준비하세요?”, “어떻게 그런 걸 하게 됐어요?” 물어보고 그림을 그려주면서 눈을 보고 이야기하는데, 처음에는 굉장히 낯설어 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참 좋아하더라고요. “누군가가 단 10분이라도 자기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 할 때가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그때 했어요. 어쨌든 계속 지역 주민들하고 교류 하면서, 그분들이 하는 이야기를 담아뒀다가 다음 프로그램에 반영하죠. 여기 어떤 것이 필요하고, 어떻게 다가갈 수 있고, 이런 거에 대해서 계속 생각을 하다 보니까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누군가가 단 10분이라도 자기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 할 때가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그때 했어요.
#향수 #프로그램 #기획 #따뜻한 #관심 #사랑 #애정
이곳이 공시생의 섬 같은 곳이지만 사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청년들이지역 경제를 살리는 원동력이기도 해요. 청년들이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은 지역경제로 돌아가요. 하지만 대형학원이 강남 지역으로 많이 옮겨가고 인터넷 강의가 활성화 되면서 이곳에서 지내는 청년의 숫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요. 그러면서 공실율이 높아졌죠. 예전에는 집집마다 하숙생으로 공부를 했다면 그 친구들이 빠져나가면서 노후된 주택에 노령층만 남게 되었어요. 노인들은 젊은 직장인처럼 스스로한테 투자하기 쉽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까 주민 대상 프로그램도 그분들이 쉽게 오실 수 있게 무료로 하거나 아주 적은 금액만 받아서 운영해요. 그분들이 일상에서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계획하죠.
노량진 지역이 재개발구역으로 묶이면서 정체된 세월이 10년이 넘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지역주민으로써 할 수 있는 당연한 요구들도 묻혀있는 상황입니다. “어차피 개발될 건데 여기다 뭘 세우겠어?”라고 변화 자체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되게 많아요. “어차피 좀 버티다가 재개발되면 땅 팔고 나갈 건데.” 하면서 기본적인 욕구까지 참아가면서 서울에 집 한 채를 자식들한테 물려주기 위해서 계속 버티고 있는 거예요. 실제로 재개발이 이루어지기 까지 아주 많은 절차와 시간들이 아직 남아있어요. 한편으로는 공실율에만 계속 초점을 맞추지 않고, 새로운 주민들을 환대하고 문화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어요.
가끔 나이 많은 주민 분들이 “여기 뭐하는 곳이에요?”, “케이블 TV 하는 데예요?”, “여기 TV 방송 신청하는 곳인가요?” 하면서 방송국을 찾아오세요. ‘동작FM’이라고 하니까 공중파, 지상파는 아닌데 뭔가 방송과 관련된 것을 하는 곳 같다고 막연히 생각 하셨나 봐요. 그래서 노령층 주민 분들에게 동작FM을 알리고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기획 중입니다.
‘살롱 드 노량진’이라고 매년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지역 주민과 동작FM의 거리를 좁히고 마을 공론장, 문화적 쉼터로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속하고 있어요. 지역에 있는 꽃집 사장님 모셔다 꽃꽂이를 하거나 근처에 사시는 그림책 작가님과 그림 수업을 해요. 하반기에는 노령층과 함께 하는 다양한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을 할 것 같습니다.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라고 동작구의 독립운동, 민주화 운동 역사와 관련된 콘텐츠로 방송하는 두 분이 계세요. ‘동작역사문화연구소’라는 이름으로 교육, 출판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역사적인 유산들을 계속 발굴하는 작업을 하고 계세요. 그분들과 협업을 해서 지역의 역사 콘텐츠를 발굴하죠. 청소년들도 만나고요. 방송국으로써 할 수 있는 것이 아카이빙인 것 같아요. 이 작업을 통해 ‘다른 지역보다 문화가 별로 없을 것 같다.’ 생각하셨던 것이 ‘아니다, 동작구에도 풍부한 문화유산들이 남아있다.’라는 인식으로 바뀌면 좋을 것 같아요. 지역에 대한 애정도 높아졌으면 좋겠고요. 그래서 계속 이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노년층 #홍보 #어렵 #어떻게 #널리 #홍익인간
저희 방송국 국장님이 이 동네의 통장이에요. 통장님들은 대부분 노령이시고 사업을 하거나 동네 음식점 사장님인 분이 많은데요. 국장님이 아마 전국에서 최연소 통장일 거예요. 지역의 주민들을 보다 가깝게 만나기 위해서 통장도 하고 마을계획단에도 속해 있어요. 전단지, 홍보 포스터나 이런 것들도 주요한 방법이긴 하지만, 면대면으로 만나기에 통장이 굉장히 좋은 위치입니다. 또 통장 커뮤니티 안에서 동작FM이 알려지는 것도 있고요. 더불어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활동하기 위해서 소규모 동네 음악회, 에너지축제 같은 곳의 음향, 무대 등에 저희의 인력과 기술을 계속 지원하고 있어요.
저희는 주민과 교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는 편이에요. 마을방송국이다 보니까 프로그램 안에 지역 주민들을 초대하는 프로그램이 몇 개 있어요. 그런 것들도 효과가 좋더라고요. 지역 주민이 방송에 출연해서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특별한 경험이 되죠. “내가 방송에 출연하다니!”라고 이야기하면서 엄청 좋아하세요. 자기가 나온 방송 링크를 지인들한테 보내주고요. ‘특별한 사람들만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굉장히 좋더라고요. 주민 초대석 같은 걸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분들을 초대해요. 그런 분들이 알아서 홍보해주시고 사람들이 “어디서 녹음했냐?” 물어보면 “야 거기 동작구청 후문에 방송국이 있는데 몰라?”하고 이야기해요. 자연스럽게 동작FM을 이야기하고 홍보가 되면서 오신 분들이 “사실 제가 라디오 디제이가 꿈이었다.”라고 말씀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분들과 함께 신규 방송을 만들기도 하죠.
#기억 #남는 #일 #보람 #뿌듯 #이_맛에_일한다
동작FM은 7년차 방송국인데요. ‘친절한 영화씨’라는 200회 넘는 최장수 팀이 있어요. 장수한 이유가 20대 친구들이 기수를 바꿔가면서 DJ를 하는 거예요. 선배가 취직해서 동작FM 마이크를 놓게 되면 후배를 영입해서 양성해요. 역대 DJ들이 대부분 방송 쪽을 지망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실제로 이곳에서 방송했던 경험이 면접에서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하신 적도 있고요. 지역 방송국에서의 많은 경험들이 본인의 꿈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하고 경험치가 되어주죠. 그런 부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실제로 보람도 느끼고요. ‘친절한 영화씨’같은 경우는 개인적으로 노력도 많이 하시고 방송에 애정도 많아서 실제로 들으면 모두가 프로 같더라고요. 그렇습니다.
#다른_동네FM #협업 #생각 #실행
실제로 마을미디어 네트워크가 있어요. 마포FM, 관악FM, 강북FM 등등 서울 지역에만 해도 수십 군데의 마을방송국이 있습니다. 그 네트워크 안에서 저희도 활발히 교류 중이에요. 1년에 한 번 1박 2일 동안 워크숍도 해요. 서울 마을 미디어 네트워크 차원에서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있고요. 서울시에서 지원을 받고 있고 마을 미디어 차원에서, 마을 미디어 관련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미션이에요.
전국의 마을 미디어들이 법적,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고, 국가의 예산이 마을 미디어, 마을 라디오에 투입이 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요. 계속 서울시 의원하고도 이야기하고 국회의원들과도 이야기하고 있어요. 관련 조례나 법이 제정되면 제작 환경이나 활동가에 대한 처우가 나아지겠죠.
공중파 같은 경우에는 방송을 보는 시청자를 생각하잖아요. 시청자에게 ‘우리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요. 물론 저희도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지만, 기본 모토는 ‘만드는 사람들이 즐거워야 한다.’ 이거든요. 주민들이 방송을 하면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고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 자체로 유의미한 작업이죠. 방송을 하다 보면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던 분들도 지역사회와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이런 욕심이 생기나봐요.
‘엄마는 방송중’이라는 팀이 있는데요. 그 팀은 여기서 라디오 방송을 만들면서 지금은 별도의 지원사업을 받아서 잡지도 만들고 계세요. 라디오를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다가가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는거에요.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보낸 사이에 부랴부랴 기사 써서 잡지를 작년에 2번 발행하셨어요. 동작도서관, 숲속도서관 같은 지역도서관에 가면 엄마들이 직접 만든 잡지가 있는 거죠. 육아하는 다른 엄마들이 보면 좋을 정보들이 있고 지역 주민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기사들이 많아요. 아이들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 물놀이장 정보 이런 것들이 있어요. 이런 것들이 마을미디어가 갖는 힘이죠.
#구성원 #갈등 #어려움 #문제 #해결
소규모로 사람들과 하는 일이니까 어려움이 많죠. 대기업은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보호받는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여기는 일당백이에요. 사람 한 명 없으면 빈자리가 크고, 하루 휴가를 간다면 그게 고스란히 다른 사람 몫이 되는 거예요. 그런 구조다 보니까 저희는 기본적으로 최대한 그 활동가들이 번아웃 되지 않게 지속적으로 대체 휴무를 준다거나 혹은 자율적으로 본인의 근무 시간을 조율할 수 있게 이야기해요. 회의시간에 가감 없이 자기 의견을 말합니다. 상근활동가들끼리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위원 분들이 제3자의 시선으로 봐주시기도 하고요. ‘이러한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까?’라고 했을 때, 공론화를 시키는 것 같아요. 숨어서 끙끙 앓지 않고요.
누군가에게 라디오는 단순히 적막함을 숨겨주는 친구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다면 라디오를 켜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호기심과 행동력이 생겼으면 한다. 동작FM의 역사와 지향성을 흡수하며 디제이가 되고 싶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작지만 소중한 움직임을 가지고 싶다.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 도시작가 시즌2, 김인아 작가
본 글은 서울시공동체공간 X NSPACE with 도시작가 프로젝트로 쓰였습니다.
동작FM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8길 46 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