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부터 해야 할 집안일이 많아서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흥얼거리며 하고 있다. 무엇을 듣고 있냐 하면, 마이클 잭슨의 노래다! 하나라도 빠뜨릴 수 없는 명곡들이다. 감성 돋는 발라드부터 해서 댄스까지,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완벽하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잭슨의 노래는 빛이 바라지 않는다. 여전히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으며 ‘그’만의 감성이 있다.마이클 잭슨을 대신할 가수는 아무도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오래 전에 10년 전 쯤일까… ‘마이클 잭슨 사망’ 이란 기사를 보고 이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무슨 일이야? 그럼 이제 이 분의 새 노래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고 볼 수도 없다는 건가… TV를 틀어보니 뉴스에 나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오열을 했다. 그 때의 내 감정,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정말로 혼란스러웠다. 너무 당황하거나 슬프면 눈물도 안 난다는 말을 그때 깨달았다.
그 당시에 사귀었던 남자친구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팝송을 듣지 않는 사람이라 이해하는 척하고 넘어가려 했지만, 나에게 ‘오버 한다’는 식으로 얘길 하는 그가 너무 싫었다. 너무 화가 나서 눈에 불꽃이 솟아 올랐다. 그와 나는 평소에 듣는 노래 취향이 완전히 달랐다. 거의 반대라고 생각하면 될 정도였다.
그때 생각했다.
‘같이 있으면 마이클 잭슨은 자주 들을 텐데, 나랑 오래 함께 할 수는 없겠구나’
24살에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니!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팝송을 듣지 않는다고 해서 또 마이클 잭슨을 슬퍼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오래 사귈 수 없다고 생각을 했다니! 그 후로 나는 남자친구에게 좋아하는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결국 헤어졌지만 꼭 마이클 잭슨 때문은 아니었다.
이 얘기를 친한 언니한테 했었는데 언닌 ‘꼭 너답다’라고 말하며 숨 넘어갈 듯이 웃었다.
남편과 차 타고 우린 쇼핑하러 간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가사도 다 모르면서 흥얼거린다. 몇몇 곡은 남편이랑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그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또 흥얼거린다. 남편이랑 난 이렇게 취향이 비슷하고 잘 맞다. 남편이 나에게 많이 맞춰준다는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지만, 이게 어딘가!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들으면서 같이 놀 수 있다니!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었다. 이 순간은 내가 남편과 결혼하길 참 잘 했다고 여러 번 생각한다.
나에게 완벽한 듯한 남편이지만 그런 그에게 나와 정 반대의 성향이 하나 있다. 그는 책을 읽지 않는다. 같이 살면서 한 사람이 책을 읽으면 따라 읽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면서 같이 서점가서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사주었는데 책장 어딘가에 잘 놓여져 있다. 30년이 넘게 그 만의 방식으로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바뀔 리가. 에이, 그럴 리가. 그래도 요즘 육아서를 조금씩 읽고 나에게 이야기 해 주는 모습이 대견하고 귀엽다.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가 우리 집을 가득 메우고 있는 지금, 뱃속에서 신난다고 꿈틀대며 움직이는 우리아기 뚜이랑 같이 즐기고 있다. 나에게 완벽한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마이클 잭슨 노래를 들으며 같이 따라 부를 수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잭슨 노래를 들으며 온갖 잡생각을 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