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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책방 Jan 09. 2019

책 빌리러 가야지


예약한 도서가 들어왔다고 도서관에서 메시지가 왔다. 3권 예약 해 놨었는데 그중 한 권이 들어왔다고 한다. 기대도 않고 있었지만 도서관 메시지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집에서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도서관은 나에게 책 빌리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빌린 책 중에 줄 좍좍 그어가며 찬찬히 읽고 싶은 책은 종이책으로 구매하기도 한다. 이사하기 전 집을 보러 다니는데 마음에 드는 동네가 두 군데 있었다. 예전 살던 곳과 거리가 멀지는 않았지만 두 군데의 공통점이라면 지하철 역 근처에 마트나 시장이 옆에 있거나 도서관도 근처에 있다는 것이었다. 둘 중에 우리 사정에 맞고 마음에 드는 곳으로 이사 왔다. 

책도 엄청나게 많이 읽는 것도 아니면서 그저 도서관이 근처에 있다는 게 좋았다. 


생각해보면 도서관에서 책 빌리고 그곳에서 앉아 읽다가 온 적은 거의 없다. 언제나 빌리고 반납하는 곳이었다. 어릴 적엔 친구들과 책 빌리러 갔다가 매점에서 컵라면 먹고 오는 추억이 떠 오를 정도로 재미있는 곳이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먹는 컵라면이 운동회 때 먹는 도시락만큼은 아니더라도 꿀맛이었다. 

중학생 땐 시리즈로 나온 판타지 책에 빠진 적이 있었다. ‘퇴마록’이나 ‘묵향’과 같은 소설들. 단 번에 빨려 들어갈 듯이 재미있게 읽었지만 사진 않았다. 그저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친구와 여러 권 같이 빌려 돌려가며 읽기도 했다. 그것도 빌려서 도서관 열람실에서 읽었던 건 아니다. 도서관 밖의 벤치에 앉아서 읽거나 집에 가지고 와 침대에 앉아 읽었다. 


왜 도서관에선 책을 잘 읽지 않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난 도서관의 딱딱한 의자가 무척이나 싫다. 거기에다가 너무나 조용한 분위기에 나의 소음이 상대방에게 폐가 될까 눈치 보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의 소음 있는 곳이 좋았다. 편하게 집에서 물 한잔 마시며 침대에 앉아 헤드에 등받이고 배게 위에 책 올려 읽곤 했다. 혹은 엎드려서 편하게 읽고 싶었다. 어떤 날은 빌려온 책을 가지고 엄마가 있는 피아노 학원의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피아노 소리 들으며 책 읽기도 좋았다. 학원생들이 많은 날에는 원장실에 들어가 문 닫고 엄마를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혼자 책 읽기도 했다. 결론은 적당한 소음이 없고 딱딱한 분위기의 조용한 도서관에서는 책 읽기가 참 불편하다. 다른 사람들은 잘만 읽던데 내 취향은 아닌가 보다. 어쩌면 책 읽는 습관을 처음부터 ‘편하게 읽기’로 들여서 그럴지도 모른단 생각도 든다. 



 그래도 도서관에 가면 일단 기분부터 좋아진다. 들어서자마자 입구부터 느껴지는 책 특유의 냄새가 날 맞이해준다. 여러 책들을 구경할 수 있고 읽지 못한 책이 무척이나 많기에 책 욕심이 마구 생긴다. 게다가 책 고르는 사람들의 눈빛을 보는 게 재미난다. 도서관의 책장 사이사이로 사람들이 책 고르는 모습을 마주치는 순간이 흥미롭다. 새 책도 좋지만 여러 사람들의 흔적이 있는 손때 묻은 책은 정겹기까지 하다. 읽고 싶었던 책,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머릿속 물음표가 생기는 책 몇 권을 빌려 집으로 온다. 빌려온 책을 보며 요즘 내가 무엇에 꽂혀 있는지 생각해 보기도 한다.



빌려온 책들을 모두 다 읽고 반납하는 건 아니지만, 빌려 온 책들이 다 좋았던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책 한 권의 1/3은 꼭 읽어보려고 한다. 그래야 지금 나와 맞는 책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다. 지난주에 빌린 책 중에는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책이 있어 두 권 정도 바로 샀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다니,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어서 예약 해 놓은 책 빌러 가야겠다. 도서관 다닐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다니고 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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