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를 여행하는 동안 몇 번이나 가서 먹고 왔다. 여행 중에 같은 식당을 두 번 이상 가면 단골 식당이 되는 셈인데. 생각만 해도 입안에 군침 도는 햄버거. 나의 인생 햄버거! 사실 이 햄버거가 너무나 먹고 싶어서, 그리워서, 지금 사진을 몇 번이나 보고 있었다. 그래도 잘츠부르크의 햄버거만큼은 아니지만 서울에서 먹을 수 있는, 고기 패티가 맛있는 곳이 있다. 뉴욕에서 온 ‘쉐이크쉑’ 햄버거. 며칠 동안 햄버거앓이를 하다가 결국 어제 퇴근하고 남편 운전시켜서 스타필드에 있는 쉑쉑버거로 달려갔었다. 한 입 먹고 맛있다고 하고, 몇 번 먹고 여기 오길 잘했다고 하고, 다 먹고는 잘츠부르크의 햄버거를 떠올렸다. 언제 다시 한번 갈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를 들으면 아마도 모차르트를 떠올릴 텐데. 물론 그곳에서의 모차르트 생가도 좋았고, 성도 참 멋있었고, 아름다운 거리도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곳에서 먹은 맥주, 커피, 케이크까지! 좋은 기억들만 가득한 곳이다. 다만 햄버거가 가장 먼저 생각날 뿐.
유럽 여행을 가면 여행 중간에 나와 남편은 각각 찾는 음식이 있다. 나는 언제나 베트남 쌀국수 국물을 찾고, 남편은 햄버거를 떠올린다. 평소에 많이 먹지 않는 음식을 먹어서인지 속을 시원하게 쓸어내려줄 쌀국수 국물이 항상 생각난다. 그 시원하고도 진한 국물을 먹고 나면 다음 단계 음식을 먹어도 될 것 같은 기분이다. 베트남 사람도 아닌데 왜 그럴까. 나도 그렇지만 남편은 왜 햄버거를 찾을까. 어딜 가든 햄버거는 한 번씩은 꼭 먹는 것 같다. 평소에 햄버거를 즐겨 먹지 않는 나지만, 남편이 먹고 싶어 하니, 찾아가서 먹는다.
작년 오스트리아 여행 중에 갔었던 잘츠부르크. 이 소도시를 우린 3일 동안 있으며 여기저기 곳곳을 돌아다니고 슈니첼을 자주 먹었다. 평소에 돈가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 두툼한 일본식 돈가스보다는 얇고 소스와 함께 먹는 경양식 돈가스를 더 선호한다. 이 곳 오스트리아의 전통음식인 슈니첼이 꼭 그랬다. 얇은 고기 튀김에 라즈베리 잼을 곁들여 먹는다. 한 번 먹고 반해서 여행 중에 여러 번 먹었다. 다른 맛있는 음식도 많았는데, 슈니첼을 아마도 가장 많이 먹었지 싶다. 그러다 여행의 중간인 잘츠부르크에서 햄버거 맛집을 찾았다. 햄버거는 햄버거일 뿐인데, 맛있어 봤자 얼마나 맛있을까. 별 큰 기대도 없었다. 게다가 내가 원하는 슈니첼을 자주 먹었으니 남편이 좋아하는 햄버거를 먹는 게 아무래도 좋을 것 같았다.
구글 지도를 보며 찾아간 햄버거 가게. 잘츠부르크 시내에 있는 'Bugerista'. 맥도날드, 버거킹과는 달리 이곳 햄버거는 주문하고 만드는 것 같아 보였다. 햄버거 한입 먹고 감자 칩을 소스에 찍어 한입 먹고. 어라, 이건 내가 먹던 햄버거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인생 버거를 만났다. 여태 먹었던 햄버거는 이 곳에 비교할 것이 못되었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일단 햄버거 빵은 고소하고도 부드러워서 빵부터가 먹기 좋고 따로 먹어도 맛있을 정도. 야채가 싱싱한 건 당연하고, 치즈는 두툼하고 진했다. 가장 중요한 고기 패티! 일단 고기의 나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촉촉하고 적당한 기름과 고기는 잘 어우러져 입 안에서 춤을 추었다! 고기 패티가 마르지도 않고 기름과 같이 잘 씹히다니. 내 생애 그토록 맛있는 햄버거는 아직 먹어보지 못했었다!
감자튀김은 어땠나. 바싹 마르거나 기름기가 흥건한 패스트푸드의 감자튀김과는 달리, 이건 정말로 훌륭한 감자튀김이었다. 그리고 이 곳만의 특제 소스가 여섯 가지 있는데, 이 소스들은 한국 갈 때 꼭 사서 가고 싶었다.
미국식의 싸고 대강 식사 때우기용 햄버거만 있는 게 아니다. 이렇게 기품 있고 우아한 도시에서도 햄버거가 있고 훌륭하다.
아… 아직도 그 맛이 잊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