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해지고 싶다고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by 미아취향

단 숨에 읽어버렸다.

장강명 작가의 글은 일단 가독성이 좋다. 작년에 읽었던 장강명 작가의 책들을 보면, 쉽게 잘 읽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공감대 형성이 잘 된다는 점이다.

책의 제목에 강하게 끌려 읽기 시작했다.



주인공 계나는 한국이 싫어서 행복해지기 위해 호주로 떠났다. 이 말만 들어도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나도 호주 다녀온 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나의 워킹홀리데이는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영어공부, 일, 여행, 친구들.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돌아왔다. 그래서일까, 호주로 이민을 항상 가고 싶었다. 하지만 취업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가장 큰 이유는 가족과 떨어져 산다는 게 외로웠던 것. 또 취업을 하면서 일이 힘들어도 월급이 주는 달콤함에 이내 취해버렸다.




한국에 돌아와서. 왜 다시 호주로 가고 싶었을까.

일단 평범한 가정에서 나고 자란 내가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로 나가려 하는데 두려웠다. 회사와 가까운 적당한 곳에 살면서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괜찮은 직장에 취직해 일하며, 문화생활을 즐기고 친구들과 함께하며 살고 싶다. 이렇게 평범한 행복이 쉬이 오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는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건……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p.11)



내가 까다로운가? 눈높이가 높은 건가? 생각하다 보면 결국은 ‘여기서 못 살겠어’로 결론이 난다.

그냥 내 선택으로, 내 의지 껏 살았던 게 좋았다. 최저로 살아도 잘 살 수 있었다. 최소한의 행복이 보장되어 있다.

서울의 빡빡한 도시의 삶이 숨 막혔다. 쉴 틈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한국에서 투덜거리면서도 살고 있는 걸 보면 결심하고 실천할 큰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읽는 내내 공감이 되고 사회에 불만이 쌓였던 마음을 긁어줘서 시원했다. 그래도 답답함이 풀려 마냥 시원했던 건 아니었다.



난 우리나라 행복 지수 순위가 몇 위고 하는 문제는 관심 없어.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고. 그런데 여기서는 행복할 수 없어. (p.61)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스스럼없이 보여주고 있어 불편하기도 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을 비판하는데 변호해주지 못하고 구구절절이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뿐이다. 계나는 행복을 찾아 다시 떠났다. 마냥 도피만이 좋은 걸까 싶다가도 붙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이 곳이 더 사람답게 살고 최저의 행복이 보장된 곳으로 점점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지 않나. 자기 행복을 아끼다 못해 어디 깊은 곳에 꽁꽁 싸 놓지. 그리고 자기 행복이 아닌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를 버티는 거야. 집 사느라 빚 잔뜩 지고 현금이 없어서 절절매는 거랑 똑같지 뭐.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라도 남을 불행하게 만들려고 해. 가게에서 진상 떠는 거, 며느리 괴롭히는 거, 부하 직원 못살게 구는 거, 그게 다 이 맥락 아닐까? 아주 사람 취급을 안 해주잖아. 난 그렇게 살지 못해.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고. 정말 우스운 게, 사실 젊은 애들이 호주로 오려는 이유가 바로 그 사람대접받으려고 그러는 거야. 접시를 닦으며 살아도 호주가 좋다 이거지. 사람대접을 받으니까. (p.185)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