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아책방 Jan 02. 2019

공간을 채우는 향

공간을 채우는 향


내가 있는 공간에 어떤 냄새가 나는지, 내가 먹는 것엔 어떤 냄새가 나고 있는지, 내가 입는 옷에는 어떤 냄새가 나고 있을지, 항상 신경 쓰이고 민감한 편이다. 다른 사람들을 의식해서 예민한 게 아니다. 그저 스스로가 의식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집에는 언제나 초가 많다. (향이 나는 초나 향이 나지 않는 무향의 초이거나.) 


음식을 할 때 온 집에 냄새나는 게 싫어서 방 문을 꼭꼭 닫는다. 그리고 빨리 환기되라고 현관과 베란다 창문을 열어둔다. 밖이 아주 추운 겨울에도 연다. 상관없다. 아무리 공기 청정기를 틀어 놓는다 한들, 자연 환기만큼 가장 빠른 건 없다. 집에 있는 가족들이 춥다고 해도 조금만 참으라고 한다. 물론 우리 집이 어떤 좋은 향으로 그윽하게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쾌쾌하거나 이상한 냄새는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늘 같이 미세먼지가 아주 나쁜 날에는 향초를 자주 피운다. 공기청정기는 하루 종일 돌린다. 


이미지출처 : 구글 

향초를 살 때 무척이나 신중하다. 미리 향을 맡아보지 않고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향이 짙어서는 안 되고, 꽃 향이 너무나 그윽해서도 안 된다. 쉽게 질리기 때문이다. 


향초뿐만 아니라 섬유유연제나 향수도 마찬가지다. 친구에게서 뿜어 나오는 향이나, 어느 가게에서 나오는 향이 좋으면 물어본다. 어떤 섬유유연제를 썼는지, 어떤 디퓨져를 쓰고 있는지 궁금하니깐. 집에서 빨래하고 건조대에 빨래를 널고 있을 때. 그 순간을 무척이나 즐긴다. 집에 좋아하는 향으로 퍼지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섬유유연제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넣지도 않고, 적정량에서 덜 넣는 정도다. 은은하게 집 안을 덮고 있는 걸 좋아하니까.


 같이 살고 있는 우리 집사람, 남편도 역시 나와 비슷하게 닮아가고 있음을 종종 느끼고 있다. 어제저녁, 환기를 시키고 남편과 생강차를 마시며 계피와 생강 향이 어우러짐을 즐기고 있었던 순간이 떠오른다. 좋아하는 향과 함께 할 수 있는 남편이 있음을 감사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별거 아니지만 어느 곳에서 어떤 좋은 향을 맡고 얼굴에 미소 지어지는 순간이 참 행복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