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되면 다이어리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어떤 다이어리를 쓸지 고르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 내년을 위한 다이어리는 11월 중순이면 팔기 시작한다. 나도 그 시기에 맞추어 얼리버드가 되어 12월이 되기 전에 산다. 왜 이렇게 빨리 사냐고? 12월부터 써야 하니까. 12월에는 새 출발을 해야 하니까. 사실 작년부터 일기는 여전히 다이어리에 쓰지만 일정과 습관을 바인더에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크게 다이어리를 고르는 의미는 없지만, 중요한 건 바인더든 다이어리든 새로운 것은 12월에 시작한다는 데에 있다.
12월이 되면 늦가을과 달리 눈이 오며 추워지기 시작한다. 날씨 변화에 맞게 내 마음도 새로운 변화로 물들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매년 오는 1월이 새로운 출발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12월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이기도 하지만 새로이 목표를 시도하고 시작하는 한 달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게으르고도 욕심쟁이인 내 성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고 해서 바로 시작하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하고 싶다는 욕심 한 가득 품은 마음보다 해야 한다는 필요의 마음이 크다면 말이다. 그래서 미루다가 아차 싶어서 급하게 하거나, 계속 미루거나, 둘 중 하나가 된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계속 느끼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이 뭐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요가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래, 1월부터 요가를 시작하자’라고 생각하며 요가학원에 등록을 하고 다들 같은 마음으로 모인 북적이는 수강생들 사이에서 수련을 한다.(보통 헬스클럽이나 요가학원은 1월과 초여름에 수강생들이 가장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귀차니즘이 발동하고 추워서 집 밖을 나가기 싫은 마음이 한데 섞이고, ‘나 하나 빠져도 모르겠지’ 하며 집 밖을 나가지 않는다. 해야 한다는 의지가 귀차니즘에 전복되어버리는 순간이다. 그러니 12월에 시작해야 한다. 모두가 시작하는 1월이 아닌 12월에 시도를 한다. 그리고 적당한 운동을 찾아가며 많이 붐비지 않을 때, 천천히 내 것을 시도한다.
한 번씩은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에게 4계절이 있고 계절마다 3달씩 할당된다. 봄은 3,4,5월 여름은 6,7,8월 가을은 9,10,11월 겨울은 12,1,2월 이렇게. 한 해의 시작이 1월이라 하면 겨울부터 시작인데 그럼 한 달이 부족하지 않은가? 이건 공평하지 않다. 겨울에게도 3달치 할당량을 줘야지. 1월부터 시작하는 겨울 계획은 2달밖에 못쓰니 12월도 겨울 계획으로 써야 한다. 이상하다고 할 수 있지만 틀린 생각은 아니다.
그래서 12월 겨울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그리고 시행착오가 있다면 보완해서 1월부터 다시 시작한다. 이 글로 인해 내가 계획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에이 설마 그렇진 않다. 하고 싶은 것 목록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욕심쟁이 일뿐이다. 이렇게 난 나의 욕심을 감당하고 있다.
벌써 12월이 시작되었고 거리엔 크리스마스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다. 이번 12월은 작년과, 재작년과는 다른 기분이다. 남편과의 둘 만의 크리스마스는 마지막이 될 것이고 내년부터 한 동안은 정신없지 않을까 싶다. 올해도 욕심쟁이 아내와 잘 살아줘서 남편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여전히 난 나만의 방법으로 12월을 활짝 열었고 욕심으로 적어 내려간 ‘하고 싶은 것’ 목록을 체크하며 즐겁게 보낼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