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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공장 Jan 27. 2020

자녀에게 무엇을 남기렵니까?

아파트와 돈 말고 여러분이 자녀에게 남기실 건 무엇입니까?






아버지 돌아가신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엄마가 가신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두 분 모두 그립다. 내가 스무 살 되기 전까지 정말 무지무지하게 아팠다. 그래서 엄마에 대한 기억은 아픈 나를 눈물로 돌보던 모습이 아직도 상당히 선명하다. 싹싹한 아들이라 엄마와 얘기도 많이 했다. 문제는 아버지다. 아버지는 교회 장로였고, 서예를 잘하셨다. 아버지 본인이 맘에 드는 성경 구절을 붓글씨로 써서 액자를 만들어 놓은 게 큰 형 집에 있다. 중요한 건 그게 전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오래지만, 아버지가 그립고 그래서 가끔 꿈에 찾아오시기도 한다. 아버지가 그리울 때, 아버지를 회상할 때 아버지 머리와 맘에 무엇을 담고,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살았는지 순전히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명하게 아버지의 가치와 세계관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인문학을 연구•강의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어느 학생이 돈도 안되고, 많은 사람이 읽지도 않는 글을 왜 쓰냐고 물은 적이 있다. 내 대답은 “아들이 내가 죽은 후 나를 그리워할 때, 나를 기억하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알라고!”였다.

2-3년 전에 기본 소득 관련 글을 쓰다 프랑스 철학자 샤를 푸리에를 알게 되었다. 그의 글귀를 읽을 때 푸리에의 생각에 감동했고, 그의 생각을 내 가슴에 담았다. 푸리에는 2-3백 년 후에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한국에서 태어난 엄윤진이란 사람이 자기를 존경하고 기억해 줄지 알지 못했을 거다. 푸리에의 사상도 내 마음을 뜨겁게 했지만, 푸리에가 나에게 삶의 목적 중에 의미 있는 하나를 깨닫게 해 줬다. “알지 못하는 미래 세대의 어느 한 사람에게 기억되는 거”다.



내 삶의 목적인 “사회를 정의롭고 평등한 민주사회”로 만들기 위해 정치인이나 대통령이 되는 게 아니고, “꿈꾸는 대안적 사회에 대한 설계도”를 책으로 만드는 것이 먼저고, 이게 미래 세대에게 기억될 일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유럽의 복지국가의 시작은 마르크스, 밀과 같은 사상가들의 책에서 시작되었고, 이들의 이름은 어느 국가의 지도자보다 더 오래 기억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되도록이면 더 많이 읽고 글을 남겨 내 아들에게, 그리고 이름 모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의 한 아이에게 기억되야겠다.

샤를 푸리에(Charles Fourier 1772-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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