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한낮의 독서

교사는 학교에서 언제 책을 읽을까?

by 그린우드

“노선생은 책 읽을 시간이 있나 봐? 언제 보는 거야?”

평소 친하게 지내던 옆반 선생님께서 지나가듯 물어보셨어요. 수시로 도서관을 들락날락하면서 책을 빌려오는 것을 보시고는 궁금하셨나 봐요. 저는 “그냥 틈틈이 봐요”라고 웃으며 가볍게 대답했답니다. 솔직히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 개인 시간을 내서 책을 읽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수업뿐만이 아니라 교사의 업무가 너무 많아서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거든요.


매일 비슷한 하루가 반복되다 보면 주말이 찾아오고, 그렇게 한 달 두 달 일 년이 지나가요. 올해도 바쁘게 살았는데 뭘 했지 생각하면 정신없이 살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급식으로 뭘 먹었는지 한 시간 전도 기억이 안 나요. 바쁜 하루 중 만약 책을 읽고 싶다면 자투리 시간을 찾는 수밖에 없어요. 다행히 교사의 하루를 살펴보면 틈새 시간이 의외로 있어요.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없는 시간도 찾아낸다는 거예요.

커피를 마시면 왠지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아

몇 년 전 고학년을 맡았을 때 수업 부담이 너무 컸어요. 아이들은 매번 새로운 수업을 요구했고, 저도 의욕이 넘치던 때였거든요. 수업 준비하려면 자료도 찾아야 하고, 틀린 게 없나 역사 공부도 해야 하고, 하루 종일 신경이 곤두서 있었어요. 그렇게 준비해도 뭔가 부족한 것 같아, 가방에 교과서를 넣어가지고 퇴근하는 날도 많았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니, 책을 읽지 못하는 날들이 반복됐어요. 그런데 수업 준비를 하다 보니 내 책도 너무 읽고 싶은 거예요. 그렇게라도 머리 좀 식히고 싶었던 게 솔직한 마음이었어요.


언제 책을 읽으면 좋을지 살펴보니, 두둥. 과학 전담 시간이 보여요. 일주일에 세 시간씩 과학전담이 들어있는데, 그 시간이 딱인 거예요. 왜 여태까지 생각을 못했나 보니, 전담 시간은 쉬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커피 한 잔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등 쉬는데 써버린 거였어요. 전담 시간은 왠지 본 수업 시간에 사이에 공짜로 생긴 시간 같아서 마음 놓고 계획 없이 썼던 것이죠.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너무 귀중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시간 동안 책을 읽으면 적어도 50쪽은 읽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일주일에 이렇게 전담시간은 과학, 영어, 외부강사 수업까지 합치면 총 7-8시간이 넘었답니다. 굉장하죠? 이 시간이면 못해서 책 한 권 을 다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에요. 저는 그 사실을 안 다음부터, 의식적으로 전담시간은 책 읽는 시간으로 정했답니다. 그리고 나니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전담 시간이 기다려졌어요.

방과후에 간단한 간식과 함께

저학년을 맡으면 안 그래도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이 많아요. 전담 없이 5교시를 정신없이 보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고학년에 비해 수업이 일찍 끝나요. 이런 이유로 저학년을 선호하는 분들도 계시답니다. 5교시가 끝나는 시간은 1시 50분으로 무려 퇴근 시간까지 3시간 정도 여유가 생겨요. 이때 보통 업무를 하거나 다음날 수업 준비를 해요. 저학년은 학년 부담이 없는 대신 중요한 업무가 배치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의 경우도 2학년을 맡았을 때, 수업이 일찍 끝나서 좋았지만, 돌봄 업무를 맡아서 늘 정신없이 일했던 기억이 있어요.


일이 많아도 저학년이 좋았던 이유는 그저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였어요. 일을 빨리 끝내면 얼마든지 내 시간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업무 관련한 기안을 쓰고, 물품을 사고, 돌봄 교실을 돌아보고 나면 조금의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날이 있어요. 그럴 때 책을 읽어요. 할 일을 다하고 나서 책을 읽으면 굉장히 마음이 좋답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랄까. 책을 읽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되어 더욱더 열심히 다음날 수업 준비를 하게 된답니다. 책을 읽어서 수업 준비를 못하는 게 아니라 책을 읽어서 수업 준비를 오히려 더 잘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 전환을 해보세요. 수업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분명 책을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아침 독서를 하다보면 출근하기 싫어질 수도.

만약 전담 시간과 방과 후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아침 독서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것은 어떨까요. 아침 독서 시간은 보통 20-30분 정도로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해요. 아마 어떤 책을 고르느냐에 따라서 시간의 길이가 다르게 느껴질 거예요. 실제 아이들이 등교해서 책을 꺼내고 본격적으로 읽는 시간은 고작 10분 정도예요. 고작이지만 10분은 꽤 길어서 그림책의 경우는 한 권을 다 읽고도 남을 시간이기도 해요. 교사라고 해서 성인 도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림책을 읽는 경우도 있어요. 그림책은 글이 적어서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아침에 읽기 좋답니다. 제가 독서를 하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저를 따라서 책을 봐요. 저는 아이들이 독서를 시작하면 교실을 한 바퀴 휘 둘러보고 제 자리로 와서 그림책을 펴요. 어떤 아이는 제가 읽고 있는 책이 그림책이라 신기한지 쉬는 시간에 제 자리에 와서 뒤적이고 갈 때도 있답니다. 저는 그림책과 상대적으로 두꺼운 책을 다양하게 빌려서 그때그때 시간을 봐서 읽는 편이에요. 짧은 시간이라고 무시하면 안 돼요. 시간이 짧으면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는 걸 경험상 알거든요. 습관의 힘은 놀라워서 짧은 시간이라도 책을 잡는 행동이 반복되면 독서습관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된답니다.


교사의 하루는 매우 바빠요.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은 챙길 수가 없어요. 만약 나 자신에 오롯이 집중하기 위한 시간을 찾는다면 얼마든지 틈새 독서 시간을 찾을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얼마나 긴 시간을 읽느냐보다 오늘 한 장이라도 책을 읽었냐에요. 습관은 한 번에 생길 수 없고 꾸준함을 필요로 해요. 오늘도 부디 교사 자신을 위한 시간은 조금은 챙기길 바래요. 내일도 우리 아이들이 기다리잖아요. 지치지 않고 끝까지 달리기 위해 나를 위한 독서 시간 한번 챙기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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