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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우드 Aug 28. 2020

내일, 유치원 보내실 건가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워킹맘의 자세

내일, 유치원 보내실 건가요?


최근 동네 맘 카페에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질문이다. 매번 비슷한 질문에 매번 비슷한 댓글이 달리는 걸 보면, 왜 같은 질문을 할까 의아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글쓴이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코로나 때문에 불안해서 아이를 기관에 보내기는 싫지만, 보내고 좀 쉬고 싶은 마음. 그럼에도 결국은 보내지 않겠다는 결의 비슷한 것도 느껴진다. 이런 글쓴이의 마음을 안다는 듯 ‘대단하다’, ‘우리 집도 안 보내고 데리고 있다’, ‘같이 힘내자’라는 ‘전업맘’들의 댓글도 있지만, 가끔은 ‘워킹맘이라 어쩔 수 없이 보낸다.’라는 ‘워킹맘의 댓글,  ‘전업이지만 사정이 있어서 보내요’라는 ‘기타 맘’ 댓글도 보이기 마련이다.  


여러 개의 비슷한 글을 읽다 보니 미묘하게 워킹맘은 보내는 것이 당연하고, 전업맘은 보내면 욕을 먹는 듯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누구 잘못을 탓할 수는 없다. 각자가 처한 상황은 다르니까. 


아이를 가진 집에서 하는 고민은 아이가 커가는 시기에 따라 비슷하다. 병설이건 사립이건 어린이집이건 묻고 답하는 것에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현재 고민이 담겨있다. 그런데 이상하면서도 당연하게 워킹맘은 이런 질문 글을 올리지 않는다. 보낼까 말까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다. 선택권이 없다는 것은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유치원 입학식 때만 해도 코로나가 이리 길어질 줄 상상도 못 했다.

우리 집 첫째 아이는 올해 다섯 살로, 병설유치원에 다닌다. 순전히 내 직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선택된 유치원이었다. 아이는 방과 후 과정이었기에 코로나 상황에서도 주 5일 등원을 할 수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일주일에 하루 등원하고 4일은 원격 수업한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하는 퇴근길에 ‘오늘은 뭐했어?’ 물어보면 ‘선생님이랑 둘이 놀았다’는 아이가 조금 안쓰럽기도 하고, 담임 선생님을  귀찮게 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아이는 가끔 ‘친구들이 없어서 심심하다’는 말을 한 번씩 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매일 등원한다는 민간 어린이집을 검색했지만, 결국은 병설에 머물렀다.


나는 워킹맘이니까 내가 일하는 환경에 최대한 편하게 아이를 맞춰야 했다. 화요일, 목요일은 친구들이 서넛 오는데 얼마나 재밌는지 하원 하면 조잘조잘 떠들어대는 아이가 귀여웠다.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무사히 1학기를 끝내고 방학을 맞이했다. 방학과 동시에 난 전업맘의 상태가 되었다.


나의 방학은 더 이상 나만의 방학이 아니었다. 여름방학 3주 동안 매일 아이와 부대꼈다. 아이를 어디든 보내고 싶은데, 내가 집에 있으니 당연히 내가 봐야 하는 어쩔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렸다. 결국 방학한 지 며칠 안되었을 때, 신랑이 퇴근하길 기다려 ‘나도 좀 쉬자’라고 말하며 탈출하듯 근처 카페로 나와버렸다.


하루 12시간 이상 아이와 함께 있으니 '미친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오전 중에 컨디션이 좋을 때는 아이가 사랑스러워 보이고, 학기 중에 여유가 없어서 못했던 사랑표현도 많이 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제발 개학을 하면 좋겠다. 워킹맘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 달도 안돼 전업맘이기를 포기했다.


3주간의 짧았던 전업맘 시절을 보내고, 개학과 동시에 워킹맘으로 돌아왔다. 엄마랑 노는 3주가 좋았는지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아이를 보내고 모처럼 교실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렇게 맛있을 수가. 새삼 워킹맘인 게 고맙고, 선택권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짜장이냐 짬뽕이냐를 떠나서 선택권을 가진다는 것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닌 것도 같다는 단순한 생각도 든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는 찜찜함이 있다. 짜장과 짬뽕 중에 뭐하나 시원하게 선택하지 못했을 때의 기분일까. 코로나 시대에 아이를 기관에 어떻게 보낼 수 있어?라고 말하는 마음속의 악마가 말하는 것 같다. 괜찮아. 난 워킹맘이니까 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다.


오늘도 누군가 내게 ‘오늘 유치원 보냈나요?’ 물어보면 ‘당연하지요. 저는 일을 해야 해서요. 내일도 보낼 거예요. 저는 워킹맘이니까요. ’라고 태연한 척 말할 테지. 이 마음을 틀킬 수는 없다. 워킹맘의 자존심일 수도 있고,  당장 전업맘이 될 수 없기에 서둘러 말을 자른다. 앞으로도 당분간 워킹맘일 테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을 테지. 


내일도 유치원에 보낼 거예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전업맘과 워킹맘을 단순히 비교해서 맘이 상하신 분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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