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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우드 Sep 20. 2020

오늘 저녁은 핫도그란다.

핫도그랑 햄버거랑 뭐가 더 나쁠까

"넌 어떻게 핫도그로 저녁을 때울 생각을 하니?"

"그래도 햄버거보다 낫지 않아?"

괜히 말했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핫도그 먹고 나서 놀다가 밥도 주려고 했지 라고 둘러 댔지만 엄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햄버거라고 뭐 다를까. 에미가 귀찮아서 애들한테 이상한 거(?) 먹인다는 잔소리를 들을까 겁나 얼른 전화를 끊었다.


엄마는 직장생활을 하는 20년 동안, 삼시세끼 집밥으로 삼 남매를 키워내셨다. 대단하심.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요즘도 새삼 느끼고 있다. 내가 어릴 때 살던 집은 시내에서 30분 떨어진 시골 외진 곳이라 배달은 당연히 안되고, 짜장면을 시키면 다 불어서 오는 통에, 집밥이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매번 같은 반찬은 아니지만 2-3일마다 비슷한 반찬이 늘 새롭게 느껴졌던 것은 그만큼 자주 엄마가 부지런히 만들어서였겠지. 그런 밥을 먹고 자란 나도 당연히 집밥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내가 집밥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니 그게 또 쉽지 않은 것이었다. 적당히 반찬가게 음식 포장과 간단한 반찬은 직접 하는 정도로만 하려고 하는데도, 할 때마다 벅찬 나는 언제쯤 엄마를 따라잡을 수나 있을까.

4인 가족이 각자 좋아하는 메뉴 한 가지씩

우리 집 저녁 식단은 최소 반찬이 4가지 이상인데, 각자 입맛을 고려한 것이다. 입맛이 제각각 다르고, 적어도 반찬 중 한 가지는 좋아하는 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남편은 풀 아니면 매운 것. 입 짧은 첫째가 그나마 좋아하는 고소한 두부 브로콜리 무침, 아무거나 잘 먹는 둘째는 주는 대로 먹어서 너무 고맙다.


이것저것 잘 먹어야 성격이 좋아진다는 하는 말이 예전에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좀 살아보니(?), 왠지 그 말이 꽤 일리 있을 거란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아무거나 잘 먹는다는 것은 음식을 편견 없이 대한다는 거니까.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난 비위가 약해 소고기든 돼지고기든 잘 못 먹고, 닭발, 곱창 등 특수부위는(?)는 사실 지금까지 안 먹기도 한다. 이런 식성이 첫째에게 영향을 준 것 같기는 하다. 아이들을 키우는 팔 할은 김과 계란이라고 하는데, 계란 냄새를 맡고는 안 먹는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하니 말이다.

얘들아, 오늘 점심은 감자튀김과 소떡소떡이란다.

핫도그나 햄버거는 친정 엄마 입장에서는 기함할 만한 음식들이다. 그것은 음식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불량식품이다. 한 끼를 먹더라고 제대로 먹어야지 생각하는 엄마에게, 고작 3살 아이에게 밥 대신 핫도그를 줬다는 나는 뭔 말을 한 들 그렇게 궁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 내가 좀 힘들어서 라고 말을 꺼내면 ‘식당에서  포장해 와서 먹으면 되지.’하고 나름 선심 쓰듯 말하는 엄마. 근데 엄마, 그거 알아요? 식사 메뉴 고르는 것도 일이야. 돈가스는 어제 먹었는데, 오늘 또 먹을 순 없잖아. 그냥 어쩌다 한 번쯤은 핫도그로 때울 수도 있는 거지.


핫도그가 햄버거보다 낫지 않냐라는 물음 속에는   밥을 대신하기엔 뭔가 석연찮다는 하는 내 편견이 들어있다.  핫도그도 좋고 햄버거도 좋다면 굳이 이런 고민 따위는 안 했을 텐데. 그 편견 속에는 핫도그를 음식이라 말하지 못하는, 당당할 수 없는 사연이 있다.


사실 어디에도 우리 아이들이 먹은 핫도그 영양 성분표를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마트에서 파는 핫도그 포장지만 봐도 뒷면에 열량 230kcal, 포화지방 3.2g, 탄수화물 32g 등등 상세히 적혀 있지만, 우리 집 앞 핫도그 매장 3개에는 공통적으로 영양성분이 표기되어 있지 않다. 식당에서 원산지 표시가 필수 이건만, 핫도그에는 왜 없는 거지?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싶어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한살림 두부, 콩나물만 먹이는 내게, 핫도그는 참 아이러니한 음식일 수밖에 없다.


가끔 한 번 주는 핫도그, 감자튀김, 그게 뭐라고 오늘도 엄마랑 티격태격이다. 영상통화로 저녁에 뭐 먹었어? 할머니의 물음에 솔직히 대답하는 아이들 앞에서 못난 나는 움찔하며 햄버거를 내밀 수는 없다. 그래 열심히 차려먹지 뭐. 집밥이 대순가? 오늘 저녁엔 그냥 밥솥에 밥하고 반찬 좀 사면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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