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린우드 Sep 11. 2020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좋겠다.

학교 급식에 관하여.

전면 원격 수업인 요즘, 아이들은 등교하지 않지만 교사는 매일 출근한다. 오늘 아침 출근하니 “선생님들의 급식비가 4780원에서 5450원으로 올랐으니, 신청하지 않을 사람은 따로 말해주세요”라고 학교 메신저가 와 있었다. 코로나 전만 해도 3560원인가(?) 그랬는데, 아이들이 없어서 그런지 음식은 부실해지고 설상가상 점점 단가가 오른다.


다행히 긴급 돌봄 아이들은 무상급식이 된다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돌봄 교실을 이용하는 보호자 입장에서도 더 이상 아이들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되니, 정말 다행이다.


컴터 앞에서 혼밥. 어제 도시락반찬은 장조림과 볶은 김치.

매일 출근을 하면서도 급식을 신청하지 않은 것은 가격을 떠나서 아이들이 오지 않으니 급식이 맛이 없어서였다. 자고로 급식은 아이들과 정신없이 먹어야 제맛인 것을 이제야 알았다. 언젠가 친구가 나에게 교사는  4 40분에 퇴근하냐고 두 눈을 가느다랗게 하고 물었을 ,  점심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튀기며 설명한 적이 있었다. 교사에게 점심시간은 밥을 먹는 시간 이기전에   다른 수업의 연장일 뿐이라고.


급식시간을 기다리는 이유는 밥을 먹는다는 즐거움보다 , 무사히 오전이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이  컸다. 아이들이 급식시간에 밥을 받아 자기 자리에 앉는 과정은 매사 조심조심이다. 넘실대는 국물이 밥으로 넘어가지 않게 조심조심 이동해야 하는   그리 중요하다   있지만, 때로 국물이 넘어가면 다시 급식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로 나만큼 아이들에게도 밥은 중요한 문제인가 보다. 아이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 앉고 수저를 들고나서야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밥을 먹으면서도 눈으로는 끊임없이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지켜본다.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 먹다가 친구에게 장난치는 아이. 식사 예절을 알고 있지만 맛있는  앞에서 잊은 듯한 아이, 조금은 지저분하게 먹는 아이 등등 내가 너희를 지켜보고 있다. 자세로 아이들을 주시한다. 아이들은 나와 눈이 마주치면 아무렇지 않게 먹기도 하지만, 담임 몰래 반찬을 일부러 바닥에 떨어뜨리던 아이들은 움찔하기도 한다. 그렇게 호박볶음이  입에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씹어 넘기다 보면 어느새 급식판은 깨끗해져 있다.


급식이 그리워~~

잔반이라고  것도 없는 것을 버리고 급식실 문을 열고 나오면 내가 점심에  먹었는지, 맛이 어땠는지 기억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후다. 점심 급식은 집에서 아침을  먹고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끼니이며, 가끔은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식습관에 관하여 부모와 상담도 하고,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엿볼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요즘은 워낙  먹는 시대라 남기지 말아라 잔소리는  하지만, 매일 너무 적게 먹거나 너무 많이 먹는 경우는 기억해둔다. 아이들을 보다 보면  배를 꾸역꾸역 채우는 것은 항상  순위로 넘어가기 일쑤다.

 

그까짓 점심 한 끼가 뭐 그리 대수냐 묻는 사람에게 급식은 그냥 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학기 중에 먹는 급식은 사실 5대 영양소가 고루 갖춰진 완벽한 식단이라고 자부한다. 하루 한 끼만 먹는다고 하면 나는 급식을 선택할 정도로 학교급식에 대한 신뢰도가 아주 높다. 예전에 어떤 분은 방학하면 영양실조 걸린다고 학교 급식이 그립다고 말한 동료 교사도 있다. 그만큼 급식은 나에게도 아주 중요한 한 끼의 의미를 지닌다. 집에서 정성스럽게 만드는 밥에 따라갈 수는 없지만, 매일 삼시세끼 밥을 챙기기 부담스러운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학교에서 적어도 하루 한 끼 제대로 된 밥을 먹고 올 수 있다는 것은 마음의 부담을 덜어준다.

뽀로로 도시락에 담겼던 새우볶음밥. 다 먹었다.

오늘도 나는 도시락을 싸왔다. 메뉴는 새우 볶음밥이다. 교실에서 혼자 우두커니 앉아 먹는 도시락도 제법 운치 있다. 여기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함께하면 완벽하다. 어제는 장조림을 싸오고, 그저께는 과일 도시락을 싸왔다. 동학년 선생님들은 귀찮게 도시락을 어떻게 싸오냐면서 같이 급식을 먹자고 했지만, 왠지 선뜻 내키지 않는 것은 아마 급식을 보면  아이들이 생각날 것이기 때문이다.


어서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좋겠다. 뼛속까지 이기적인 나는 아이들과 함께 먹는 급식이 너무 먹고 싶다.


오늘 자 신문을 보니 코로나 확진자가 여전히 100명을 훌쩍 뛰어넘어 176명이란다. 언제쯤 아이들이 학교에 올 수 있을까. 오늘따라 아이들의 목소리도 그립고, 급식도 그립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에게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