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 올해 3월은 어떠셨나요?

-책을 통해 매력적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방법

by 그린우드

3월 한 달에 목숨을 걸어야 해요. 그래야 일 년이 편하니까. 열심히 해봐요” 몇 년 전 신규였던 저에게 고경력 선생님께서 웃으면서 말씀하셨어요. 그만큼 3월이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초중고를 떠나 모든 교사에게 3월은 정말 중요한 시기예요. 3월은 교사가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을 파악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3월은 매 순간순간이 새로워요. 이 떨리는 시기에 어떤 학급을 만들어놓느냐에 따라 앞으로 일 년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때 아이들은 새로운 학급 규칙을 내면화하고 습관화해요. 아이들 얼굴에도 새로운 학년에 왔으니 새 얼굴로 열심히 살아봐야지 하는 다짐이 눈에 보여요. 작년에 어떤 모습이었든 새로운 교실에 온 순간부터 다시 태어나는 거예요. 그만큼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기에도 가장 좋은 시기예요. 한 달 동안 열심히 습관을 잡아놓으면 교사로서는 학급 운영이 수월하고,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미지를 제대로 어필할 수 있답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요?


제가 5학년을 맡았을 때 일이에요. 편하지 않는 학년이라는 소문 덕분에 학기 초 적응 활동을 한 달 동안 계획하였어요. 당장의 공부도 중요하지만, 공부할 수 있는 마음의 환경을 먼저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새로운 교실에서 새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과 먼저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까 고민했어요. 제가 아이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단순해요. 나는 책을 좋아하는 교사고, 너희들도 함께 책을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다만 책 읽기를 강요하지는 않을 거야. 일단 읽어보고 재미없으면 덮어도 된다.라고 확실히 이야기해요. 정말 재미없다고 덮는 학생이 있어 신경은 쓰였지만 처음부터 모두가 따라올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시간이 걸리더라도 책으로 한 걸음씩 묵묵히 다가오길 바랬던 거죠.


처음 친구들에게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었어요. 어떻게 소개하는 것이 서로에게 인상적일까 고민했는데, 책으로 나를 소개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자기가 읽었던 책 중에서 한 권을 골라서 소개하는 거예요. 내 인생의 책에 대하여 소개하는 시간에는 왜 이 책을 선택했는지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해요. 물론 저도 제가 좋아하는 책으로 저를 소개한답니다. 제가 소개한 책은 ‘모모’라는 책이었어요. 아이들은 책의 두께를 보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어요. 너무 두꺼웠거든요. 저는 이 책에서 내 곁에 있는 친구의 소중함을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의미를 이야기했어요. 이 책은 일 년 내내 제 책상에 있었고, 틈나는 대로 계속 읽었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고르는 것도 어려워했고, 더군다나 책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것을 굉장히 낯설어했어요. 굉장히 어려운 자기소개였던 거지요. 제가 이 활동에서 의도한 것은 자기소개를 준비하는 동안 책에 좀 더 진지하게 다가가는 것이었어요. 평소 무심한 듯 책을 보던 아이들도 책을 자기소개에 쓰려고 하니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하더라고요. 아이들은 아무 책이나 소개하고 대충 넘어가자니 선생님의 관심이 너무 부담스럽고, 친구들의 반짝이는 눈길에 몸 둘 바를 몰라했어요. 발표하는 것도 어색하고, 책을 소개하는 활동도 굉장히 어려워요. 처음부터 쉬운 게 있나요. 천천히 하면 된다고 격려해요. 실제로 저희 반 아이가 악동뮤지션이라는 가수가 쓴 물 만난 물고기라는 책을 소개했어요. 저는 이 가수의 노래가 좋아서 들어봤는데 책이 있는지 몰랐거든요. 아이는 이 책을 얼마나 재밌게 소개하던지 반 아이들이 너는 악동뮤지션 광팬이다고 인정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가 쓴 책이니 얼마나 할 말이 많았겠어요. 저는 이 아이에게 말했어요. ‘좋은 책을 찾았구나. 너랑 잘 어울려. 너는 이런 아이구나. 만나서 반가워요.‘ 저와 아이는 책을 사이에 두고 한 번 더 친해져요. 우리는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이니 책도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한 거죠. 친구들은 서로의 책을 통해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돼요.


자기소개 활동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아요. 모두가 책으로 자기소개를 끝내고 난 후에는 일주일 동안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져요. 그리고 일주일 후에 친구에게 내 책을 추천해요. 왜 이 책을 추천하는지 간단하게 이유를 말하면서 친구에게 읽어보라고 권하는 거예요. 이때 친구는 거절할 수 없답니다. 취향이 아니라서,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아요. 어차피 3월은 적응활동의 달이니 시간은 넉넉해요. 끝까지 읽으면 좋겠지만 힘들면 천천히 읽어도 된다고 말해요. 다만 친구가 왜 이 책을 너에게 권했을까 의미를 찾으면 된다고 말해줘요. 이런 식으로 책을 바꿔 읽으면서 조금 더 친구를 알아가요.


3월 적응 활동 기간에 책을 통해 서로를 알아간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크고 작은 다툼은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교사가 학급을 경영하는데 뭐가 제일 힘들까 생각해보면 아마 대부분의 교사가 생활지도를 우선 순위로 꼽을 거예요. 그만큼 교실은 하루하루가 전쟁이에요. 아무리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뭐하나요. 서로 책을 바꿔보면 모든 게 해결되나요. 아이들은 별거 아닌 것에도 싸우느라 하루가 다 가요. 다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에요. 지금 막 싸운 아이들에게 사과하라고 화해를 종용한다면 아이들은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을까요. 시간이 걸려도 제대로 사과하는 쪽이 낫지 않을까요. 저는 내키지 않으면 당장 화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해요. 교사로서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드나요? 화해 대신 네 마음이 어떤가 돌아보라고 말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한 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자기 마음을 살펴봐야 하는데, 그 방법이 독서인 거예요. 독서를 하다 보면 잠시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릴 수가 있어요. 책에 빠져들면 친구와의 싸움이 전부였다고 생각했는데 점차 화가 누그러져요.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돼요. 그럼 반은 성공한 거예요. 책을 읽기 전에는 싸웠다는 사실로 상대방을 비난하기 바쁜 아이들은 제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아요. 분명 누군가 잘못했는데 자신의 잘못이 없다고 억울해해요. 싸움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어떤 아이가 저에게 그러더라고요. 선생님이면 화해시켜야지 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냐고요. 저는 그 아이에게 물어봐요. ‘너는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니?’ ‘네 없어요.’ 저는 알겠다고 대답해요. 그리고 책을 하나 읽게 해요. 이럴 때는 놔두는 시간이 필요해요. 억지로 화해하라고 말하지 않아요. ‘화해하지 않아도 돼. 지금이 좋다면 그냥 있어도 돼. 책 읽으면서 마음을 다독여보자.’ 이렇게 하면 아이들은 적어도 한번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답니다.


교사도 사람이기에 아이들을 중재하다 보면 많이 지치고 힘들어요.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주된 업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생활지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매일 깨달아요.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에 소홀히 할 수 없어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아이들을 위해 매일 노력하는 동료 교사에게 독서라는 방법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요. 우리 같이 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