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함을 굉장함으로 바꾸는 힘
1. 우리는 늘 사소한 것에서 실패한다- 황현산. <사소한 부탁>
2.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황동규. <즐거운 편지>
3. 사소하다: 보잘것없이 작거나 적다. - 네이버 국어사전.
오늘은 이 굉장한 ‘사소함’으로 학생들에게 아침 독서를 추천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볼까 해요. 아침 독서의 유용성에 관한 2019년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전체 학교에서 57.2퍼센트 이상 아침독서가 도움이 된다고 대답했어요.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아침독서가 공부에 도움된다는 답변이 무려 67퍼센트라니 놀랍죠.
아침 독서는 운동의 과정 중 준비 운동과 굉장히 비슷해요. 즉, 하루의 공부를 앞두고 워밍업을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준비 운동 없이 본 운동을 하면 몸에 무리가 가듯이 독서 없이 바로 수학 공부를 한다고 생각해봐요. 우리 머리는 갑자기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문제와 마주하게 돼요. 학생들은 생각할 여유가 없이 기계적으로 무의미하게 학습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뜻이에요.
제가 있는 학교에서도 매일 아침 30분 동안 아침 독서를 해요. 아마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 등교 후 1교시 시작 전까지 아침 활동 시간에 독서를 할 거예요. 그만큼 독서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겠죠. 이런 소중한 시간을 단순히 책의 글자를 읽는다는 것으로 생각해 버리면 곤란해요. 몸과 마음을 다해 책을 읽으면서 오늘 하루를 준비하는 거예요. 머리를 깨우고 잠들어있던 내 몸을 깨우는 시간이에요. 이 중요한 시간에 공문 처리로 바빠서 아이들에게 책 읽어라 던지듯 말하면 아이들은 정말 대충 글자만 봐요. 그건 우리가 생각하는 올바른 독서가 아니에요. 반면 오늘은 수업하기 전에 책을 천천히 읽어보면서 마음을 가다듬어 볼게요 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조용히 책에 집중한답니다. 신기하죠? 조용히 말 한마디 했을 뿐인데 분위기는 확 바뀌어요.
게다가 아침 독서는 아이들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져줘요. 무슨 말이냐고요. 매일 아침 기분 좋게 학교에 오면 좋겠지만 항상 그렇지는 못해요. 아침밥을 못 먹어서 시무룩한 상태로 오거나, 엄마와 싸워서 속상한 마음을 갖고 올 수도 있어요.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체육 수업이 없다는 이유로 터덜터덜 오기도 해요. 매일 꾸준히 학교에 나온다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고된 일이에요. 더구나 매일 공부까지 해야 한다니. 어른들도 힘든 일인데 아이들은 오죽 힘들겠어요.
준비된 아침 독서는 마음을 부드럽게 위로해 준답니다. 오늘도 힘든 하루가 되겠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어볼까. 의외로 괜찮은 하루가 될 수 있어. 이렇게 부드러운 안내자가 어디 있나요. 그 안내자가 또 다른 부담이 되지 않게 우리들은 독서의 올바른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어요. 교사가 책을 먼저 읽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을 잡을 수 있답니다. 차분하게 책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아이들의 기분은 누그러져요. 그리고 금세 책에 빠져든답니다.
학교에서 아침 독서활동을 한다는 것은 결코 사소하지 않답니다. 새벽형 인간. 저녁형 인간을 예로 들지 않아도 사람마다 집중력이 높은 시간대는 달라요. 언제 집중력이 가장 높은 지 아마 각자 경험상 알고 있을 거예요. 우리 모두가 아침형 인간이 아닐 수도 있어요. 다만 일단 학교에 왔으니 가벼운 맘으로 책을 먼저 펴자는 거예요. 하루가 저물고 느지막이 책을 보려고 하면 미뤄둔 숙제처럼 느껴질 수가 있어요. 하루 중 언젠가 읽을 책이라면, 아침, 저녁에 따라 크게 집중력 차이가 없다면, 저는 아침 독서를 강력하게 추천해요. 하루 중 가장 깨어있고, 몸에 에너지가 충만한 아침에 가장 좋은 에너지를 독서에 쓰는 거죠. 이렇게 생긴 꾸준함을 독서 루틴이라고 할게요. 일단 독서 루틴이 생기고 나면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독서가 돼요. 정말 놀랍지 않나요?
아무 노력 없이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잡는 것이 아니라 책을 잡는 거죠. 책에 집중하여 꾸준히 앉아있는 시간을 늘려가다 보면 어느새 10분이 20분이 되고 40분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책을 읽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게 지나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어요. 이게 바로 몰입의 효과예요. 굉장히 집중도 높은 훈련을 계속하다 보면 어떤 종류의 공부든 일단 꾸준히 물고 늘어질 수 있어요. 단순히 아침 독서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습관은 학습의 결과에도 굉장한 영향력을 발휘할 거라 믿어요.
아이들이 아침 독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하려면 우선 담임교사부터 아침 독서를 해야겠죠. 아이들의 모방 능력은 놀라워요. 백 마디의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중요해요. 우리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책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책을 읽고자 하는 마음은 쉽게 생기지 않아요. 책은 너무 멀고 휴대폰은 너무 가까워요. 몸이 항상 마음을 따라가지 않기에 중요한 건 습관을 만드는 것이에요. 하루의 기승전결을 생각했을 때, 30분의 아침 독서습관은 우리에게 기적을 만들어줄 거라 믿어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에요. 생각을 한다는 것은 더 나은 내일을 원한다는 것이에요. 우리 같이 아침 독서해 보실래요? 사소함을 굉장함으로 바꿔보지 않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