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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질

아제로스의 전성기가 돌아왔부엉?

WOW 이야기

by 엔틸드
i15279684392.jpg 부엉~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새로운 확장팩 <어둠땅> (원제 : Shadowlands)이 2020년 11월 24일 화요일 발매되었다. 소둠땅 (와우에는 새로운 확장팩 이전 적응을 위한 사전 패치에 제목 맨 앞자리를 '소'로 바꾸어 별칭을 짓는 전통이 있다.)에서부터 심상찮은 아우라를 풍기긴 했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한국에서 가장 많은 유저를 거느린 '아즈샤라' 서버가 연일 정원초과로 몇천의 대기인원을 만들어냄으로써 그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이전 확장팩 <격전의 아제로스>에서 쥐고 있던 아제라이트와 타락 시스템을 깔끔하게 폐기하고 캐릭터와 아이템 레벨의 강력한 스케일링과 라이트 혹은 초보 유저를 고려한 빠르고 친절한 레벨링 시스템까지, 발매일 연기라는 초강수로 인해 생겨난 지금까지의 우려를 깔끔하게 불식시키며 그 출발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영웅들은 실바나스가 무참히 쪼개놓은 리치왕의 투구를 매개체로 하여 나락의 방랑자가 되었다가, 그 곳에서 잠시 역전의 용사들을 만나 그들의 도움으로 생명들의 죽음 이후의 삶을 관장하는 어둠땅 전역을 돌아다니며 모든 음모의 주인공인 막넴 "간수"와 그들의 하수인에 맞서 싸우는 중이다.


처음 어둠땅에 당도한 나락의 방랑자들은, 왠지 모르게 디아블로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한껏 느끼며 크게 넷으로 나뉜 각각의 지역들을 돌아다니며 대장정 스토리 퀘스트를 진행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큰 줄기의 이야기만 따라가도 만렙을 달성할 수 있음에 놀라고, 부캐가 나락을 거쳐 오리보스에 도착했을 때 그들에게 대장정을 건너뛰어 바로 성약의 단에 가입하고 나머지 퀘스트들로 레벨링을 하며 대장정 이외의 스토리를 즐길 수 있게 배려한 조물주(개발자)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게다가 각 지역마다 뚜렷한 분위기, 색채, 설정 등에서 오는 소소한 즐거움과 퀄리티 높은 컷씬, 처음에는 잔잔하다가 막판에 휘몰아치는 스토리 전개,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 (드라카!)을 만나며 어둠땅이 이름과는 다르게 갓둠땅이 되려 한다는 희망섞인 감상을 가지고 플레이하게 된다.


앞서도 언급했던 "성약의 단" 시스템은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로부터 시작된 추종자 시스템을 발전시켜 영웅들이 성약의 단 전체와 긴밀하게 관계하며 말 그대로 그 지역의 생존을 위해 봉사한다는 끈끈한 유대감을 심어줄만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역퀘스트와 '령' 모으기만으로도 라이트 유저는 충분한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하여 하드 유저를 향한 배려도 있지 않았는데, "전설 무기 제작"이 바로 그것이다. (디아블로 어서오고?) 던전과 유사한 토르가스트 첨탑을 오르내리며 퀘스트를 수행하고, 거기서 모은 재료를 바탕으로 전설의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번 확장팩인 <어둠땅>은 라이트 유저, 신규 유저, 하드 유저 모두가 각기 즐길 수 있는 컨텐츠와 시스템을 적절하게 깔아놓은 균형잡힌 시스템을 선보였고, 이는 폭발하는 접속자 수로 증명되듯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어둠땅이 개발 중이던 시기에 필자가 쓴 <실바나스는 왜 그랬을까?>라는 글에서 언급했듯, 간수와 협력하는 실바나스의 본심이 무엇인지, 나락에서 만나게 되는 위대한 영웅들 - 제이나 프라우드 무어, 스랄, 바인 블러드후프, 안두인 린, 홀로 나락으로 뛰어든 티란데 위스퍼윈드, 심지어 격아에서 슬쩍 나락의 존재를 암시케 했던 볼진의 영혼, 그리고 유저 최대의 관심사인 아서스 왕자와 이제는 좌서가 되어버린 우서까지 - 의 두툼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여기에 가장 최근에 숨을 거둔 호드의 영웅 사울팽까지 떠올려보면, 앞서 죽어간 영웅들 모두 사후 세계 어둠땅에서 얼마든지 다시 등장할 개연성을 지녔다는 측면에서 블리자드가 설거지할 스토리가 산처럼 쌓인 셈이다.


물론 이제 막 열어젖힌 어둠땅 이야기는 2년이란 시간 동안 세 번 정도의 업데이트를 통해 전개되겠지만, 이런 거물급 영웅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얼렁뚱땅 퉁쳐버리면 승천의 보루 청지기 부엉이들이 수백만 마리가 몰려와 귀엽게 부엉거려도 조물주(개발자)들은 화를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 "시스템은 최고, 스토리는 최악"이라는 평가를 듣게 되지 않을까? 그러한 평가가 어둠땅 이후의 와우의 행보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새로이 펼쳐진 어둠땅을 탐험하며 각자의 취향에 따라 모험을 떠나면 될 일이다. 이제 2주차에 돌입한 어둠땅에서는 경험할 것도, 기다릴 것도 아직 무궁무진하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다시 무기를 들고 일어나 저 죽음 너머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이다. 아제로스를 위하여!




스크린샷 2020-11-29 오전 1.21.01.png 스토리 똑바로 안 만들면 우리 화난 버섯송이들이 참즤않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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