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대 평론가를 기억하며.

by 엔틸드

789545_1279805_118.jpg 한국 대중음악 평론계에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남긴 김영대 평론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침부터 전해들은 부고 소식에 하루 종일 살짝 얼이 나가 있다. 개인적으로 일면식도 없고 접점도 없지만, 케이팝을 포함해 음악 이야기 전반을 들려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알고 있는 분이라, 어쨌든 음악이라는 판에 들어가 있는 사람으로서 꽤나 충격을 받았다.


내 주변에서 음악인 아니고서야 이 분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태반일 것이다. 한국에서 음악평론가는 극소수다. 내가 아는 이를 당장 떠올려봐도 서정민갑, 김윤하, 정민재, 잡지 izm에 기고하는 이들까지 해도 10명 남짓이다. 물론 더 있겠지만, 그래봐야 평론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은 30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서정민갑 님은 꽤 오래전부터 공연에서 보기도 하고 SNS에서도 접점이 있었지만 김윤하, 김영대 이 두 분은 오마이걸 덕질을 하면서 알게 됐다. 두 분 다 오마이걸의 컨셉이나 음악성 전반을 좋아하고 높이 평가하는 분들이고, 덕질하는 평론가의 모습을 보여서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그 덕에 당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던 김영대님의 컨텐츠를 더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방대한 음악 지식뿐 아니라 아티스트나 장르, 씬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보고 잘 정리해서 전달하는, 한줌 평론계에서도 귀한 분이었다.


음악을 만드는 입장에서 이런 분이 참 귀하다. 내 노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내 음악을 자신의 관점으로 분석하고 평가해주는 사람은 그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 그렇기에 세간의 선입견과 달리 평론가는 음악씬을 함께 만들어가는 구성원이다. 이들이 있기에 청자와 창작자의 관계가 더 풍성해지고, 창작과 향유 사이의 선순환이 촉진된다. 남들이 대부분 눈치채지 못하는, 내가 숨겨놓듯 심어놓은 매력 포인트를 발견해주는 누군가가 창작자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 되기도 한다.




나이가 생애 전환점을 넘어가면서부터 내가 죽기 전에 꼭 해야하고 하고 싶은 일을 음반 발매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먹고 사는 문제로 그 다짐을 잊고 살았었다. 오늘 다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이라는 운명 앞에서 다시금 많은 것들이 정리되고 선명해졌다.


우울감에 한없이 빠져들어서도 안 되겠지만, 오늘은 그냥 좀 얼이 나간 나를 그냥 두고 싶다. 다만 내일은 내 주변을 비롯해, 내가 몸담고 있는 판의 구성원들을 오늘보다 좀 더 존중하고 귀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 서로가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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