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표현은 인생을 말해주는 훌륭한 통로가 아닐 수 없다.
아침 점심 저녁 (혹은 점심 저녁?) 세 끼를 챙겨 먹지 않으면 사람은 생존할 수 없다.
감동적인 만화 <하이큐>에 따르면, 어제 마구 먹고 배가 불러도 다음 날 아침 일어나면 또 배가 고프듯이, 누군가는 배구를 그런 태도로 하듯이,
시지프스의 산에서 밀어올려지는 건 "일"만이 아니라 "밥"도 그러하다. 아니, 심지어 일은 쉴 수 있어도 밥은 쉴 수가 없다.
삶이란 건, 단 한순간이라도 심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위험에 처하는 "동"의 세계다.
"정중동"은 말 뿐인 것이 아니라 인생을 통찰하는 진리 중 하나이다. 고요한 그 속에서도 세계는, 사람은, 삶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주고받으며 나아가며 뒤쳐지며, 한다. 매일 밥을 챙겨 먹듯이 하루 하루 순간 순간 나이를 먹으며 삶은 이어진다.
밥을 잘못먹으면 체하거나 몸에 영양분이 될 수 없듯이
나이를 잘못먹으면 팔십년을 나이먹어도 형편없는 인간이 되고, 십오년을 나이먹어도 훌륭한 성자가 된다.
하루 하루 일상이 쌓여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말은 고루해 보이지만,
그건 자기계발서가 떠들어 대는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의 나를 투자하라"는 자본주의적 가능성의 허황된 청사진에 물들어 변색되었기 때문이다.
하루 하루 순간의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선택하며 삶으로써,
그렇게 나이를 먹음으로써 내 몸에 쌓이는 경험과 느낌은 팔십이 되어서도, 구십이 되어서도 지금 이 순간의 행복과 맞닿아 있게 될 것이다.
먹고 나면 치워야 한다.
오늘도 어떻게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면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한다.
나이도 먹고 나면 책임을 져야 한다.
오늘도 어떻게 정리하고 돌아보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런데 한 가지.
먹고 나면 배가 부르다.
그런데 인생은,
마치 물이 흐르듯이 충만한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때가 너무나 많다.
홍수가 나면 너무 위험하니까, 그렇다고 너무 말라도 위험하니까, 그래서 거대한 하류의 탁수같은 저 일상이, 끊임없이 함께 흘러주는 것은 아닐까,
나이를 먹는다는 말의 의미를 궁리한 끝에 다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