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sh들 Feb 12. 2023

[누드 프로젝트-1] 인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고민

디자이너 그녀의 첫 이야기

[lsh 그녀]

 누드 사진 작업에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배경 세팅과 조명 설치였다. 배경의 형태감은 마치 오랜 시간 퇴적되어 만들어진 동굴처럼 표현했다. 거기에 여러 종류의 천을 무질서하고 구겨 엮어서 순서 없이 얽히고설키도록 두었다.

언뜻 보면 엄마의 품 속처럼 위요감이 있는 공간이지만 자세히 보면 주변은 은근하게 어질러져있고 불균형하게 일그러져있다. 뒷배경으로 아이보리색과 백색의 광목천을 걸어놓았고 바닥에는 빛 투과성이 좋은 흰색의 망사천을 마구 구겨 버려 버린 종잇장처럼 두었다.

조명이 가장 중요했다. 인체가 가장 돋보일 수 있으려면 어떤 색의 조명빛을 어떻게 섞이도록 둬야 할까.

이 고민은 마치 캔버스 위에 올릴 색깔을 고르는 것과 같다.

인체는 기본적으로 황색과 붉은색이 섞여있으므로 같은 계열의 따뜻한 색을 섞는 것보다 푸른 계열을 섞어주는 것이 더 다채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몽환적인 느낌까지 줄 수 있는 보랏빛.

이 오묘한 색들과 레이어들의 혼재 속에서 모델이 무너지기도 하고 천을 찢을 듯이 잡아당기기도 하며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여주길 바랐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포즈 하나하나, 손발 끝까지 몰입하여 움직였다.

영하의 날씨가 무색할 만큼 작업실은 우리의 온기로 가득했다.



<lsh 그들의 이야기-3>


lsh 그녀는 원래 건축 설계를 하는 디자이너였다. 설계는 좋아했지만 보수적인 집단 문화가 싫어서 결국 뛰쳐나왔다. 5년이 지난 이제야 속에 품고 있던 예술 활동을 하나씩 꺼내는 중.




매거진의 이전글 [누드 프로젝트-1] 인체 자체의 심미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