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올림픽 개막식 한복 논란
어쩌면 좋을까!?
북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韓服)을 입은 여자가 등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하지만 중국과 관련된 일은 조급해하지 말고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된 개막식 등장 의상은 진짜 한복일까?
동계 올림픽이니 가장 추운 때를 택했음이 분명하다. 더욱이 개막식은 밤에 하니 더 추운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또한 올림픽 개막식은 세계 각국에서 온 여러 손님들에게 환영의 뜻을 표하는 가장 정중한 예의를 갖추어야 할 자리이다.
그런데 개막식에 나온 여자는 모자(조바위)도 안 쓰고 목도리도 두르지 않은 채 돌아다니고 있다. 거기에 더해 두루마기도 입지 않은 채 홑 저고리 차림이다. 분명히 추운 겨울밤 실외에서 많은 내외 귀빈을 환영하는 자리인데 개막식 출현 여자의 옷매무새는 춘향이 구박하던 변학도 춘삼월 잔치 상 참가 복장이다.
두루마기를 입고 조바위를 쓰고 목도리를 두른 모습.
두 번째 의문점은 다른 소수민족들은 남녀가 쌍으로 나와 돌아다니는데 한복 비슷한 것을 입은 여자는 남자 없이 혼자 돌아다닌 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뭘까? 여자 한복과는 달리 남자 한복은 한국 밖에서 착장을 소화하기 대단히 어려운 복식이라는 점이다.①
종합해 본다면
추운 겨울밤 여자 혼자 한복으로 보이는 옷의 일부만 입고 세계 각국에서 온 손님들을 환영한다고 왔다 갔다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보고 보통 "맛이 갔다", "멀쩡해 보이는데 안됐다" 또는 "우짜면 좋을까" 등으로 표현한다. 동시에 "얼마나 추울까!", " 멋 내다 얼어죽겠다!", " 뭣이라도 더 걸치지!" 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한복이 중국 것이라는 의사는 표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중국 정부 내에도 저 여자가 입은 것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 잡은 인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행동이다. 그는 두루마기에 목도리에 다 챙겨 입었다.
하지만 그는 한복 비슷한 것을 입고 그 추운 북경의 밤하늘 아래, 홀로 짝도 없이 고생하는 여자를 보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점은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 되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가 대한민국의 장관이고 남자라면 응당히 두루마기를 벗어 그녀를 덮어주고 목도리도 둘러주고, 가능하다면 조바위를 구해 씌워 주면서 "열심히 하다 보면 진짜 한복을 입어볼 기회가 올 수도 있으니 참고 버티라"라고 격려를 해 주었어야 할 일이다. 이런 기사도를 상실한 인사가 우리나라를 대표해 중국에 갔다는 사실 자체가 더 논란이 될 일 아닌가?
뱀발(蛇足) Ⅰ
중국의 겨울왕국은 동북삼성이다. 세 개성(省)을 합친 면적은 대한민국이 8번 들어갈 정도로 넓으며 과거 우리의 북방 영토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제일 북쪽에 있는 흑룡강성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을 성도(省都 - 우리의 도청 소재지 개념)로 하는 흑룡강성이다. 당시 러시아 영토였으며 이토 히로부미는 삥 좀 뜯어볼까 하고 어정거리다 안 의사의 총탄에 요단강 건넌 현장이다.
흑룡강성 남쪽은 길림성이다. 일제가 점령해 만주국을 수립한 지역이다. 지금의 성도인 장춘은 당시 만주국의 수도로 마지막 황제 부의가 폼 잡던 곳이다. 조선족들이 모여 사는 연변은 길림성에 있다.
일제 치하 우리 조상들이 말 타고 개장수 했다던 만주 봉천은 지금의 심양시로 요령성에 속해있다.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의 첫 번째 수도로 지금도 당시의 황궁이 있으며 지금도 시장에서는 개고기를 판다.
동북삼성의 가장 큰 특징은 겨울이 무척 춥고 길며 눈이 많다. 대조적으로 북경의 겨울은 매우 건조하다. 중국이 동북에서 동계올림픽을 열지 못하고 북경에서 없는 눈을 만들어 가며 난리를 치는 이유는 위에 열거한 역사와 무관치 않다.②
중국이 높은 우리 문화를 사모해 비슷하게라도 흉내 내어 보려는 서툰 모습에 대해 정색하고 반응하는 것은 쥐를 막다른 궁지에 몰아넣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우리 옷’ 이란 좋을 말을 놔두고 굳이 '한복'이라는 한자어를 사용하는 우리의 언어습관을 고치는 계기로 삼는 편이 옳은 대응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도 언제부터 우리 옷을 한복이라고 불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냥 '우리 옷'이라고 부르는 것이 괜히 한자어 이름을 붙여서 말도 안 되는 분쟁의 소지를 만드는 것보다 품위 있는 예방대책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현대 중국 표준어로는 '옷'을 발음할 수 없다.
뱀발(蛇足) Ⅱ
고구려의 후예이며 이북 기질의 정수를 자처하는 동희 형은 한겨울에도 내복을 한사코 멀리했다. 그러던 중 심양시 만상성 백화점 매장 개설을 위한 겨울 출장길에 제대로 된 동북 겨울을 맛봤다. 갑자기 폭설이 내려 교통이 두절되다시피 해 오랜 시간 길에서 택시를 잡느라 만주 봉천의 삭풍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동희 형은 이때 발이 언 경험을 한 후에는 추위 앞에 겸손해졌다.
남이 장군의 후손이며 개마고원의 후예를 자처하던 남충이 옹은 북경의 겨울을 접하고는 "이 까이거는 겨울도 아니다"라며 끼워 입었던 내복을 벗어 버렸다. 나는 장춘의 겨울 날씨를 자세히 설명하고 충분히 대비할 것을 정중히 요청했지만 불행히도 그의 눈빛은 나를 비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비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장춘의 밤거리에 내리는 눈은, 눈이 위에서 아래로 오지 않고 앞에서 뒤로 날린다. 부는 바람은 기체가 아니라 칼날과 같이 날카로운 고체와 다르지 않다. 잘난 척했던 남충이 옹은 동북의 추위를 온몸으로 느껴가며 대화를 중단하고, 경련처럼 떨며 장춘의 추위를 만끽한 사실이 있다.
①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자 옷에 비해 우리 옷 남성복은 매우 다양한 코드를 포함하고 있어 한국 사람이 아니면 소화하기 매우 힘들다. 조선 복식을 입은 여자 조선족은 쉽게 볼 수 있지만 남자의 경우는 흔치 않다. 이점은 브런치 글 [남자 한복은 왜 북경 올림픽에 빠졌을까] 참조.
② 만일 우리 정부가 평창이 아니라 서울에서 동계올림픽을 한다고 했다면 제정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천혜의 동북삼성을 놔두고 북경에서 동계 올림픽을 하는 것에 궁금해하는 사람이 없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
➂ 중국어 사전에서는 한복(韓服)이란 말을 찾기 어렵다. 즉 최근까지 중국에 한복이란 말은 없었다. 다만 중국 포털을 검색해 보면 조선족 복식(朝鲜族服饰)으로 설명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