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앞선 「북경 올림픽 개막식 한복 논란」에 이어지는 글로 “왜 여자 한복만 북경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하고 남자 한복은 빠졌는가” 하는데 대한 이유를 간단히 밝히기 위한 글이다. 그 이유는 정치, 사회적인 이유와 문화 인류학적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1. 정치, 사회적인 이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식과 같이 중국은 노동자, 농민 계급의 혁명을 통해 탄생한 공산당 독재에 합의한 사회주의 국가이다. 따라서 적국과 내통한 매판 자본가, 땅을 많이 소유한 지주, 많이 배운 지식 분자 등은 철저한 투쟁과 타도, 박멸의 대상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한 기초 위에 수립된 국가이다. 당연히 부자나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입던 옷은 공격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따라서 모두가 평등한 사회주의 낙원에 있어 평등의 가치를 표현할 드레스 코드가 필요했으며 이에 따라 등장한 사회주의 Fashion의 총아가 이른바 “인민복”이다①
인민복은 국가 최고지도자부터 현장 노동자까지 모두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는다는 사회주의의 상징과 같다. 당연히 사회주의 국가라면 중국은 물론 소련, 북한, 베트남 등 모두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었다.
모택동과 김일성은 남침을 의논할 때도 인민복을 입고 함께 음주했다.
지금은 거꾸로 '인민복'이 숭고한 사회주의 정신을 표현하는 드레스 코드로 사용되기도 한다. 아래 사진을 보면 김정은은 인민복을 입고 위대한 사회주의 혁명의 맹방을 표시하고 있고 반면에 습근평은 줄 곳 양복과 넥타이 차림으로 자본주의 시장개방을 암시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습근평도 군대 사열 등 사회주의적 권위가 필요한 행사에는 인민복 차림으로 등장한다.
따라서 사회주의 중국의 소수민족으로서의 조선 복(조선족이 입는 옷)은 당연히 상민 (평민)의 옷이거나 머슴 복, 또는 노비 복이어야 정치, 사회적으로 타당한 드레스 코드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디자인의 옷은 입은 사람은 무척 편하기는 하지만 공식석상에 입고 나타나기에는 적당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위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자 옷은 신분의 차이에 따른 옷감의 질, 색상 등 디테일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전체적인 디자인은 큰 차이가 없다② 마치 공산당 령도의 인민복은 이태리 수입 천을 쓰고 민중의 인민복은 물감들인 광목을 쓰더라도 어쨌든 같은 인민복으로 평등해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남자의 경우는 다르다. 신분별로 갖춰 입는 옷의 종류는 물론 옷의 디자인과 패션 잡화 부분에 있어서도 도저히 같거나 비슷하다고 할 수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화려하고 예쁜 조선복을 입은 여자 옆에 중인이나 양반의 입성을 하고 있다면 '인민을 착취하는 타도의 대상'이 될 것이고 그렇다고 상민이나 노비의 복장을 하자니 영 짝이 안 맞는 경우가 된 것이다.
따라서 조선복은 여자 옷에 국한되게 된 것이고 오늘날 중국의 포털에서 검색해도 남자 한복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위 대문 사진이 오늘 중국포털(baidu.com)에서 검색한 조선복의 첫 번째 결과이다)
2. 문화 인류학적 이유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흔히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 보여주며 상대를 모욕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음란하고 강렬한 모욕적 표현은 프랑스어로 "브라 도뇌르(Bras d'honneur)"라는 이른바 "주먹 감자"라는 것이 있다. 이 표현은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라틴 아메리카는 물론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던 주먹감자를 유럽에 전한 것으로 상상되는 사람은 17세기 루벤스에 의해 그려진 '안토니오 코레아'로 믿어지고 있다.
이 그림에서의 핵심은 두루마기의 널찍한 소매 폭에 있다. 한 번 상상해 보자. 저런 소매 디자인의 옷을 입고 밥을 먹는데 각자의 접시에 담긴 각자의 음식을 먹는 방식이 아니라 밥상 여기저기에 있는 반찬을 가져다 먹어야 한다면 어떨까? 당연히 소매 에 음식이 묻는 것을 피하기 위해 소매를 걷으며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면 사실은 반찬을 집는 것이지만 현실은 본의 아니게 앞을 포함, 주변에 앉은 사람들에게 주먹 감자를 날리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중국은 둥그런 원탁에 둘러앉아 원판 위에 얹어진 요리를 빙빙 돌려 가며 서로 권하며 먹는 방식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요리에는 기름기가 많다. 더욱더 조심하고 음식을 집을 때 팔을 더 많이 걷어야 하는 구조이다. 아무리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주먹감자를 얻어 맞아가며 좋아할 사람이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서 볼 때 남자 조선 복은 타도 대상인 봉건주의 시대 귀족과 자본가들이 입던 옷이며 거기에 더해 밥 먹을 때마다 날려대는 주먹 감자를 쳐다볼 수밖에 없는 디자인의 옷인 것이다. 이런 옷을 세계인이 모두 참여하는 거국적 행사에 등장시킬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은 정한 이치이다.
'우리 옷'은 우리가 입는 옷이다. 띠라서 우리가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즐길 수밖에 없다. 미국 카우보이 청바지가 그러하듯이 우리 옷은 우리 음식과 우리의 음악과 우리의 삶과 가장 잘 어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경 올림픽 개막식에 나타난 어색한 함량 미달의 해프닝을 보면서 마치 같은 수준의 상대와 다투는듯한 발끈함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로 여겨진다.
차라리 그러한 에너지를 '우리 옷'을 좀 더 많이, 우리의 생활요소로 재해석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쓰면 어떨까?
변하지 않는다면 Fashion이라고 할 수 없다!
① 내 눈에는 아무리 봐도 일본에서 유래한 과거 중, 고등학생 교복 같은 디자인이다.
② 당연히 앞치마(행주치마)는 벗는다는 가정 하에 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