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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Dec 02. 2022

중국의 악플러 - 太師挚適齊.........

제18미자편(第18微子篇) - 9

  나는 우울하거나 답답한 일이 있을 때 가끔 중국 포털을 검색해 보곤 한다. 물론 중국어를 잘하니까 가능한 일이다. 가끔 비위 상하는 이야기를 피하기만 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깜찍하고 웃긴 이야기를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월드컵 조별 예선 2차전에서, 그야말로 ‘아깝게’ 가나에 지고 난 후, 속상한 마음에 이것저것 검색해 보다가 ‘빵’ 터지는 기사를 봤다. 인도와 더불어 세계를 양분하는 축구 후진대, 중국의 포털에 올라온 기사다.     


https://news.zhibo8.cc/zuqiu/2022-12-01/63881abcf2d3a.htm

중국 네티즌들이 악플에 시달리는 손흥민의 중국 귀화를 요구한다고 한국 매체가 보도했다는 내용.①

     

  댓글을 보니 보도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중국으로 귀화하라는 의견보다는 오지 말라는 의견이 더 많아 보였다.     


여기 오지 마! 감옥에 갈 위험이 있어. (还是别来了! 有牢狱的风险)     


  실제로 본선 진출에 실패한 감독을 숙청하는 나라이고 보면 매우 현실적인 충고이기도 하다.     




 이런 중국의 보도를 보고 한 가지 사실이 신기했고 한 가지 사실에 감동했다.


  신기한 일은, 한·일 월드컵 때 한국과 일본이 개최국으로 자동 진출하는 바람에 딱 한 번 월드컵에 기웃거려 본 주제에, 항상 월드컵에 진출하는 우리와 같이 놀 생각을 한다는 게 깜찍했다.    

 

  가슴이 뭉클하도록 감동한 사실은 ‘악플러’의 고향답게, ‘악플’의 폐해에 대해 전 국민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 중국어로 악플러는 '键盘侠(지엔 판 지아)'라고 한다. '키보드 워리어'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이들의 악플을 읽다 보면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악플러' 중 상위 50% 정도는 틀림없이 한국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대 중국에서 '악플'은 참소(讒疏)라고 하는데, 그야말로 중상모략으로 멀쩡한 사람 바보 만드는 신박한 기능이 있는 정치 행위였다. 요게 성공하면 구족을 멸해 정적을 쓸어 버릴 수 있고, 실패하면 그냥 넘어가면 되는 현란한 반칙행위이다.     


  이렇게 참소가 횡행하고 멀쩡한 사람이 자꾸 바보가 되면 능력 있고 돈 많고 도덕성 있는 사람부터 토 까게 된다. 당연히 『논어』에서도 이러한 장면을 엿볼 수 있다.     


  태사 지는 제나라로 가고, 아반 간은 초나라고 가고, 삼반 료는 채 나라로 가고, 사반 결은 진나라로 가고, 북재비 방숙은 황하(黃河) 가로 가고, 작은북을 흔들던 무는 한수(漢水) 가로 가고, 소사 양과 경을 치던 양은 바닷가로 갔다.     


  왕이 사는 대궐에서 폼 잡고 연주하던 뮤지션들이 단체로 사방으로 토 까는 장엄한 모습이다. 또한 그들의 뒤에는 없는 사실을 있다고 하고, 말을 가리켜 사슴이라고 하는 악플러(键盘侠)들이 어깨를 모으고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침을 흘리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 중국의 슈퍼리치 들이나 세계적인 지식인들이 조용히, 그러나 매우 분주하게 중국을 떠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우리 젊은 선수들을 절대 신뢰한다. 또한 그들은 그들이 바라보는 태극기와 그들을 응원하는 국민의 염원을 절대 의심하지 않고, 그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마음껏 즐길 자격이 있다. 이기고 지는 것은 그다음 문제이다. (그래도 이기면 더 좋다)     


  사물은 반드시 썩은 뒤에 벌레가 생기고, 사람은 반드시 먼저 의심한 뒤에 참소가 먹혀든다.     


  사악한 손가락을 놀리거나 혓바닥을 나불거려, 혼신의 힘을 다해 뛰는 우리 국가 대표를 모독하는 자 누구인가?


 

  틀림없이 부패하고 의심하는 지질한 무리이거나, 악플러(键盘侠)의 종주국에서 넘어온 다른 나라 사람들 아니겠는가?     




  항상 그랬듯이 이번 월드컵 잔치도, 한 판 신명 나게 놀 일이다. 여기에 누구를 비난하고 편을 가르는 사람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가?!    

 


 실제로 한국에서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4/0004936059?ntype=RANKING     


② 김학주 역주 『논어 論語』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09. pp. 326-327. 원문은 다음과 같다.

太師摯適齊, 亞飯干適楚, 三飯繚適蔡, 四飯缺適秦, 鼓方叔入於河, 播鼗武入於漢, 少師陽, 擊磬襄, 入於海.   

  

③ 成百曉 譯註『顯吐完譯 古文眞寶 後集』傳統文化硏究會. 서울. 2020. p.390. 원문은 다음과 같다. 物必先腐也而後 蟲生之, 人必先疑也而後 讒入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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