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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Dec 08. 2022

엄마  - 子生三年然後 免於父母之懷

제17 양화 편 (第十七 陽貨篇) - 21

  언제부터인가 출, 퇴근길에 꼭 시집을 읽는 버릇이 생겼다. 일단 비교적 작고 가벼워, 가지고 다니기 편하다. 또한 지하철 두, 세 정거장 정도면 시 한 편을 천천히 낭송할 수 있어, 읽다 문맥을 놓치는 일도 많지 않다.

    

  다만 가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먹먹한 시를 만나, 멍하니 위를 쳐다보며 눈물을 갈무리하느라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치는 낭패를 만나기도 한다. 그럴 땐 가급적 한 정거장을 되돌아 걸어가며 다시 한번 그 시구절을 꼭꼭 다시 한번 새겨 본다.     


엄마는 소를 타고

지평선 쪽으로 계속 갔고

나는 강나루에서 내려

엄마를 향해 손 흔들었다     


해가 지고

바람 속에서 호두 냄새가 났다

호두 바람 속에서는 펌프 샘 가에 앉아 울던

엄마의 눈물 냄새가 난다     



  울 엄마는 뭘 타고 가셨을까? 거기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 서둘러 가셨을까? 엄마가 간지 벌써 10년이 여러 번 지났는데..... '엄마'는 '어머니'와 다르게 언제나 왈칵하고 다가선다.     


22년 12월 2일 곽재구 시인. 시인은 추석 지나고 첫서리 내린 날 저녁밥숟가락을 놓은 뒤 태어났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한자 중에 회(懷 -품을 회) 자가 있다. 품는다는 뜻을 대표로, 달래다, 위로하다, 따르다, 임신하다 등의 뜻을 가진 글자이다.


  그런데 이 글자를 자세히 보면 눈(eye)을 뜻하는 눈 목(目) 자와 눈물 몇 방울이 상의를 뜻하는 옷 의(衣)자 안에  감싸여  있다.


 정리하자면 ‘눈물을 가슴에 묻고 있다’, 즉 슬픔을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엄마 품 같은 글자다.     


지금의 해서는 눈 목자가 누워있다. 하지만 옛 금문을 보면 눈물을 흘리는 눈이 또렷이 보인다.

  

  『논어』에는 요 글자가 여섯 군데 나오는데, 엄마 마음 같은 구절은 딱 한 군데 보인다.     


"자식은, 나서 삼 년이 된 뒤라야 부모의 품을 벗어날 수가 있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삼년상을 치르던 관습이,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1년만 치르는 것으로 하자는 제자의 건의에 대해, 마지못해 허락한 공자가 한 말이다.     




  그런데 공자의 말은 맞는 말일까? 물론 아이가 태어나 대강 3년은 품에 안고 키워야 한다는 뜻이라면 틀릴 말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품에서 자식을 내려놓는 부모가 있을까?     


  엄마는 중환자실에서도 자식들을 품에 안고 계셨다. 그리고 임종을 앞둔 분이 자식들이 불쌍하다고 하셨다.      



  생각해 보니 엄마한테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심통은 많이 부렸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엄마를 마음에 품고 있는 것보다, 엄마가 나를 품고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엄마를 품고, 자식들 늙을 때까지, 녀석들이 나를 품지 않게 하는 것이다.


   왜 오늘은 자꾸 하늘을 쳐다보게 되는지 모르겠다.


① 곽재구 지음 『꽃으로 엮은 방패』 ㈜창비. 경기 파주. 2021. p. 152. 「호두 바람」 부분    

  

② 김학주 역주 『논어 論語』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09. pp. 310-311. 원문은 다음과 같다. 子生三年然後 免於父母之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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