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평화 속에 엎드린 화근(平和! 禍之所伏)
눈이 내리고 큰바람이 불고 난 후에는 별이 유난히 밝다. 천무신녀 무라는 맑은 눈빛으로 찬찬히 밤하늘을 살피고 있었다. 얼마 전 자미원(紫微垣)에 누런빛이 감돌아, 중원을 통치하는 중원지존(中原至尊) 태일(太一) 강석년(姜石年)의 변고를 염려하였으나 기우(杞憂) 일뿐이었다. 자미원을 범했던 누런 기운은 말끔히 사라졌다.
“자미원이 깨끗해졌으니 중원지존은 무탈하겠구나! 중원은 평온하고!”
자미원의 별빛이 고르게 뿌려지는 모습에, 천무신녀는 저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강석년은 9년 전쟁을 벌여 중원을 평정하고, 중원을 혼란스럽게 한 80 마두(摩頭)를 남김없이 잡아 새외(塞外) 북평(北平)에 지하감옥 유도(幽都)를 파고 모두 가두어 버렸다. 그때부터 태미원의 모든 별들이 편안하고 밝은 모습으로 빛났던 것이다.
그런데 동짓달 초 하루부터 자미원에 누런 기운이 스멀거리기 시작했다. 누런 기운은 두 갈래로, 한 갈래는 태미원(太微垣)에서 시작해 자미원으로 번져갔고, 한 갈래는 세성(歲星)을 따라 삼태성(三台星)으로 그 기운이 번져갔다.
천무신녀는 상태공 공손소전이 태일 강석년을 범할 것을 염려하였다. 그녀는 또 전에 보지 못했던 새 별이 밝기를 더하며 태미원과 삼태성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것을 발견했다. 더욱이 이별은 매일매일 그 밝기를 더해갔고, 이별이 다가가면 황기가 짙어지고 멀어지면 옅어졌다.
천상의 천문은 보름 가까이 불안하게 요동쳤는데 며칠 전부터 남두육성(南斗六星)의 제1성 사명천군(司命星君)이 밝게 빛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태미원과 삼태성이 빛을 잃고 황기가 흩어졌다. 분주하게 오가던 신성도 빛을 잃고 깜빡이며 하늘 문(天門) 밖으로 미끄러져 나가는 것이었다.
천무신녀 무라는 안도의 한숨을 작게 쉬며 빙야연을 바라보았다.
“ 신성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마음이 쓰였는데, 천문 밖으로 미끄러져 자미원과는 상관없이 됐구나! 너도 이제 다시 달구경을 나가도 되겠다”
빙야연은 구룩거리며 천무신녀와 눈을 맞추고 달을 향해 물결치듯 날아갔다.
천무신녀는 중원에 작은 소동이 있었지만, 강석년은 무사하고 중원의 평안은 유지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계속된 중원의 평안을 위해 아직도 앳되게 깜빡거리는 방성(房星)의 강녕함을 기원했다. 동방청룡칠수(東方靑龍七宿)의 하나인 방성은 강석년의 뒤를 이어 중원의 지존에 올라, 중원의 강역을 대택(大澤)과 불함산(不咸山)으로 넓힌다는 전설 속의 절정 고수를 상징하는 별이다.
하지만 천무신녀는 이때까지만 해도 천문에 황기를 드리웠던 위험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천무동은 전과 다름없었지만 황천무저갱에서 울려 나오는 황천의 물소리는 더욱 크고 음산하게 번져 나오고 있었다.
대문사진 : 자미원(紫微垣) 천문도 (출처 : https://me2.kr/jHKev 검색일. 2013.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