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평화 속에 엎드린 화근(平和! 禍之所伏)
공손 소전이 야복을 찾아 옥산(玉山)에 간 것은, 강석년의 공세가 그를 향해 압박해 오는 시점이었다. 그는 그가 강석년의 화공을 당해내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색목인(色目人)의 땅인 서황(西荒)으로 도망가던지, 아니면 강석년에게 잡혀 유도에 갇히는 참혹한 삶을 받아들이는 선택밖에 없어 보였다. 이때 그는 옥산복령(玉山福靈) 야복(野卜)에게 그의 미래와 대책을 묻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공손 소전은 야복을 만나기 전, 옥산 시녀(玉山蓍女) 뇌조(娞潮)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다. 뇌조는 몇 년간 몰라보게 성숙하게 자랐고 설산의 맑은 물과 청정한 공기는 그녀에게 티 없이 맑은 눈빛과 건강한 피부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군것질처럼 까먹던 시초 풀 씨앗은 그녀에게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가지게 했다. 또한 천상의 피리 소리와 같은 휘파람 소리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데 충분했다.
뇌조도, 사람이라곤 늙수그레한 야복만 보다가 수려한 중원의 장부를 보니 숨이 멈추는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녀가 공손소전을 보고 느낀 알지 못할 감정과 야릇한 흥분은, 그날 밤으로 시초 풀은 물론 천년장귀도 훔쳐가지고 공손소전과 함께 옥산을 떠나게 했다.
야복은 이가 부러지도록 분노하며 후회했지만 이미 뇌조는 떠났다. 야복은 복수를 맹세했지만, 야복이 아는 모든 것은 이미 뇌조도 할 수 있었다. 아니 천년장귀가 없는 옥산복령의 야복은 천년장귀를 가지고 황하대연을 마음대로 부리는 옥산시녀 뇌조의 영험함에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원한이 사무친 야복은 사태의 전말을 밝히는 통문을 시초 풀에 적어 마군태제(魔群泰帝)를 비롯한 마두들에게 돌렸다. 그래서 야복이 얻은 것은 없었지만, 공손소전은 더 이상 마두의 일원이 될 수 없었다.
대문 사진 : 옥산 시녀(玉山蓍女) 뇌조(娞潮) (출처 : https://me2.kr/bbTEw 검색일. 2023.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