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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Apr 05. 2023

의사와 돌팔이, 변호사와 변닭

개, 풀 뜯어먹는 소리(狗食草聲)

  변호사는 정년도 없고 사회적 존경을 받으며 돈을 많이 번다고 믿어지는 이른바 ‘사’ 자 들어가는 직업이다. 그런데 1663명이 응시했는데 1451등 안에만 드는 시험에 붙으면 변호사가 될 수 있던 적이 있었다. 2012년 제1회 변호사 시험이다.


  딱 이때 응시해 변호사님이 되시고 지금은 남의 동네 국회위원을 하고 있는 분이 계신다. 


https://vo.la/X55uw

   그래도 여고생이 이모랑 논문을 썼다고 했으니 다행이다. 만일 여고생이 장모랑 썼다고 주장했으면 어쩔 뻔했는가?  





  나는 김남국 의원과 변호사 시험 동기인 변호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1년 동안 다투다 지난 4월 4일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것도 보통 변호사가 아니고 전국 각지에 지점을 갖춘 법무 법인의 대표 변호사를 대상으로 승소한 것이다. 이 대표 변호사는 자기가 대표이사로 있는 법무법인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나는 다른 변호사를 고용하지 않고 내가 직접 서면을 쓰고 재판에 출석해 소송을 진행했다. 결국 일반인 한 명과 변호사 두 명이 소송해 이긴 것이다. 이 글은 그 기록이다.     




  피고는 갚을 돈을 고의로 안 갚는 ‘나쁜 놈’에게 자신 명의의 은행 계좌를 사용하도록 제공했다. 그 결과 나쁜 놈은 여러 해 동안 세금 한 푼 안 내고 안전하게 돈을 챙길 수 있었다. 이 말은 채권자 들은 닭 쫓던 개가 부러운 상황에 놓인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던 중에 나는, 피고와 나쁜 놈이 작당(요걸 전문용어로 ‘공범’이라고 한다), 돈을 빼돌리고 있는 꼬리를 잡았다. 하지만 뭘 어쩌겠는가? 나쁜 놈은 공식적으로 가진 재산도 없고 현금 한 푼 없고 수입도 전혀 없는 산신령 신분이고, 산신령의 공범은 현직 변호사님인데!......     


  하지만 산신령을 잡으려면 먼저 공범을 제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렇지 않다면 조만간 산신령은 신선이 돼서 내 돈을 타고 날아갈 것 같았다. 그래서 공범관계인 변호사를 대상으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심했다.  


  짐작한 대로 피고는 법무 법인의 대표 변호사이고 원고는 나다.




  나는 인터넷을 뒤져가며 소장을 작성하고 그동안 수집했던 증거를 붙여 법원에 직접 가서 접수했다. 피고 공범 변호사는 최대한 뭉그적거리다 소장을 받고 몇 달 후에나 답변서를 보내왔다. 답변서는 공범 변호사가 대표이사로 있는 법무 법인 직원 변호사 명의로 왔다.


  답변서를 찬찬히 읽어 보고 우선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하려고 그 어려운 법을, 그 비싼 로스쿨 가서 공부했나?" 피고 측은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을 훅 들이 댄 것이다.

  

  피고 측은 당연히 손해 배상 책임을 부인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소설이었다. ‘원고는 받을 돈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강제집행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딱 한 번 있었는데 그 강제집행과 변호사는 상관 관계없다’는 것이다.


  우선 앞, 뒤 주장이 모순이었다. 한 번도 없던 강제 집행이 그다음 줄에는 딱 한 번 있었단다. 그리고 사실 관계가 맞지 않았다. 나는 달력에 표시해 놓고 주기적으로 채무자를 추적했고 그 증거를 모아 놓고 있었다.  


  나는 피고의 주장의 허위성을 논박하고 입증 근거를 '갑 호증'으로 시간 순서대로 붙인 '준비 서면을 작성했다. 나의 강제집행을 위한 노력은 다양했고 집요했고 주기적으로 이루어졌었다. 이점 충분히 드러내기 위해, 돈을 갚으라는 내용증명 발송 근거, 동산 압류 및 경매 사실, 거주지 방문 증거 그리고 신용정보회사에 재산조사와 채권추심의뢰 한 계약서 등을 모두 첨부했다. 어렵지 않았다.


  매우 궁금했다. 법무 법인 대표 변호사와 직원 변호사는 어떤 신통력 있는 내용으로, 내가 제출한 증거가 포함된 명백한 사실 반박할까? 만일 반박을 못하면 잘못했다고 하려나? 달포가 지나 피고 측 준비 서면을 받았다.


  피고 변호사는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했다. 짐작건대 우리나라 법학 대학원(로 스쿨)에서는 신통력을 가르치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 증거가 있는 진실은 어떤 뻥카도 제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잘못을 반성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또 다른 엄청난 패를 꺼냈다.로 스쿨 등록금이 비싼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변호사 측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고 한껏 어려운 법률 용어가 포함된 준비 서면을 보내왔다. 여러 번 읽어보고 나서야 뭘 주장하는지 알 거 같았다. 변호사님 들의 주장은 아래와 같다.


  (피고가) 나쁜 놈에게 통장을 제공한 이유는 부탁을 들어준 것일 뿐, 현금으로 수령하면 압류를 당할 것을 우려하여 그런 것은 아니다. (....) 현금은 강제집행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원고에게 해롭지 않다.



  피고는 자신의 통장을 제공한 진짜 이유에 대한 증거는 제시 못했다. 그냥 주장만 했다. 이는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고 백두산에서 만주를 하룻밤 사이에 왕복한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패스!


   그런데 피고 주장대로 현금이 정말 강제집행 대상이 아닌지는 검색해 보았다. 분명히 강제집행 대상이 맞았고 그 근거도 찾을 수 있었다. 이를 인용, 요약해 반박 서면을 작성해 제출했다. 피고 공범 변호사 측은 다음번 준비 서면에 아래와 같이 실토했다.


원고의 주장대로 현금은 이론상으로 압류가 가능합니다     


  물론 그래도 잘했다고 몇 마디 지껄여 놓았지만 이미 내가 봐도 궁색해 보였다.      


  판사님의 생각도 내 생각과 다르지 않았고 최종적으로 100% 승소 판결을 받았다.




  1년 동안 변호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 공범 변호사는 자신이 피고인 사건임에도 판결이 날 때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패소할 줄 알면서 그렇게 했든지, 아니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던지, 어떤 경우든 매우 한심한 꼴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공범 변호사는 경력이 10년이 넘고 자본금 5억이 넘는 법무 법인의 등기부 등본상 대표 변호사이다. 따라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변호사에게 소송을 맡겼을 텐데 참 안 됐다 하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본인이 한 일에 대한 소송도, 일반인과 1년 동안 다투다 패소한 사람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긴 셈 아닌가? 승소하길 바라면서!  


  또 이 대표 변호사의 사건을 대리한 직원 변호사는 또 어떤가? 승소하지도 못했고, 정의를 구현하지도 못했으며 돈을 많이 받지도 못했을 테고, 조국과 민족을 위한 헌신을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로 스쿨을 다녀 변호사가 됐을까?

 



  나는 이번 소송을 통해, 우리나라 법조계에 알량한 법률 지식으로 불법행위까지 하는 무리가 있음을 확인했다. 더욱이 불법행위를 하고서도 반성하지 않고, 그것을 감추고 변명하는데 법률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도 경험했다.  


  앞으로도 누군가는 법률적 도움을 청하기 위해 돈을 들고 이들을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누군가를 변호한다며 법원을 들락거릴 것이다. 그리고 내가 받았던 수준의 답변서와 준비서면을 제출하며 법률 전문가연(然)을 할 것이다. 분명히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들은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던 그 어려운 육법전서를 깊이 공부하고, 억울한 사람을 위해 분투하는 변호사와는 매우 다르다. 같은 법조 생태계에 활동하는지는 몰라도 사명감, 책임감, 최소한의 도덕적 염치가 제거된 다른 종류가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이런 집단을 고전적 변호사 그룹과는 구분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의사는 그 본분을 망각하거나 능력이 안 되는 경우 ‘돌팔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돌팔이’에 해당하는 변호사에 대한 지칭(指稱 – 부르는 말)은 아직 없다. 아마도 의사와는 달리 변호사 시험은 시행된 지 얼마 안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지난 주말 시골길을 걷다가 문득 놔 기르는 닭을 보았다. 불현듯 떠오를 생각은 ‘변 닭’이라는 낱말이었다.


의사의 경우 돌팔이, 변호사의 경우 변 닭! 어떤가?


그리고 보니 생긴 것도 참 비슷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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