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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Oct 24. 2024

우리안의 몽골 사람들

  위 사진을 보면 멀리 큰 산들이 눈을 이고 있다. 키 작은 나무들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고, 초원 끄트머리 드러난 돌 사이에 무심한 돌 사람이 서 있다.     


  굴러다니는 돌중 좀 큼직한 돌로, 매우 소박하게 만든 돌 사람이다. 뒤로 비스듬히 기울어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이기도 하고,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다.     




방트산     


  39세인 그녀는 몽골 남동부 아이막(우리나라 ‘도(경기도와 같은)’의 개념. 그러나 면적은 5-10배 정도 넓다) 영도자의 비서실장이었다. 우리 돈 1억 정도의 아파트를 울란바토르에 사놓고 남편과 함께 한국에 왔다. 남편은 이사 일을 하고, 그녀는 청소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몽골에 돌아가 울란바토르 아파트에서 아이들과 사는 꿈을 꾸고 있다.     


뭉근투야.     


  34세인 그녀는 세 아이의 엄마다. 그녀는 몽골에서 대학 졸업 후 교사로 일하고 있었으며, 큰아들은 레슬링 아이막 대표이다. 그녀의 남편은 숙련공으로 노동 현장에서 근무하며 그녀는 청소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3년 후 몽골에 돌아가, 유치원을 설립하는 꿈을 꾸고 있다.     


  방트산과 뭉근투야 둘은 가급적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어딘지도 모르는 청소 현장을 누군지도 모르는 한국 남자를 따라가는 일에 서로 의지가 되기 때문이다.      


  늦더위가 한창인 지난 8월도 이들은 함께 청소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받기로 한 일당 13만 원(점심값 포함)을 송금해 주기로 한 한국인 팀장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녀들은 하루치 일당을 그렇게 날렸다.     


그녀들은 번역기를 사용해 이와 같이 소통한 후 일터로 갔다. 다음날 내가 이 번호로 연락해 보니 전화를 받지 않았고, 며칠 후 없는 번호가 되었다.  




은지     


  몽골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 대학원 석사과정에 유학 중이다. 그녀는 스스로 지은 한국 이름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녀의 가장 큰 고민은, 청소일을 하면 녹초가 돼 제대로 공부를 할 수가 없고, 좋아하는 공부를 하다 보면, 청소일을 할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 학기는 공부하고, 한 학기는 휴학하고 청소일을 하고 있다. 꿈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하던 걸레질을 멈추지 않았다.     


바트수리     


  그의 첫인상은 몽골초원의 독수리 같았다. 호리호리한 체격이지만 혼자서 냉장고를 메고 5층에서 내려올 수 있다. 그는 한국말을 매우 유창하게 구사한다. 그래서 몽골 직원들과 한국인 아주머니와 함께 이룬 팀의 팀장을 맡고 있다. 그의 한국말은 매우 독특하다. 한국 사람이 반말을 하면 그도 반말을 한다. 존댓말을 하는 사람에겐 아주 정확한 존댓말로 매우 정중하게 대답한다. 그에게 꿈을 묻자 그냥 웃고 말았다.      




  몽골은 중국의 식민지였다. 그러다가 소련의 도움을 받아 반만 독립했다.(반은 아직도 중국 땅이다) 그래서 세계 2번째 공산주의 국가가 됐었다. 중화인민 공화국이나 북조선보다 공산당 형님뻘이다. 심지어 글자도 소련의 글자를 빌려다 쓰고 있다.


  하지만 소련이 망한 지금, 몽골은 중국의 팽창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자원은 많은 것 같지만 제대로 조사가 되어있지 않고, 놀라울 정도로 도로와 철도가 없다. 물론 제조업 기반은 전혀 없다고 보면 틀림없다. 그러다 보니 교활한 중국 상인들에게 매우 좋은 먹잇감이 아닐 수 없다.    

 

   몽골 사람들은 중국을 매우 싫어한다. 우리가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 것보다 더 심하게 싫어한다. 반면에 몽골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사람들이 한국에 살다 간 경험이 있다. 그들에게 있어 한국은 꿈꿀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하지만 꿈을 골라서 꿀 수는 없다. 그래서 가끔 악몽을 꾸기도 한다.     




  이상한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대한민국과 몽골 통합의 필요성/당위성을 주장하는 논문이었다① 몽골의 경험이 늘어갈수록, 이상하게 자꾸 매우 옳다는 생각이 드는 논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불필요한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고, 군가에서나 상상할 수 있던 ‘큰 나라’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이른 새벽 어느 구석에선 우리의 형제와 누이들이 일터로 가기 위해 서성거리고 있을 것이다.    

 

Ах нартаа амжилт хүсье!     



대문 그림 : 이 사진은 울란바토르에서 한 달을 함께 생활한 나라(Nara Urtnasan)가 찍은 사진이다. 그녀는 중앙아시아의 새들과 야생동물들을 찾아 고비 사막, 알타이산맥, 그리고 홉스골 호수 등을 돌아다니고 있다.      


① 한우섭 「한국 · 몽골 국가 통합에 관한 연구 –역사, 사회, 경제, 문화의 관점에서」 고려대학교 행정대학원.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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