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 양파라는 글감을 받아
#25. 그들의 차이점) 싹의 본심
감자에 싹이 났다
올망하게 톡, 독한 마음을 내비친다
독한 마음을 보인 감자는
그 마음을 도려낸다
도려낸 후에도
여전히 감자다
양파에 싹이 났다
길죽한 목을 빼내 싱싱함을 뽐낸다
푸른 것을 내어준 양파는
비어버린다
싹을 보이고 나면
양파는
양파가 아니다
감자의 싹은 경계한다, 독성으로
양파의 싹은 선물한다, 푸릇함으로
감자의 싹
양파의 싹
무엇이 옳은 싹일까
#26. 그들의 공통점) 남겨진 것들
요리를 시작한다.
감자를 씻는다,
흙이 씻겨 내려간다.
감자칼을 꺼내 껍질을 벗겨낸다.
채반에 얹어둔다.
양파를 씻는다.
손으로 껍질을 벗겨낸다.
채반에 얹어둔다.
다시 감자를 집어든다.
반으로 툭,
단면을 놓아두고
탁탁탁탁 채를 썬다.
접시에 가지런히 옮겨둔다.
이제 양파를 집어든다.
양쪽 머리를 잘라내고
반으로 툭,
단면을 놓아두고
탁탁탁탁 채를 썬다.
접시에 가지런히 옮겨둔다.
후라이팬을 놓고 가스 불을 올린다.
타타타탁 - 화르륵.
기름을 두르고 감자를 두른다.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감자를 볶다 양파를 붓는다.
조리 주걱으로 재료를 뒤섞는다.
그리고 오늘의 킥.
스팸 뚜껑을 딴다.
꽉 끼어있는 스팸을 꺼내
수엉덩 수엉덩 채를 썰어 우수수 쏟아붓는다.
노랑, 하양, 분홍색이 어우러진다
짭쪼롬한 맛이 어우러진다
식탁에 요리가 올랐다
아이들이 달려온다
맛있겠다,
젓가락은 분홍색으로만 향한다
남은 것은
노란색과 하얀색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