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쓰기, 그냥 쓰기' 오늘도 이어지는데, 오늘 또 쓰다보니 문득 나 지금 누구에게 말하는 거니?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지난 7월에 임수경 작가님의 '동화쓰는 선생님 첫걸음 떼기' 라는 강연을 들었을 때 알게 된 단어가 문득 떠올랐다. '내포독자' 였다. 정확히 뭐더라 생각나지 않아 당시 썼던 후기글을 찾아 읽어보았다. 내 책을 읽어줄 독자. 간단히 말하자면 그런 의미였다. 그런데 내가 쓴 글을 보다가 이 사진을 발견했다.
동화를 쓰고자 할 때,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할 때, 이런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 거라며 책을 추천하는 페이지였는데 그 때 혹시나 하고 찰칵 찍어둔 것이었다.
어랏, 저 첫번째 책! 나 있는데! 최근에 <푸른사자 와니니>의 이현 작가님의 또 다른 소설 <라이프재킷>을 읽었다. 그리고 동화를 써보자며 무모한 도전을 시작할 때 책을 검색하다 <동화쓰는 법>이라는 책을 찾게 되었고 작가님을 보고 어랏? 이 작가님은? 하며 연결이 되는 바람에 내적친밀감이 혼자 솟아올라 구입했었더랬다. (이렇게 한 번 나의 뇌에 꽂힌 후에 자꾸 계속 눈에 보이는 건 나만 그런가?) 그런데 나 이미 이 책 이 강연에서 한 번 봤었구나. 그 땐 잘 몰라 인지하지 못했던거지. 근데 지금은 딱 눈에 보이는 것이다. 반가워서 소장하고 있는 그 책을 얼른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세번째 챕터에 '내포독자'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나왔다. 역시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지극히 자기 중심적인 사고로 인하여 나는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만 집중했었다. 사실 내가 쓴 동화는 나만 읽을 것이 아닌데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잘 녹아내면 되는 줄 알았던거다. 내 이야기를 누가 들을 건지는 크게 생각지 않았다. 잘 쓰면 누군가는 읽어주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큰 착각이고 오산이었다. 이렇게 또 반성 한 스푼 얹어갑니다. 무모하지만 또 알려주면 말은 잘 들어요.
말 잘 듣는 나. 이제는 배운 것을 잘 써먹어야 할 때이다. 기억을 되살려보았다. 임수경 작가님의 지난 강연 중 창작실전 편에서 내포독자 설정, 로그라인 만들기 등을 했었는데 그 때 내포독자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었던 기억이 났다. 내포독자 칸을 채울 때 가이드하길 초등학교 저학년인지 중학년인지 고학년인지, 남학생인지 여학생인지 등을 생각해보라 하셨다. 그 때는 학년군과 성별을 고려해 내포독자를 설정하고 실습을 했었다. 아마 첫걸음을 떼려고 강연에 찾아온 왕왕왕 초보 학습자들을 위한 가이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이번에 이현 작가님의 책을 읽어보니 이현 작가님은 한 명의 타겟을 정해보는 것도 좋다고 이야기한다. <플레이볼> 때, 또 <악마의 무게> 때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주셨는데 공감이 갔다. 사실 모두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란 있을 수 없다. 관심사가 다르고 쌓아온 경험이 다르고 그에 따른 취향도 있을테고 말이다. 그래서 '그렇지만 너만큼은, 내가 특정한 너희들만큼은 내 이야기를 재미있어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쓰겠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첫 동화를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운이 좋게도 나는 초등학교 교사이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이다. 내가 설정할 수 있는 타겟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 너희다. 딱 우리반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하나하나 개성있고 매력만점인 우리 반 아이들의 모습도 담아내가며, 너희들이 충분히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그렇게 너희들을 생각하며 써 내려가겠다는 또 하나의 방향이 되어줄 목표를 세웠다. 내일부터 너희들을 지켜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