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더 빠르게 실패하라

그리고 오늘의 실패에서 배운 것

by 늘해랑




공모전 고배 이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한 번 더 실패를 찾았다. 원고를 다시 한 번 더 다듬고 출판사 메일주소을 찾아 나의 작품을 냅다 던져버렸다. 진짜 '투고는 던지는 게 맞아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정말 던졌다. 그런데 곱게 던졌다. 투고 메일 본문이 아주 친절했다. 비굴해 비굴해. 하하. 아무튼, 무모하게 처음 두 군데 정도 메일을 보냈는데, 막상 보내고 나니 에라 모르겠다, 싶은 마음에 밤에 두 군데 더 찾아 보내버렸다.


한참동안 읽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렇지만 습관적으로 들락날락 수신확인 탭을 눌러보는데, 어랏? 투고한 네 군데 모두 읽었다. 이것만으로도 신기한 첫 경험. 그리고 그 중 두 군데에서는 답변이 왔다. 당연하게도 '반사', 거절이었다.


답신이 온 것을 보며 두근두근 메일을 열어보는 내가 웃겼다. 바로 '너무 좋아요!!' 하는 답이 올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그렇다고 거절 메일에 솔직히 마음이 좋을리는 없다. 그런데 또 그렇다고 또 마음의 상처를 받은 건 아니다. 뭐가 눈길을 끌지 못했을까, 이걸 좀 바꿔볼까? 이 내용이 좀 식상한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찾아보게 하는 자극이 된다. 거절 메일을 받지 않았다면 습작인 채 그대로 폴더에 갇혀있었겠지.


그래서 더 빨리 실패하라고 했던가. <더 빠르게 실패하기(존 크럼볼츠, 라이언 바비노)> 라는 책에서 읽은 문구들이다. 실패는 정의하기 나름이다. 실패의 재정의.


실패 = 더 배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

실패 = 어떻게 더 노력할지 아는 것.

실패 =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한지 찾아내는 것.

실패 = 프로토타이핑(시스템의 초기 모델을 세우고 반복적으로 다듬는 과정)을 하는 것.


나는 오늘 당차게 실패했다. 그래서 느끼고 알았다. 더 배워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무엇을 더 노력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제 찾아서 다듬을 것이다. 무엇이 필요한지 찾아서 반복해서 다듬을 것이다. 실패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 나는 아마도 이 분야에서 비교적 빠르게 실패한 사람일 것 같다. 당당한 초보의 마음이다. 이것이 초심일까. 아직은 웃을 수 있다. 우려되는 것은 딱 하나. 실패의 반복에 움츠러들지 말 것. 실패의 반복에 굳은살로 더 단단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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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흐름이랑 벗어난 내용이긴 한데, 기록해 두고 싶어서 이어 써 본다. 오늘 받은 거절의 메일 본문이었다. 사실 같은 말인데, 묘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달랐다.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지금 깨달았다. '귀한 원고, 내년까지 출간할 원고가 있습니다. 타출판사와 좋은 인연'이라는 문구와 '출간예정작이 밀려 있어서, 여력이 없습니다.'라는 문구. 나만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는 모르겠다. 첫번째 출판사의 문구를 읽고는 별 생각이 없었다. '내 귀한 원고, 늦어도 1년 뒤에는 빛을 발할거야.' 했다. 그런데 두번째 출판사의 문구를 읽었는데 힘이 빠졌다. '밀려있다.' '여력이 없다.'라는 어휘는 그렇게 에너지가 있는 단어가 아닌 듯하다. (출판사에 출간예정인 원고들이 해치워야할 밀려있는 원고 취급을 받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주욱 힘이 빠진 건가 싶다. (이건 정말 개인적인 느낌이다, 절대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단어가 가진 힘. 에너지. 나의 의도대로 독자에게 나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표현하려면 정말 많은 공부가 필요하구나 생각했다. 글을 쓸 때 내가 의식적으로 선택한 표현이 독자에게는 무의식적으로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직접 이렇게 깨달았으니까. 같은 의미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람의 마음이 다르게 반응한다는 걸 알았다. 어떤 단어는 기대를 품게 하고, 어떤 단어는 힘을 빠지게 만든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


이를 오래 기억하고자 한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이 정말 의도한 대로 가닿을 수 있도록 단어 하나, 문장 하나, 표현 하나 허투루 쓰지 않을 거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마음을 주저앉게 만들고 싶지 않다. 한 걸음 내딛을 용기를 주는 글을 쓰고 싶다. 나는 힘을 주는 글을 쓸거야.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고민하고 표현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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