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모니터 너머, 거기 누구 없소?

피드백, 달콤한 당근과 매서운 채찍을 원해요

by 늘해랑



어쩌면 공개하기에는 조금 민망했던 나의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반년을 넘겼다. 4일째 되던 날, '작심사일(作心四日)이면 산 고개 하나는 넘은 거지' 라고 썼던 게 생각난다. 4일째에도 뿌듯해하던 내가 100일을 넘기며 100의 의미를 담은 글을 썼었고, 또 반년의 고비를 넘겼다. 초반에는 글을 쓴다는 것 자체를 민망해하며 주변 지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몰래 새로운 글창구를 열어 야금야금 혼자서 나의 글놀이터를 만들어갔다. 3주가 지나고 나의 글을 모아 얇은 책을 만들었을 때도 이걸 나를 알고 있던 지인들에게 보여줄까 말까 알릴까 말까 갈팡질팡했더랬다. 그렇게 책을 만들고 나니 그래도 누군가는 읽어줬음 좋겠고, 또 나의 글이 (지인이므로 백프로는 아니겠지만) 객관적으로 어떻게 읽힐지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살짝 풀어보았고,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쓰다보니 새로운 마음을 품은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더 잘하고 싶었고, 더 다듬고 싶었고, 더 내 색깔을 만들고 싶었다. 쓰고 읽고 고쳐쓰고 또 다시 읽고. 내 글도 읽고 다른 사람의 글도 읽고, 전문가의 노하우도 배우려 또 읽어보고. 좋지않은 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또 여기에 멈춰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려면 타인의 눈과 입이 필요한데. 부끄러워 지금 내 옆에 있는 가장 가까운 '타인'에게는 여전히 보여줄 수가 없다. 그렇지만 '타인'이 주는 달콤한 당근과 매서운 채찍을 간절히 원한다.(TMI 하나. 나는 당근만 있어도 채찍만 있어도 안된다. 나는 당근과 채찍이 같이 있어야 한다. 바라는게 많아 어이없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


나를 도와줄 이 없나요, 나의 글에 빨간 줄 좍좍 그어주며 이야기 나누어줄 친구 어디 없나요.


이렇게 '타인'의 빨간펜을 찾고 있는 나에게 모니터 액정 너머의 '타인'들이 생겨났다. 함께 글쓰기의 꿈을 꾸고 있는 글벗님들께 피드백을 부탁드렸다. 흔쾌히 읽어주시고 의견을 내어주신다. 에피소드를 발전시킬 방향도 제시해주시고, 조금은 밋밋한 표현 방법도 고쳐써 보여주시고, 힘이 되는 응원도 해주신다. 달짝지근한 당근도, 또 달려나갈 수 있는 채찍도 얻어냈다.


또 한 번 용기를 내어 '스레드'라는 공간에 이런 마음을 담아 짧게 스레드스럽게 던져보았다. 이번엔 전혀 모르는 '타인'이 손을 내밀었다. 작은 도움이 된다면 도와주겠다고 손을 내밀어준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살포시 원고를 보내드렸다. 빠르게 읽어주시고 빠르게 피드백을 보내주셨다. 내가 놓쳤던 부분을 또 찾게 되었다.


그렇게 당근과 채찍을 얻어 원고를 고쳐내고, 출간기획서도 재작성해 보았다. 공모전은 똑 떨어졌으나, 괜찮다. 이제 다음은 투고이다. 기대하지 않는 척 무심히 기다리던 2,3월. '공모전 출품했으니 투고하면 안되지' 라며 투고하지 않았던 원고를 이제 마구잡이로 들이댈 차례. 모니터 너머로 받은 고마운 당근과 채찍으로 이번엔 더 당당히 무모한 용기 한 번 더 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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