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북단 사원의 도시, 치앙라이(Chiang Rai)_6

by 눙디

롱넥 카렌 마을을 빠져나오는 길은 약간의 비탈길이었다.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울퉁불퉁 솟아 있는 돌에 발이 걸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심하게 다친 건 아니었지만, 손바닥과 무릎이 까졌고, 옷에 걸쳐 두었던 선글라스에는 흠집이 남았다.

그래도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조금 내려오자 길가 옆 큰 바구니 안에 '푸레(Phu Lae)'가 가득 담겨 있는 것이 보였다.

푸레는 작은 크기의 파인애플인데, 주변에 농장이 있는 듯했다.

고산지대에서 주로 재배된다니, 이곳에 농장이 있는 것도 당연하게 느껴졌다.


처음 푸레를 맛보았을 때는 '설탕물에 담갔다가 뺀 건가?' 싶을 정도로 무척 달았다.

게다가 심지도 딱딱하지 않아 통째로 먹을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태국 어디를 가든 과일 코너에는 껍질을 벗겨 놓은 푸레가 진열되어 있는데, 모양도 예쁘고 맛도 좋아서 가끔씩 사 먹게 된다.


사실 나는 신맛을 즐긴다.

태국에서 내 입맛을 가장 사로잡는 과일을 꼽으라면 단연 '패션프루트'다.

단맛도 있지만 신맛이 압도적으로 강해서 내 취향에 딱 맞는다.

병에 담긴 주스 형태로도 팔리는데, 혹시나 설탕이나 물이 섞이지는 않았을까 의심하면서도 '100% 오리지널'이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사게 된다.


걷다 보니 상점 앞 아이스박스 속에 과일 주스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 먹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태국 북부의 저렴한 물가를 실감 나게 해 주는 순간이기도 했다.


주스 한 병을 사서 씨앗을 씹어가며 목으로 넘기니, 어느새 무릎과 손바닥의 통증도 다 사라진 듯했다.

내게는 패션프루트 주스가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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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간단히 먹은 뒤,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황금 시계탑을 보러 갔다.

이 시계탑은 매일 저녁 7시, 8시, 9시, 하루 세 번 정각마다 음악과 함께 조명이 변한다고 한다.

8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도착했을 때, 금빛만으로도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충분히 화려했다.

단연 이 도시의 랜드마크라 불릴 만했다.


정확히 8시가 되자 시계탑은 서서히 색을 바꾸기 시작했고, 다양한 빛깔로 변해가는 장관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색이 바뀔 때마다 도시의 분위기마저 달라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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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탑을 보고 난 뒤 야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활기찬 느낌은 덜했다.

물건을 파는 상점과 음식을 파는 식당들만이 적은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야시장이었지만, 아쉬움을 채워주기에는 황금 시계탑이 충분했던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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