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이퐁 차 농장, 골든 트라이앵글, 매싸이
보성 녹차밭을 닮은 곳이 치앙라이에도 있다고 하여 길을 나섰다.
숙소에서 차로 50분 정도 떨어져 있었기에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다.
출발할 때는 맑았던 하늘이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흐려지더니, 이내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 아래 뭉게구름과 함께 멋진 차밭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그 풍경을 눈과 마음에 담으며 휴식을 취하고 싶었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 듯해 조금 속이 상했다.
나들이 길에 날씨 요정이 동행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오늘은 함께하지 못한 모양이다.
목적지인 '추이퐁 차 농장(Choui Fong Tea Plantation)'에 도착했다.
비는 여전히 가늘게 내리고 있었고, 명소답게 사람들로 붐볐다.
차밭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리를 찾고자 테이블을 둘러보던 중, 운 좋게도 꽤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차를 한잔하다 보면, 날씨가 조금은 개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조급함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기다려 보기로 했다.
커피가 마시고 싶었지만, 녹차밭에 왔으니 녹차가 들어간 음료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 오는 날이라 따뜻한 음료를 마실까 잠시 고민했지만, 막상 주문할 때에는 망설임 없이 "아이스 녹차라테"를 외치고 있었다.
자리에 돌아와 한 모금 마시니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그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계단식 지형을 따라 펼쳐진 차밭 위로 옅은 운무가 내려앉으니, 그 모습이 참 근사했다.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비가 그치고, 회색 구름이 서서히 물러가며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 마음도 그 하늘처럼 조금씩 밝아졌다.
카페 옆 상점에서는 녹차뿐 아니라 홍차와 우롱차도 판매하고 있었다.
다양한 향을 맡아보고 시음도 할 수 있었다.
차를 즐겨 마시는 엄마를 위해 은은한 향이 입혀진 홍차와 우롱차를 구입했다.
비록 완전히 맑은 하늘은 아니었지만, 멋진 경관 덕분에 만족스러웠다.
쾌청한 날 다시 한번 이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로 50분을 달려 두 번째 목적지인 황금 삼각주(Golden Triangle)에 도착했다.
강줄기가 국경을 이루며 세 나라(태국, 라오스, 미얀마)가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내가 서 있는 전망대는 루악강(Ruak River)과 메콩강(Mekong River)이 만나는 곳이었다.
전망대에서 주변을 바라보니, 우측으로는 라오스의 땅과 건물들이 가까이 보였고, 저 멀리 미얀마의 땅은 아쉽게도 작게만 보였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는 차로 30분 거리의 태국 최북단 도시, 매싸이(Mae Sai)다.
이곳에는 미얀마로 향하는 국경검문소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지만, 정치적 상황이나 치안에 따라 이용 여부가 달라진다고 했다.
당시에는 미얀마를 방문할 계획이 없었지만, 언젠가 기회가 생긴다면 태국 출입국사무소에서 관련 정보를 알아봐야겠다.
국경검문소에서 태국(치앙라이 주 매싸이) 출국 심사를 마치면, 다리를 건너 미얀마(샨 주 타칠렉)에서 입국 심사를 받게 된다.
이 다리의 이름은 '우정의 다리(Friendship Bridge)'.
두 나라가 서로 마주 보는 위치에 있으니 참으로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검문소 주변에는 상점과 식당이 빼곡했다.
상점에서는 금, 은, 옥, 진주 등이 주로 판매되고 있었고, 나는 은으로 만든 액세서리를 잠시 구경만 하다 발길을 돌렸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풍경, 국경을 오가는 행렬, 우정의 다리의 모습 등 그 모든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언젠가 다시 오게 된다면, 그때는 꼭 사진으로 기록해두리라 다짐했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뒤 1층으로 내려갔다.
아침에는 식사를 하던 공간이 저녁에는 주류와 음료를 판매하는 라운지로 변해 있었다.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으니 직원이 테이블 램프를 켜주며 메뉴판을 건넸다.
나는 레몬티 한 잔을 주문했다.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모기가 달라붙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팔을 휘저으며 쫓고 있는데, 직원이 모기 기피제를 가져다주었다.
그 세심한 배려가 참 고마웠다.
작은 친절 하나가 하루의 피로를 녹이는 파동처럼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