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수도, 방콕(Bangkok)_1

현대 미술관(모카 방콕)_1

by 눙디

반담 박물관에서 타완 두차니(Thawan Duchanee) 작가의 몇몇 작품을 본 적이 있었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방콕 현대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방콕에 머물렀던 어느 날, 마침내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태국인들의 주거지인 방수(Bang Sue) 지구에 숙소를 정한 이유도, 박물관과 가깝고 비교적 복잡하지 않은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방수 그랜드역(Bang Sue Grand Station)까지는 도보로 약 50분이 걸린다고 검색되었다.
길을 따라 재래시장이 있어 구경도 하고, 동네 분위기도 느껴볼 겸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걷는 동안 몇 번이나 후회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타오푼(Tao Poon)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이곳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시장 안은 어두웠다.
썩은 생선 냄새가 코를 스쳤고, 바닥을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들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망설였지만, 이왕 온 김에 마음을 다잡고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섰다.

시장 안에는 육류와 생선을 파는 가게들이 빽빽이 늘어서 있었고, 바닥에는 물이 흥건해 발걸음마다 불편했다.
야채와 반찬, 과일 가게들이 이어졌고, 그 사이사이로 간식거리를 파는 작은 노점도 눈에 띄었다.
시장에 들어설 때만 해도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할 생각이었지만, 이내 마음이 달라졌다.
한 바퀴를 빠르게 둘러보고는,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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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밖을 벗어나니 사람도, 상점도, 집도 드물어 길은 점점 지루해졌다.

간간히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그 소리가 반갑게 느껴질 정도였다.

빨래가 널려 있는 줄 알고 지나친 곳은 알고 보니 구제옷을 파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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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까지 가는 길은 직선이 아니라 멀리 돌아가는 우회도로였다.
게다가 어느 순간 인도가 점점 좁아지더니 끝내 사라져 버렸고, 눈앞에는 터널만이 남았다.
양쪽으로는 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기에, 터널로 들어간다는 건 무모한 일이었다.

지도는 분명 그 길을 가리켰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다.
결국 큰 용기를 내어 터널 벽 쪽으로 몸을 바짝 붙이고 조심스레 걸었다.
위험한 상황을 만든 것이 미안해 지나가는 차량마다 고개 숙여 인사하며 걸었고, 겨우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는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간 듯했다.


방수 그랜드역은 2021년에 문을 연 태국 최대 규모의 역이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처음은 몇 년 전 치앙마이에서 슬리핑 기차를 타고 도착했을 때였다.
그때는 이른 아침이라 역의 규모를 제대로 느낄 새도 없이 택시를 탔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끝도 없이 이어진 역사 외관을 따라 걷다 보니 '태국 최대'라는 말이 실감 났다.

역에 도착을 하였지만, 한참 헤맨 끝에 열린 문을 찾아 들어갈 수 있었고, 마침 이용할 레드라인(SRT Red Lines)이 눈앞에 있었다.
그 순간의 반가움이란!


열차 안은 승객이 많지 않아 조용했고, 내부는 깨끗하고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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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켄(Bang Khen) 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가 조금 걷자, 미술관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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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며 가방을 맡기니 오히려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리플릿을 펼쳐보니 4층에 타완 두차니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그곳으로 곧장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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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들은 검은색과 붉은색의 강렬한 대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삶과 죽음, 윤회와 같은 철학적 주제를 담고 있어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한참을 바라보게 하는 묘한 힘이 있었다.

작품 속 부처의 얼굴에서는 평온함이, 맹수의 형상에서는 긴장감이 전해졌다.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선과 형태 속에서 신비로움과 에너지가 공존하는 느낌이었다.

혼란과 균형이 한데 어우러져있는 독특한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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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는 총 스무 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작품과 조각들이 1층부터 5층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타완 두차니 작가의 작품을 마음껏 감상했으니, 이제 남은 열아홉 명의 작가들을 만나러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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