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수도, 방콕(Bangkok)_2

현대 미술관(모카 방콕)_2

by 눙디

2층 전시장에 들어서자, 높은 벽면을 가득 채운 가면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태국의 전통 가면 무용극인 '콘(Khon)'에 사용되는 가면들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정교함에 감탄이 나왔다.
여러 차례 옻칠을 거친 표면은 은은한 광택을 머금고 있었고, 화려함을 더하기 위해 금박을 섬세하게 입힌 흔적도 보였다.
자개와 색유리로 장식하거나, 코뿔소의 뿔과 상아로 치아를 표현한 가면들도 눈에 띄었다.


콘(Khon)은 201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오래전, 한 공연을 직접 관람한 적이 있다.
배우들은 대사 없이 음악과 몸짓으로만 이야기를 전했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내용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여성 배우들의 섬세한 움직임이 인상 깊었다.
느리지만 우아한 팔과 손끝의 동작, 부드럽게 흐르는 몸짓 속에서 감정의 결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손짓 하나로도 모든 감정을 표현하던 그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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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불교미술 작품들 가운데 두 점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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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작품은 노란 달 속의 토끼와 붉은 태양 속의 용이 한 하늘 아래 함께 떠 있었다.

달과 태양, 토끼와 용.

서로 성질이 다른 존재들이 한 공간에 공존하고 있기에, 그 안에 담긴 불교의 교리가 무엇일지 한참을 생각하게 되었다.

중앙의 연꽃과 부처의 형상에서는 평온함이 전해졌다.


오른쪽 작품은 동화책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따뜻한 색감이 서정적이었고, 하늘을 나는 거대한 물고기와 그 위의 수행자는 신비롭고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아래 어두운 색조로 그려진 네 개의 장면은 시야가 잘 닿지 않았지만 대비를 통해 또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했다.


발걸음을 옮겨 3층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유쾌한 두 작품을 만났다.

작품을 보는 내내 웃음이 터져 나왔고,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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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작품은 서로 물을 뿌리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아마도 태국의 물축제, '송크란'을 배경으로 한 듯했다.

그 속의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활기가 넘쳤고, 익살스럽게 표현된 표정에서는 그날의 흥겨움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 활기찬 에너지에 나 또한 기분이 들떴다.


오른쪽 작품은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는 여학생들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한 개의 거울에 얼굴을 맞대고 똑같은 동작으로 꾸미는 모습에서 서로의 친밀함이 느껴졌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초등학교 3학년인 조카가 떠올랐다.

요즘 들어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빗고, 립글로스를 살짝 바르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예쁘고 싶은 마음이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5층 전시관에는 여러 나라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꽃 그림들이 가득했고, 1800년대에 그려진 유럽의 작품들도 볼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너무 많아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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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는 이탈리아 화가 아리아나 카롤리(Arianna Caroli)의 작품이 있었다.

강렬한 색감이 살아 있는 꽃다발이 캔버스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우측 상단의 'AMOR'라는 단어에서 사랑을 꽃으로 표현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른쪽에는 프랑스 화가 샤를 아마블 르누아르(Charles Amable Lenoir)의 '명상'이라는 작품이 걸려 있었다.

정원에 앉아 어딘가를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이었는데, 흰 원피스가 피부결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리며 우아함을 더했다.

단순한 응시가 아닌, 깊은 사색에 잠긴 듯한 표정이었다.

맨발이 풀밭 위에 닿은 모습에서, 그곳이 아침 햇살이 비치는 집의 뒷마당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평온함이 나에게도 전해졌다.


다섯 개 층을 모두 둘러보는 데 꼬박 두 시간이 걸렸다.

발길이 스쳐 지나간 작품도 있었지만, 한참을 머물게 한 그림들도 있었다.

작가가 작품에 쏟아 넣은 감정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그림을 통해 내 마음이 움직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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