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 왕랑시장
밤사이 잠을 설쳤다.
해가 뜰 무렵에서야 겨우 한 시간쯤 눈을 붙였을까.
정신은 흐릿했고 몸은 개운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더 누워있기엔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이 아까웠다.
가볍게 외출 준비를 마치고 숙소 밖으로 나섰다.
오늘은 재래시장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의 활기를 얻어보려 했다.
내가 향한 곳은 왕랑시장(Wang Lang Market).
방콕의 큰 강줄기인 짜오프라야 강 서쪽, 톤부리 지역에 자리한 오래된 시장이다.
보통은 수상버스를 타고 '타 프란녹(Tha Phran Nok)' 선착장에서 내리면 되지만, 내가 머물던 숙소에서는 MRT 블루라인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해 방포(Bang Pho)역으로 향했다.
네 번째 정거장인 파이차이(Fai Chai)역에서 내려 시장 입구까지는 약 30분 정도를 걸어야 했다.
평소 걷는 것을 좋아해 큰 부담은 없었지만, 시장까지 이어진 인도가 공사 중이라 울퉁불퉁한 길을 조심스레 지나가야 했다.
골목은 좁았지만 좌우로 길게 늘어선 상점들은 참 다채로웠다.
의류, 신발, 액세서리, 문구, 과일, 식당까지.
작은 자판에서는 다양한 먹거리를 팔고 있었는데, 막 튀겨낸 간식 냄새가 내 침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눈으로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시장을 찾은 사람들의 북적임이 먼저 와닿았다.
작은 통로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 부딪힐 듯 말 듯 서로의 속도를 맞춘 채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를 걸으며, 나도 서서히 그 활기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관광객의 모습은 많이 보이지 않아 현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장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 골목을 걷다 보니, 통로 쪽으로 식재료를 펼쳐 놓고 바로 조리까지 하고 있는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안쪽에는 이미 손님들이 제법 앉아 있었고, 식당도 깔끔해 보여 안으로 들어섰다.
메뉴는 다양했지만, 나는 파파야 샐러드와 여러 해산물이 들어간 똠얌꿍, 그리고 밥 한 공기를 주문했다.
직원들은 쉴 틈 없이 주문을 받고 음식을 만들고 있었고, 나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몹시 허기진 상태라 음식이 테이블에 놓이자마자 밥을 크게 한 숟가락 뜨고, 똠얌꿍 국물을 입안에 가득 채웠다.
충분히 기다릴 만한 맛이었다.
배가 고파서 맛있게 느껴진 것이 아니었다.
해산물은 넉넉하게 들어 있었고, 국물은 향과 매운맛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동안 먹어왔던 똠얌꿍 중에서도 손꼽힐 맛이었다.
파파야 샐러드 역시 상큼하면서도 매운맛이 적당히 더해져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