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넥 카렌 마을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알게 된 소수민족이 있다.
목에 긴 금속을 감아 목을 길게 보이게 하는 전통을 이어온 민족이었다.
여러 겹으로 감아올린 모습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내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화려한 장식처럼 보이기보다, 그 무게가 먼저 전해져 와 숨이 막힐 듯 충격적이었다.
치앙라이에 가게 된다면 그들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물론 한 번의 경험으로 그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들을 이해하려는 작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았다.
조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이렇다.
Long Neck Thasut(롱넥 카렌 마을)은 미얀마(버마) 국경 지역 출신의 소수민족이 정착해 살아가는 곳으로, 여성들이 목에 금속을 감아 목을 길게 보이게 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주로 태국 북부의 고산 지역에 난민이나 이민자 집단으로 자리 잡아 왔으며, Long Neck Thasut은 카렌족의 전통과 문화, 그리고 수공예품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
마을 입구에는 작은 부스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입장료를 받았다.
태국 물가치고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그 비용이 마을 사람들의 생계에 보탬이 된다고 하니 기꺼이 의미 있는 지출이라 여겨졌다.
마을의 규모는 크지 않았다.
마을 중앙의 흙마당을 둘러싸듯 가장자리에 상점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고, 그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굵은 나무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를 대나무나 판자로 메워 벽을 만들었으며, 지붕은 야자수 잎과 대나무 잎을 엮어 올린 전통적인 초가지붕이었다.
바닥은 흙으로 되어 있었지만, 일부는 시멘트 바닥으로 바뀐 곳도 보였다.
상점은 문이 없는 개방형 구조라, 걸음을 옮기며 진열된 물건들을 자연스럽게 구경할 수 있었다.
수공예품의 대표적인 직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눈높이에 맞춰 걸려 있어 한눈에 잘 보였고, 직접 베틀에 앉아 직물을 짜는 모습도 마주할 수 있었다.
천으로 만든 손지갑과 동전지갑, 알록달록한 스카프, 카렌족의 모습을 나무에 새긴 조각품도 보였다.
손재주가 뛰어나고 정성이 가득한 물건들이 많았다.
그 외에도 귀걸이, 목걸이, 팔찌 같은 장신구와 마그넷, 인센스 등 다양한 기념품이 있었는데, 일부는 외부에서 납품받아 판매하는 듯했다.
나는 카렌족의 모습을 새긴 마그넷을 하나 구입했다.
상점 주인은 해맑은 웃음으로 고마움을 전했고, 나도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 짧은 인사 속에 그들의 삶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계산을 마치고서야 상점 안쪽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아기가 잠들어 있었고, 어린 소녀가 옆에서 아기에게 부채질을 해주고 있었다.
문명이 변한 만큼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보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부터 갓난아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이 여전히 전통을 지켜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 상점 앞에서는 어르신이 바닥에 놓인 금속을 들어보라고 권유했다.
손에 쥐었을 때, 상상을 초월할 만큼 무거운 무게가 그대로 전해졌다.
어린아이들의 목에도 그 무게가 걸려 있음을 떠올리자 마음 한편이 저릿하게 아려왔다.
전통임을 알면서도 그 안에 깃든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동시에 그들은 그 무게를 감당하며 전통을 이어가는 자부심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충격적이며 안쓰러운 감정이 앞섰지만, 곧 그것이 그들의 삶 속에서 이어져 온 전통이자 세대를 거쳐 지켜온 관습임을 알기에, 나는 그 무게를 존중하며 이해하려고 애썼다.
상점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가정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건축 자재와 양식은 상점과 비슷했으며, 기둥을 세워 바닥을 띄운 고상가옥도 보였다.
마을에는 닭들이 울타리 없이 자유롭게 뛰어다녔고, 아이들은 모여 놀며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어른들이 키운 작물을 정리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그들의 삶을 잠시 엿보았다.
그들의 삶은 우리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하면서도 단단히 이어져 가는 삶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