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수도, 방콕(Bangkok)_5

랏마욤 수상시장

by 눙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수상시장을 다녀올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방콕 근교에는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들르는 수상시장이 두 곳 있다.

아마도 여행자들에게 필수 코스처럼 여겨져 다녀오지 않은 사람보다 다녀온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한 곳은 담넌싸두억 수상시장(Damnoen Saduak Floating Market)이고, 또 다른 한 곳은 암파와 수상시장(Amphawa Floating Market)이다.


두 곳 모두 운하를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으로, 지리적으로는 가까웠지만 내가 방문한 시기는 서로 달랐다.

두 시장은 규모도 작지 않아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북적이는 활기찬 곳이었다.

다양한 먹거리와 수공예품 등을 파는 곳들을 둘러보며 눈요기도 제대로 했었다.

보트 위에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상인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음식을 사 먹고, 기념품을 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무엇보다 암파와 수상시장에서 보트를 타고 운하를 따라 달리며 신나게 사진을 찍다가, 반딧불을 보기 위해

숨을 죽이고 눈을 크게 뜨던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낭만적인 추억으로 남아있다.


MRT 블루라인을 타고 방쿤논(Bang Khun Non) 역으로 향했다.

오늘 일정은 수상시장 두 곳을 다녀오는 것인데, 감사하게도 방쿤논역 2번 출구 앞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고 하니 발걸음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이 무료 셔틀버스는 썽크렁, 딸링찬, 남부 버스 터미널, 왓싸판, 플라워 마켓, 랏마욤 수상시장 등 여섯 곳을 순환하는 버스였다.

그중 나는 딸링찬 수상시장(Taling Chan Floating Market)과 랏마욤 수상시장(Lat Mayom Floating Market)을 다녀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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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에 도착해 붙어있는 시간표를 확인하니 바로 직전에 버스가 떠난 듯했다.

다음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10명 남짓한 인원이 버스를 기다렸지만, 시간표상의 시간보다 8분 늦은 38분에 버스가 도착했다.

아무래도 교통체증 때문에 시간표대로 운행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버스 내부는 기대 이상으로 깨끗했고, 나는 창 측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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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함께 버스에 올랐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첫 번째 장소인 '썽크렁 수상시장(Song Khlong Floating Market)'에서 내렸다.

순간, '이곳이 더 유명한 곳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로 보여 마을 주민들인가 보다 하고 넘겼다.


구글 지도를 보며 다음 장소인 딸링찬 수상시장에서 내릴 비를 하고 있는데, 버스가 엉뚱한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유턴을 하려나?' 하고 생각했지만 버스는 계속 직진만 했다.

이상한 느낌에 기사님에게 다가가 딸링찬으로 가는 것이 맞냐고 묻자, 기사님은 당황한 기색 없이 랏마욤으로 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곳도 갈 생각이었지만, 셔틀 운행 경로에 따라 딸링찬부터 가는 것이 맞았기에 머릿속의 경로가 꼬이기 시작했다.

운행 경로에도 버젓이 나와있는 딸링찬을 왜 생략하고 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랏마욤으로 가는 수밖에.

약 30분을 달려 랏마욤에 도착했다.

도로 양쪽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아까 미처 찍지 못한 버스 사진을 찍고, 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부터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태국인들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해 외국인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운하에서 보트를 타려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사람들은 주로 음식을 먹거나 쇼핑을 하고 있었다.

나도 과일, 야채, 생선, 고기뿐 아니라 다양한 간식과 음료를 파는 곳에 눈길이 갔다.

목이 마르니 우선 코코넛 워터부터 한 잔 하고 서서히 둘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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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이 들어간 간식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고, 처음 보는 간식들도 꽤 보였다.

동행자가 있었다면 여러 가지 음식을 사서 함께 먹을 텐데, 혼자 여행에서는 그 점이 아쉽다.

적은 금액으로도 많은 양을 주는 태국 인심 덕분에 한 가지를 사도 다 먹지 못하는 일이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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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먹거리 중에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간식은 태국 사람들이 디저트로 즐기는 룩춥(Look Chup)이었다.

녹두를 으깨고 설탕과 코코넛 밀크를 섞어 반죽을 만들었으니, 먹어보지 않아도 단맛이 느껴졌다.

태국 사람들의 섬세함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룩춥의 모양을 보면서 다시 한번 실감했다.

작은 크기라 만들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망고, 체리, 고추, 당근 등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알록달록한 선명한 색에 윤기까지 흐르는 앙증맞은 룩춥은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고,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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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음식들이 눈길을 끌었고, 어떤 것을 골라도 한 끼는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숯불 위에서 익어가는 생선이나 치킨이 먹고 싶었지만, 크기가 커서 혼자 주문해 먹을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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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내가 선택한 메뉴는 돼지고기 튀김과 오징어 숯불구이였다.

돼지고기 튀김은 이미 포장된 음식을 받으면 되었지만, 오징어 숯불구이는 약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 수상시장의 장점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쓰레기통도 곳곳에 비치되어 있어 대체적으로 깔끔하게 운영되고 있는 시장임이 느껴지기도 했다.

많은 테이블 중 한 곳을 찾아 가방을 내려놓고 두 가지 음식을 펼쳐놓고 식사를 시작했다.

맛깔스러워 보이는 돼지고기 튀김은 딱딱한 껍질을 떼고 먹어야 했지만, 소스를 찍어 먹으니 꽤 풍미가 느껴지는 맛이었다.

숯불에 구운 오징어는 질기고 덜 익기도 한 것 같아 거의 먹지 못했지만, 식사 전에 마신 코코넛 음료와 밥과 함께 먹은 돼지고기만으로도 충분히 양은 채웠기에 식사가 부족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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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이 생각날 즈음, 까페 보란(Kafae Boran)이 눈에 들어왔다.

전통 방식으로 천 필터에 커피가루를 넣고 여러 번 물을 통과시키는 방식인데 맛이 궁금하면서도 늘 위생이 신경 쓰여 용기를 내지 못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뒤, 눈에 띄는 카페 한 곳을 발견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한 채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내 시선이 닿은 곳에는 예사롭지 않은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는 사장님의 모습이 있었다.

사장님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최고의 바리스타에게 커피를 주문한 듯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이후로도 다른 손님들의 음료를 만드느라 손길은 바빴지만, 그 일관된 정성은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다크 로스팅 원두를 사용한 커피 맛은 지극히 평범했고, 좌석이 편하지 않아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사장님의 정성 가득한 커피 한 잔을 대접받은 듯한 그 느낌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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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길 곳곳에는 기념품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안쪽에 자리한 한 상점에서는 도자기로 만든 다양한 동물 미니어처를 팔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우리 강아지를 닮은 모양이 있을까 하여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아쉽게도 결국 찾지 못했다.

대신 앙증맞게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 도자기 몇 점을 골라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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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매시 1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버스 시간을 확인했다.

2분 뒤인 45분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렸지만, 기다린 끝에 25분에 버스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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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크고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했던 랏마욤 시장은 꽤 만족스러웠다.

비록 이동 경로에 변수가 생기긴 했지만, 어쩌면 처음 가려던 딸링찬보다 이곳 랏마욤이 더 크고 활기가 넘쳐 버스 기사님이 나를 이곳에 내려준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까지 해보았다.

시장을 둘러본 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었지만, 내리쬐는 햇볕 아래 긴 시간 노출된 탓에 피로가 몰려왔다.

딸링찬 수상시장을 가는 일정은 무리하지 말고 내일로 미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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