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수도, 방콕(Bangkok)_9

쌈펭 시장

by 눙디

태국 방콕의 차이나타운 깊숙한 골목에 '쌈펭 시장(Sampheng Market)'이 있다.

중국계 이민자들이 이 좁은 골목에 정착해 상업 활동을 시작했고, 그 오랜 세월이 쌓여 지금의 거대한 시장이 되었다.

언뜻 보면 여느 시장과 다르지 않다.

의류, 신발, 가방, 액세서리, 문구, 장난감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물건들이 도·소매로 거래되는 곳이다.

그럼에도 내가 굳이 이곳까지 걸음을 옮긴 이유는 분명했다.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캐릭터 문구와 완구가 이곳에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조카들에게 줄 선물을 찾겠다는 마음 하나로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입구를 알리는 간판이나 조형물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맞나?' 싶은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골목 안으로 발을 들였다.

얼마쯤 걸었을까.

골목 양쪽으로 주욱 늘어선 상점들이 시야에 들어오며 틀리지 않게 찾아왔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골목은 생각보다 훨씬 좁았고, 사람들도 많았다.

그 비좁은 길을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오가고, 간식을 파는 작은 수레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대체로 어두운 골목이었지만, 상점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 덕분에 발걸음은 한결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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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따라 이어진 시장은 생각보다 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록달록한 캐릭터 상품들이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수없이 많은 캐릭터들이 각종 상품으로 변신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아는 캐릭터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너무 귀여워서 전부 집으로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혹시나 싶어 점원에게 내가 좋아하는 '스머프(Smurf)'가 있는지 물어봤지만 없다는 답을 들었고, 몇 군데 더 물어봐도 마찬가지였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국에서도 스머프 상품을 보기가 쉽지 않아 볼 때마다 사곤 했는데, 이렇게 많은 캐릭터 중에도 없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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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단번에 눈에 띄는 캐릭터가 있었다.
바로 ‘라부부(Labubu)’다.

방송에서 인기가 높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시장 전체가 라부부로 뒤덮인 걸 보고서야 그 열기를 실감했다.
사실 나는 라부부의 매력을 아직 잘 모르겠다.
어디가 귀여운 건지 한참 들여다봐도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인기라면 조카들도 분명 좋아하겠지 싶었다.
결국 조카들이 환하게 웃을 모습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하나 집어 들었다.

랜덤박스라 어떤 색이 나올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자를 열어보며 들뜰 조카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미소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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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들에게 무엇을 사주면 좋아할지 고민하다 결국 가방을 사기로 했다.

일본의 캐릭터 전문 기업인 산리오(Sanrio)에서 만든 캐릭터 '쿠로미(Kuromi)' 가방이 눈에 들어왔고, 손으로 만져보니 부드러운 촉감이 좋아 두 가지 크기로 골랐다.

큰 조카는 큰 가방을, 작은 조카는 작은 가방을 들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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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직전 첫째 조카에게 "태국에서 뭐 사갈까?" 하고 묻자, 단번에 '집게 머리핀'을 부탁했다.

동생과 둘이 사이좋게 나눠 쓰라고 여러 개를 골랐고, 요즘 스티커에 푹 빠진 둘째 조카를 위해 스티커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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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전해 준 뒤, 동생이 보내온 영상 속에서 조카들이 머리핀을 먼저 갖겠다고 가위바위보를 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뿌듯했다.

가방은 결국 둘째가 모두 가지기로 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의 취향을 너무 얕본 것 같아, 다음엔 따로 예쁜 가방을 골라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쇼핑을 마치고 좁은 골목을 빠져나오니 넓은 도로 위로 차들이 가득했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북적한 풍경이 펼쳐졌다.

'아, 여기가 바로 차이나타운이구나' 싶은 장면이었다.

무엇보다 거대한 간판들이 시선을 압도했다.

'저 큰 간판이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까지 들 정도로 위협적인 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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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지나며 금은방 안에 줄을 선 사람들도 보였다.

금값이 끝없이 오르고 있는데도 여전히 금을 사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꽤 인상적이었다.

시장 안에서 파는 튀김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크고 먹음직스러웠다.

맛보고 싶었지만 요즘 튀김을 절제하고 있어 눈으로만 먹고 지나쳤다.

그런데도 계속 생각나는 걸 보면 꽤 유혹적이었던 모양이다.

해산물 가게 앞에 늘어놓은 '닭새우(Spiny Lobster)'는 사진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커서 조금 징그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도 그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게 안은 초저녁부터 이미 꽉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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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 뭔가 사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순간, 큼지막한 만두가 눈에 들어왔다.

속이 모두 달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기에 믹스로 한 팩을 포장했다.

숙소에서 맛을 보니 중국식 부추 소가 들어 있는 만두가 꽤 맛있었다.

나머지는 한입씩만 맛보고 멈췄다.

보기에는 다 맛있어 보였지만, 생소한 음식 앞에서는 역시 용기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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