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해져야 함을 배우다

by 눙디

수업 시간에 교과 내용을 가르친다는 것이 이렇게 버거운 일일 줄은 몰랐다.

한 시간 분량의 수업을 준비하고도, 실제로는 네 시간쯤 걸려서야 겨우 마칠 수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면 학생들을 자리에 앉히고, 출석을 확인하고, 교과서와 필기도구를 꺼내도록 하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잠을 자는 학생을 일으키거나, 중간중간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에도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심지어 수업을 방해하는 데 재주가 있는 학생들과 작은 이벤트라도 생기는 날에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곤 했다.

나는 그 모든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내가 계약직 교사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내심, '나를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쯤으로 여기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꽤 오래전의 이야기를 꺼내려니 조금 민망하지만, 그땐 참 많이 울었다.

자존심이 상해 울었고, 화가 나서 울었고, 분노에 북받쳐 울었고, 속이 상해 울었고, 결국은 내 모습이 너무 실망스러워 또 울었다.

학교 안 구석진 어느 장소는 내 울음의 피난처였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으면, 나는 그곳으로 가 서럽게 울었다.


그때 내가 만났던 첫 번째 학생들은 내 감정을 건드리는 데 유독 능했다.

수업을 듣기 싫어하는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갖가지 이유로 대드는 학생을 마주할 때마다 자괴감이 밀려왔다.


퉁퉁 부은 얼굴로 교무실에 들어설 때면, 정년을 앞둔 연세 지긋한 선생님께서 조용히 나를 위로해 주셨다.

가끔은 문제를 일으킨 학생을 불러 세워 엄하게 나무라거나 혼내기도 하셨지만, 대부분은 내 하소연을 묵묵히 들어주시고, 학생들의 성향을 설명해 주며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단단해져야 한다' 말을 돌려서 건네주시곤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매일 수업 시간에 자던 학생을 깨우며 좀 더 편하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

"너 나이가 몇인데, 팔에다 그림을 그리고 다녀?"

그러자 그 학생은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며, 무슨 상관이냐는 말과 함께 욕설을 섞어가며 날카롭게 반응했다.

나는 순간 당황했고, 결국 그날도 수업은 학생과의 팽팽한 신경전만 남긴 채 마무리되었다.

그 뒤로도 그 학생과는 어색하고 불편한 채로 수업이 이어졌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 나는 심장이 쿵쾅거렸고, 억지로라도 심호흡을 해야 했다.


얼마 후, 그 반 담임 선생님을 통해 들었다.

"선생님이 자신을 놀리는 줄 알고 기분이 상해서 욱했다"고 했단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조심스럽게 그 학생을 따로 불러 이야기했다.

"절대로 너를 놀리려고 그런 말 한 거 아니야. 수업 시간마다 누워 있는 너를 보면서 좀 친해지고 싶어서, 장난처럼 말한 거였어."

오해는 풀렸지만, 그 사이의 틈은 끝내 메워지지 않았다.


그때 알게 되었다.

청소년기 학생들은 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 일을 통해 배웠다.

교사에게도 단단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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