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부장님

by 눙디

육아휴직 자리를 6개월 계약직으로 들어간 시골 학교에서, 뜻밖에도 연장 계약이 되어 3년이라는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다.

3년 동안 같은 부서, 같은 부장님을 모시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


처음에는 부장님께서 꼭 필요한 말씀만 하시고, 웃는 모습도 잘 보여주시지 않아 다가가기 어려운 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분이 학교 안팎에서 얼마나 사랑받는 분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교사들 사이에서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부장님은 언제나 인기 최고였다.

학생들과 함께 계실 때면 특유의 따뜻한 유머와 부드러움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자연스레 녹이셨다.

심지어 말썽을 부려 크게 혼나는 일이 있어도, 다음 날에는 환한 미소로 "선생님!" 하며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면 그 따뜻함이 절로 느껴졌다.


부장님은 때때로 3학년 부서에 다녀오시며 대학 홍보물품을 챙겨 주시기도 했고, 늦은 시간까지 업무를 하고 있을 때는 교무실에 남아 함께 계셔주시기도 했다.


어느 날 아침, 출근한 교무실에 부장님이 보이지 않아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조례 시간이 다가오자 멀리서 우리 반 교실 문을 열고 나오시는 모습을 발견했다.

전날 몇몇 선생님들과 술자리를 가진 터라, 부장님께서 내가 혹시 지각하지 않을까 걱정하셨던 것 같았다.

나는 술을 많이 마셔도 다음 날 티를 내지 않는 편인데, 그걸 모르셨을 것이다.


두 번째 해에는 첫 담임을 맡았다.

그해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많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바빴고, 눈물 때문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다니기도 했다.

그 힘들던 순간순간, 부장님이 힘이 되어 주셨다.

특히 두 가지 일이 지금도 마음에 깊이 남아 있다.


첫 번째는,

반복적으로 가출한 학생의 친구라며 행색이 매우 좋지 않은 한 아이가 나를 찾아왔을 때다.

나이는 우리 반 학생과 같았지만 학교는 다니지 않고, 옷은 꼬질꼬질했으며, 심한 냄새가 코끝을 찌를 정도였다.

나는 그 아이가 우리 반 학생을 찾는 데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상담 시간을 길게 가졌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꽤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었다.

그때 부장님은 왜 퇴근하지 않고 계실까 궁금했는데, 내 걱정을 하며 묵묵히 곁에서 지켜봐 주셨던 게 아닐까 싶다.


두 번째는,

우리 반에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함께 있는 복잡한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 상담이 퇴근 후까지 길게 이어졌던 일이다.

그때도 부장님은 함께 계시며 나를 든든히 지원해 주셨다.

경험이 부족했던 나에게 매뉴얼을 알려주시고, 현명한 대처 방법까지 차근차근 가르쳐 주셨다.


그 시절 나는 교직에 갓 발을 디딘 애송이였다.

1년 차의 경험으로 시골 학교에 들어가 3년을 보내는 동안, 부장님께 배운 것들은 내 교사 인생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다.

학생들과 소통하는 법, 학생 유형별 지도 방법, 여러 상황에 맞는 현명한 대처, 교사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 자기 계발을 위한 노력, 동료와 협력하며 함께 성장하는 법까지.

부장님께서 보여주신 모든 것들은 내게 값진 배움이자 선물이었다.


매일매일이 감사했던 날들이었고, 부장님의 따뜻함과 다정함 덕분에 그 시간이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최고의 부장님을 곁에 두고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큰 영광이었으며, 마음 써 주신 모든 순간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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