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마음이 도착했습니다
"선생님!! 큰일 났어요! ○○가 □□하고 싸워요! 빨리 와 보세요! 빨리요!"
점심시간, 보건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참이었다.
우리 반 남학생 두 명이 나를 찾아다니다가 결국 보건실까지 달려온 모양이었다.
"뭐라고?"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 학생들을 뒤따르며 물었다.
"누가 누구랑 싸운다고?"
아무래도 큰일이 난 거 같았다.
얼마 전에도 싸웠던 두 학생들인데, 오늘은 또 무슨 일로 다퉜는지...
심장이 두 근 반 세 근 반 뛰기 시작했다.
"또 왜? 무슨 일인데?"
보건실에서 교실까지가 그렇게 먼 거리였던가.
분명 뛰고 있었는데,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헐레벌떡 교실에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런데 교실 안이 어두컴컴했다.
손을 뻗어 불을 켜고 교실 안쪽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무언가 발에 차였다.
풍선이다. 그것도 한 개도 아닌 여러 개였다.
누군가가 풍선놀이를 하며 챙기지 않은 듯했다.
그때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책상 위에 앉아 있었고,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리고 합창이 이어졌다.
♬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어안이 벙벙했다.
학생들은 내가 속아주는 줄 알았을 수도 있지만, 나는 정말 몰랐다.
그 와중에도 ○○와 □□가 어디에 앉아 있는지 눈으로 찾고 있었다.
그 두 학생 역시 싱글벙글 웃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렇게, 스승의 날을 맞이하게 됐다.
칠판에는 흰색, 빨강, 파랑 분필로 알록달록하게 스승의 날을 축하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교실 곳곳에는 포스트잇에 학생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붙여 놓았다.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러면서도, 감동이 밀려와 눈물이 났다.
교탁 위에는 커다란 케이크도 놓여 있었다.
우리 반 학생들은 나를 살피느라 정신없었고,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그제야 나도 웃음이 났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케이크를 나눠먹으며.
그렇게 스승의 날, 우리 반의 행사는 따뜻하게 마무리되었다.
그 시절, 그때는 그랬다.
지금은 스승의 날의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스승의 날이 되어도, 스승의 날인지 모르는 학생들도 있을 정도다.
어느 해에는 조례시간에 "얘들아, 오늘 스승의 날이니깐 '스승의 은혜' 한 곡 불러봐"라고 했더니 가사를 모른다며 머뭇대다가 누군가 선창을 하긴 했는데, 결국 '어머님 은혜'로 끝난 적도 있었다.
학생들도 웃고, 나도 웃었던 날이다.
매년 스승의 날이면, 잊지 않고 도착하는 뜻밖의 문자들.
나는 텍스트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안다.
그 문자들은 단순한 예의나 형식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감사였다.
그래서 그 마음이 나는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나를 떠올려주고, 마음을 담아 전해준 말들 덕분에 마음 한켠이 몽글몽글해지고, 그 따뜻한 마음 앞에 나는 다시, 뜨거워지는 내 심장을 마주한다.
어떤 말로도 다 담기지 않는 벅참과 고마움이 밀려오고, 지나온 시간들이 천천히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