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노트북

by 눙디

그 해, 우리 반에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한 명 있었다.

또래 남학생들보다 체격이 훨씬 컸고, 듬직한 인상을 주는 학생이었다.

말수가 많지 않았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걸 좋아했다.

통합교육을 받는 학생이라, 몇 과목을 제외하곤 일반 학급에서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

작년에는 ○○이가 감정을 강하게 표출하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들었다.


어느 날, 특수반 선생님께 메시지가 왔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있는 반은 도우미 학생 두 명을 배정해 명단을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학급에 내용을 전달했고, 도우미를 맡고 싶은 학생은 쉬는 시간에 교무실로 찾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무실 문을 열고 두 명의 학생이 들어섰다.
도우미를 자처한 학생들은 밝은 얼굴로 다가와, 작년에도 ○○이의 도우미를 맡았었다며 올해도 잘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든든하고도 고마운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남학생은 ○○이만큼 키가 큰 학생이라, 혹시라도 ○○이의 행동이 격해질 때 적절히 대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고, 여학생은 따뜻한 마음을 지닌 학생이어서 ○○이에게 다정한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일 년 동안 ○○이는 가끔 짜증을 내고 화를 내기도 했지만, 학급에서 감정을 강하게 표출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우미 학생들이 세심하게 챙기며 학급 생활을 도와주었지만, 무엇보다 ○○이 스스로 한 해 동안 많이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마음이 놓였다.


사실, ○○이에게는 남들보다 뛰어난 손재주가 있었다.

하드보드지나 골판지처럼 약간 두꺼운 종이로 물건을 만드는 데 아주 능숙했다.

주로 만드는 것은 소총, 권총, 기관총 같은 모형들이었는데, 자세히 보아야 종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었다.

특히 방아쇠를 당기면 고무줄이 튕겨 나가도록 직접 설계하고 만든다는 점이 놀라웠다.


남학생들은 ○○이가 만든 종이총으로 함께 놀기도 하고, 부탁해서 선물로 받기도 했다.

음악 선생님께는 드랜드 피아노 모형을, 나에게는 노트북 모형을 만들어 주었다.

실제 크기와 거의 동일한 종이노트북은, 만져보기 전까지는 진짜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열고 닫히는 부분은 고무줄로 연결되어 있었고, 키보드 하나하나를 직접 오리고 붙여 정성껏 완성했다.


"큰 컴퓨터(데스크톱)를 만들려고 했는데, 너무 커서 노트북으로 만들었어요."
수줍게 웃으며 말하던 ○○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와, 너무 멋진데? 고마워, ○○아. ○○이 마음이 너무 예뻐서 선생님도 선물 하나 해주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하고 묻자,
"골판지 10장 사 주세요! 총 만들 거예요.”라며 신나게 대답했다.

"알았어! 그럼 선생님이 20장 사줄게.”
"아싸!”


○○이는 꼼꼼하고 집중력이 뛰어난 학생이었다.

강한 몰입력과 함께 지구력, 끈기, 인내심을 갖추고 목표를 향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30대로 살아가고 있을 ○○이는, 여전히 꼼꼼한 손길과 깊은 몰입으로 무언가를 정성껏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려 세상 속에서 묵묵히, 그러나 단단하게 제 자리를 지켜가고 있으리라 믿는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로, 또 누군가에게는 감동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톡톡히 제 몫을 해내며, 하루하루를 성실히 쌓아가고 있을 거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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