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의 히피 마을 '빠이(Pai)'_4

그랜드 캐니언을 닮은 빠이 캐니언

by 눙디

예약해 둔 선셋 투어 시간에 맞춰, 썽태우 한 대가 숙소 앞으로 도착했다.

썽태우는 트럭을 개조한 태국식 교통수단으로, 트럭 뒷부분에 지붕을 씌우고 양쪽으로 벤치 좌석을 설치해 놓은 형태다.

나는 뒤편에 달린 철제 계단을 조심스럽게 타고 올라가, 뒷칸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트럭 뒤편에 앉아보니, 썽태우가 지나온 길이 한눈에 들어왔다.

흙먼지가 살짝 날리는 시골길, 불어오는 자연바람, 그리고 양옆으로 펼쳐진 푸른 들판.

초록빛이 가득한 작은 마을은, 또 다른 매력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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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춰 선 썽태우 앞에, 무질서하게 세워진 관광 정보 게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게스트하우스, 레스토랑, 마사지숍, 투어 정보까지 다닥다닥 붙은 광고판들.

간판들은 서로 겹치고, 방향도 제각각이어서 처음엔 조금 어수선하게 느껴졌지만, 그 안에서 자유로운 분위기와 지역 특유의 정취가 느껴졌다.

정보를 알리려 애쓰는 모습은 마치 이 마을의 활기와 소박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했다.

조금은 복잡하지만,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이 게시판이 빠이라는 지역과 꽤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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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분을 달려 빠이 캐니언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가볍게 오르막길을 걸어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빠이 캐니언 입구에 닿았다.

그 입구에는 커다란 조형물이 하나 서 있었고, 조형물 옆에는 '태국의 저녁노을'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문구가 귀엽게 적혀 있었다.

그 글귀를 보는 순간, 마치 이곳이 하루의 끝을 알려주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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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 캐니언은 양옆으로 깊게 파인 협곡 사이를 따라 좁고 아슬아슬한 흙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풍경만큼은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을 연상케 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깎아지른 절벽과 그 사이를 걷는 아찔한 흙길 위에서 한 발 한 발이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온몸으로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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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덕분에, 협곡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걷기도 했다.

미리 준비해서 온 음료를 꺼내 나무 의자에 앉아 한 모금 마시면서 그 자리에 그대로 몸을 맡긴 채 노을을 기다렸다.

하늘이 노을빛으로 천천히 물들고, 해가 협곡을 따라 황금빛을 흘려주길 바랐다.

일몰이 가까워지자 많은 사람들이 석양이 질 방향으로 모여들었다. 돗자리를 펴고 앉거나, 조용히 누운 채 나처럼 노을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날, 기대하던 붉은 노을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잔잔하게 물들어가길 바랐던 하늘은 끝내 붉은빛 하나 없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나는 그저 멍하니 그 하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은 오래도록 마음 한구석에 남았지만, 자연의 일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이곳에 와서 그 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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