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생실습일지에 적힌 코멘트

by 눙디

교생실습을 나갔을 때의 일이다.
각 대학과 대학원에서 실습을 나온 학생들이 아마도 스무 명은 넘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는 실습생들을 위해 빈 교실을 따로 내줄 정도였고, 덕분에 우리는 더 가까워지고,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의 지도교사는 2학년 담임이신 남자 선생님이셨다.
겉으로 보기엔 무뚝뚝했지만, 알고 보면 속정 깊은 분이라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겉으로는 엄격해 보여도, 아이들이 잘 따를 만큼 따뜻한 면이 있는 분이었다.


보통은 실습 기간 중 일주일 정도만 수업 기회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3주 넘는 기간 동안 실제 수업을 맡았다.
아마도 내가 이전에 오래 강사를 했던 경험을 믿고 맡겨주신 것 같았다.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 감사했고,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학교는 집에서 꽤 멀었고, 나는 차를 몰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학교로 향하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다.

3중 추돌이었다.
신호를 받고 교차로를 지나던 중, 앞차가 갑자기 멈췄고, 나는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그대로 들이받고 말았다.

처음 겪는 사고였고, 나의 잘 못 이었다.

너무 놀라 눈물을 쏟았고, 심장은 쿵쾅거리며 진정되지 않았다.
간신히 학교에 도착했지만, 몸도 마음도 엉망이었다.
교감 선생님께서 보건실에서 쉬라고 하셨고, 누워 있는 나를 보고는 "오늘은 집에서 푹 쉬는 게 좋겠어"라며 따뜻하게 말씀해 주셨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지도교사에게도 상황을 말씀드린 후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지도교사에게 실습일지를 돌려받았다.
코멘트란에 적힌 짧은 한 줄.

'교사는 함부로 아파서도 안 됩니다.'

위로는커녕, 마음을 콕 찌르는 말이었다.
솔직히, 매정하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교사는 정말 아프면 안 되는 걸까?


나는 수많은 교사들을 보며 지내왔다.
모두 건강하면 좋겠지만, 다양한 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은 토요일을 이용해 병원에 다녔고, 대학병원 진료일에 맞출 때에는 수업을 교환한 후 병원에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수업을 바꾸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작년 한 해, 나 역시 병원에 자주 들러야 했다.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었는데, 고속도로에서 접촉사고를 겪은 뒤로는 걷기만 해도 허리에 울리는 통증이 심해져 치료가 불가피했다.

게다가 오른쪽 손목에도 통증이 생겨 새벽잠을 자주 깨게 되었고, 이 또한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때 나도 다른 선생님들처럼 수업을 교환하고, 부담임 선생님께 우리 반을 부탁드리며 병원을 다녔다.
그 과정에서 동료 교사들은 내 상황을 이해하고 도와주었다.
단호한 거절은 없었고, "얼른 나으세요"라는 따뜻한 말과 함께 수업도, 조종례도 기꺼이 맡아주셨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병원에서도 학생들 얼굴이 떠올랐고, 늘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그날 지도교사가 꾹꾹 눌러쓴 그 한 문장의 의미를, 지금에 와서 다시 곱씹어 본다.
'교사는 함부로 아파서도 안 됩니다.'라는 말은 정말로 아프지 말라는 뜻이었을까? 아니면, 교사가 병원에 가야 할 만큼의 상황이 오면 그에 따르는 수많은 일들(학생들과 수업, 학급 경영)을 감당해야 하기에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려던 것이었을까.

의사가 없으면 병원이 운영되지 않듯, 교사의 부재는 교실에 큰 공백을 남기니까.

그 말의 진심이 무엇이었든, 이제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임감과 사명감, 그 언저리쯤에서 나온 말이었음을.




안녕하세요, 눙디입니다.

눙디(Nueng Dee)는 태국어로 '가장 좋아하는 첫 번째’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 이름처럼, 좋아하는 것들을 가장 먼저 떠올리며 글을 씁니다.

브런치에서 태국 여행 에세이를 중심으로, 계약직 교사로서의 일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도 함께 담아내고 있습니다.

필력 좋은 작가분들이 가득한 이 공간에서 매번 제 글을 읽어주시고, 마음을 나눠 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대단한 글은 아닐지 몰라도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쓰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이, 조용히라도 닿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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